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시작하는 중국

인형 하나로 60조원 가치 만든 판마트

by 정연광

판마트(Pop Mart)는 2010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중국 기업으로, 인형 판매를 통해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회사입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최근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1. 대표 제품 '라부부(Labubu)'와 글로벌 인기

판마트의 대표 제품은 '라부부'라는 인형으로, 토끼인지 도깨비인지 알 수 없는 정체에 뾰족뾰족한 이빨을 드러낸 털복숭이 괴물 형태의 캐릭터입니다. 블랙핑크 리사, 리한나, 패리스 힐튼 등 유명 연예인들이 라부부 키링을 명품 가방에 매달고 인증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라부부의 인기로 인해 매장에 물량이 동나 살 수 없게 되면서, 원래 몇만 원 하는 키링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2024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131cm 크기의 라부부 피규어가 2억 원에 낙찰될 정도로 '라부부 신드롬'이 일어났습니다.

라부부.jpg 라부부 인형

2. 인상적인 재무 성과 및 시장 가치

라부부의 돌풍에 힘입어 판마트의 매출은 급증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에만 139억 위안(약 2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상반기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판마트는 올해 총 6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주가는 지난 1년간 4배나 올랐으며, 시가총액은 3,432억 홍콩 달러(약 60조 원) 규모입니다.

이는 국내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나 HD 현대중공업보다도 큰 시가총액이며,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산리오(시가총액 16조 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3. 성공 요인

고부가가치 시장 도전: 판마트는 다른 중국 인형 공장들처럼 단순한 제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어 '아트토이'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공략: 사업 초반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경영 방향이 성공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혁신적인 판매 방식 - 블라인드 박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인형을 바로 살 수 없게 하는 '블라인드 박스' 판매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박스를 열기 전까지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하여 구매를 게임처럼 느끼게 합니다. 여기에 한정판, 희귀 아이템을 섞어 넣어 우연히 얻으면 횡재를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여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트리토노믹스' 현상 공략: 판마트의 성공은 '트리토노믹스(Tritionomics)'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이는 작은 선물로 심리적 만족을 얻는 소비 트렌드를 말하며, 불황기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명품 대신 소소한 사치품을 사는 '립스틱 효과'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강력한 자체 IP(지식 재산권) 사업:

판마트는 다른 가게에서 살 수 없는 오직 판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우수한 아티스트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라부부 외에도 몰리, 스컬판다, 크라이 베이비 등 다양한 자체 캐릭터(IP)를 만들어냈습니다. 매출의 80%가 자체 IP에서 나오며, 해리 포터나 디즈니 같은 기존 캐릭터와의 협업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왕닝 CEO는 초기에는 '중국의 디즈니'를 목표로 했으나, 이제는 디즈니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판마트만의 경쟁력으로 전 세계 팬덤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4. CEO 왕닝(Wang Ning)

1987년생 38살의 젊은 기업가인 왕닝이 판마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쇼핑몰 임대 사업 등 다양한 장사를 통해 판마트의 초기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2010년 베이징에서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했으나, 일본과 홍콩에서 유행하던 뽑기 장난감(가차) 방식을 활용한 블라인드 박스 도입과 자체 캐릭터 사업(IP 사업)에 몰입하며 지금의 판마트를 만들었습니다. 왕닝은 판마트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으로만 2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최연소 부호 중 한 명이자 틱톡 창업자 등과 함께 중국 10대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5. '메이드 인 차이나' 고정관념의 파괴와 문화 굴기

판마트는 '싸지만 품질이나 디자인은 최고가 아닌'이라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봉제 인형이 2만 원~5만 원, 큰 인형은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뿐 아니라 한국, 동남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소비자들이 판마트 인형에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물건을 찍어내는 제조 공장이 아니라, '인벤티드 인 차이나(Invented in China)' 및 '크리에이티드 인 차이나(Created in China)'를 추진하며 자체 기술 개발과 함께 자체 콘텐츠 및 아이템 개발 능력을 갖춘 국가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정부가 '문화 굴기'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온 가운데, 판마트의 글로벌 IP 사업 성공은 중국의 소프트파워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해외 언론들조차 중국이 단순히 서구의 소비 트렌드를 뒤쫓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유행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6. 최근 도전 과제

초기에는 공급을 제한하여 희소성을 높이고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매출 증대와 짝퉁 방지를 위해 생산을 늘리면서, 물량이 시장에 풀리자 희소성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도 감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라부부 리셀 시장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공식 판매가 22만 원이었던 미니 라부부 한 세트는 출시 직후 수백만 원에서 50만 원대에 거래되었으나, 보름 만에 30만 원 정도로 하락하여 평균 리셀 가격이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판마트 주가 역시 지난달 말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이달 들어 고점 대비 25% 가까이 하락했으며,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는 공매도 물량도 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