떨어진 닥풀꽃을 바라보며

by 정용우

오늘 새벽녘에는 안개가 짙게 끼었습니다. 마침 토요일이라 지수 할머니댁에 놀러 와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손녀가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더니 “오늘 아침에는 안개가 많이 끼었네.” 손녀의 말처럼 안개가 짙게 낀 것을 보니, 오늘 날씨는 아마도 맑을 것 같습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 정원을 둘러봅니다. 거의 끝물에 다다른 닥풀꽃 몇 송이가 남아 있고, 그 아래에는 어제 떨어진 꽃잎들이 애잔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예쁘게 피어 있는 닥풀꽃도 시간이 지나면 만개를 넘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어제 군데군데 떨어져 있던 닥풀꽃의 모습. 짙은 안개에 젖어 있는 그 꽃들에서는 애잔한 생명의 흔적만이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생명은 피었다가 시들며, 사라지는 듯해도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생명의 바다는 무한하고 영원하기에 그 어느 것도 생명의 바다를 떠나는 것은 없다고. 그래서 오늘 꽃이 사라져도, 내년 이맘때면 다시 피어날 테니 오고 감을 슬퍼할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떨어져 흩어져 있는 닥풀꽃에서 저는 아름답던 순간의 그 꽃모습을 찾아봅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떨어져 있는 꽃들에서는, 그때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꽃이 그러한 것처럼 옛날 저의 모습도 지금의 저에게는 없습니다. 날마다 변해가며 사라지는 나를 알면서도, 저는 여전히 과거의 나에게 집착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삶이 고되고 슬프게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람들은 겉모습보다는 생명의 본래 자리를 보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때, 삶은 언제나 고요한 기쁨이 될 것입니다. 저는 떨어져 있는 꽃 속에서 스러지지 않는 생명의 자리를 애써 찾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