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눈 삽니다 EP.1
<편집자 주> 매주 1회, '나만 보고 싶은' 명작 혹은 '나만 볼 수 없는' 괴작을 1편씩 소개한다. 그 드라마나 영화, 안 본 눈 삽니다.
이상하지만 특별하다. 특별하지만 사랑스럽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다. '말아톤' 조승우, '굿닥터' 주원에 이어 우리 사회 견고한 편견에 박은빈이 또 한 번 균열을 냈다.
지난 6일 방송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3회 시청률은 전국 4.0% 수도권 4.4%를 기록(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동시간대 드라마 1위라는 기염을 토한 '우영우'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을 제치고 한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우영우'가 ENA채널 개국 두 번째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눈부신 성과다.
박은빈은 '우영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키운 일등 공신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의 특성을 사려 깊게 보여주면서도, 전혀 우스꽝스럽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 비장애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대사량과 빠른 대사 속도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사회적 약자가 법 테두리 바깥의 약자를 도와 연대한다는 설정도 '우영우'의 휴머니즘을 더욱 강화했다.
박은빈은 모방을 최우선으로 배제했단다. 그는 최근 열린 '우영우' 제작발표회 당시 "미디어 매체에서 구현된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며 "실존인물이나 기존 캐릭터를 은연 중에 기억해 접근하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봐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지 않도록, 캐릭터 연구도 철저하게 했다고. 박은빈은 "자폐 스펙트럼의 진단 기준을 보면서 공부했다. 자문해주는 교수님이 극본을 검수해줬고, 모두가 자유롭게 연기하면서도 캐릭터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이들을 시혜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대중이 여전히 많지만, 미디어는 그간 조금씩 대중에게서 편견을 덜어내 왔다. 영화 '말아톤'에서 조승우는 마라토너로, 드라마 '굿닥터'에서 주원은 의사로 각각 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들은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도, 자신들의 일상이 여느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음을 알리며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미디어가 놓쳤던 메시지들도 '우영우'를 통해 다시금 재발견됐다. 장애인에게 물리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아톤'의 메시지를 넘어,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와 직면하는 우영우의 태도는 대중을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우영우가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영우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정명석, 강태오, 주종혁 등 주변 인물들의 존재임을 강조한다. 드라마는 현실이 '우영우'의 세계를 지향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역설한다.
박은빈의 세상 무해한 '우영우'에 시청자들도 화답했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우영우' 영상 댓글을 통해 "박은빈이 자폐스펙트럼의 특별함을 사랑스럽고 정교하게 표현해줘서 너무 고맙다. 미디어에서 자폐인을 하나의 캐릭터처럼 소비할 때 부모들은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우영우'는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장애를 겪고 있지 않은 이들도 '우영우'에 찬사를 보냈다.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이 보였다", "아직도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화두", "씩씩한 우영우를 보면 비장애인인 나도 부끄러워지고 힘이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자폐 스펙트럼을 비롯해,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굳게 자리한 한국 사회에서 '우영우'의 등장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사회적 약자를 사려깊게 다루는 미디어에 시청자들은 무한한 지지와 박수를 보내고 있는 모습.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우영우'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