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패(藤牌) - 동그랑땡 소쿠리를 닮은 라탄방패

신(新)무예도보통지 1

by 고훈민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조선시대의 다양한 방패 재현품

초딩시절 부터 플래툰과 취미가를 즐겨보던 밀덕이었던 내게 용산 전쟁기념관은 흡사 놀이공원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방문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품 중에 등패(藤牌)가 있다. 사진 좌측 상단에 있는 소쿠리 처럼 생긴 녀석인데, 문자 그대로 등나무를 엮어 만든 방패이다. 여기서 등나무란 우리에게 익숙한 초등학교 구령대 지붕을 감고 올라가 보라색 꽃을 피우던 그 나무가 아니라, 중국 남부 및 동남아에서 자라는 야자속 식물인 라탄(rattan)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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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구령대의 등나무(출처 : https://blog.naver.com/dgnmm123/223085600254) 와는 다른 야자속 식물 라탄


명나라 장수 척계광이 지은 병법서인 『기효신서』가 임진왜란 중 조선에 도입되면서, 대(對)왜구 진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등패도 함께 전해졌다.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등패는 진품이 아닌 재현품인데, 흡사 동그랑땡 부쳐놓는 소쿠리 처럼 생겨서 ‘이걸로 칼을 막는다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 등패는 어른 손가락 굵기만한 라탄줄기를 촘촘하게 감아 화살 및 유효사거리 밖의 조총탄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Screenshot 2025-10-06 at 7.32.00 PM.png 무예도보통지의 등패 그림


어린 마음에 소쿠리같은 모양의 등패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귀면(鬼面)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등패의 귀면은 마주한 적을 겁주면서도 취약부분인 방패 중앙부를 보강하기 위해 부착된 장식이다. 정조시기 병법서인 『무예도보통지』의 그림과는 다르게 전쟁기념관 등패의 귀면은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어 정감이 간다.


등패귀면2.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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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면을 Image-to-3D AI 기술을 이용해 3D 모델로 만든 후 보유하고 있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두가지 색상으로 뽑아보았다. 징그럽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내가 멋지다며 대문앞에 액막이로 붙이자고 먼저 제안했다. 눈이 땡그란게 은근히 닮았다. 문앞에 붙여놓으니 든든하니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다. 부디 택배아저씨가 놀라시지 않기를.


귀면의 3D 모델은 아래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https://cults3d.com/en/3d-model/art/korean-guimyun-demon-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