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로드 번외편 - 이란 야즈드 대모스크의 기하 문양
이란 중부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한 야즈드(Yazd)시는 이슬람 전파이전 페르시아 왕국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의 중심지다. 현재는 약 5만명 남짓의 신자가 남아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신자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이 그나마 개선되었다고 한다. 근처에 위치한 이스파한의 대(大)모스크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대모스크(Masjid-i Jami’)도 과거 조로아스터교 사원 자리에 지어졌다. 황갈색의 낮은 주택들 너머로 보이는 모스크의 푸른 지붕과 두개의 우뚝 솟은 52미터의 미나렛(첨탑)이 멀리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한다.
1364년 완성된 모스크의 동쪽입구로 가까이 다가가면 거대한 피쉬타크(Pishtaq, 건물의 입구로 기능하는 반으로 잘린 벌트 구조)의 표면을 덮고 있는 수많은 패턴들이 시각적 과부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슬람식 벌트(vault) 구조인 무카르나스(muqarnas)의 현란함은 모니터를 통해 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기증을 유발한다. 그 아래서 고개를 꺾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종교적 황홀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시각적 향연에서 단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단연 기단부 사람들의 눈높이에 위치한 타일패턴을 고를 것이다. 기단 위쪽에 사용된 패턴들은 중동 다른 국가의 모스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클래식한 도안인 반면, 흡사 열쇠모양의 블록들이 끼워 맞춰진 양 조형되어 있는 이곳의 문양은 이란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열쇠패턴’ 이라고 부르는 이 디자인도 다른 기하문양들 처럼 직조(interwoven)를 모사한 디자인에서 유래했음은 틀림없으나 과감한 생략과 연결을 통해 생성된 자유분방한 형태의 모티프들이 보는 이에게 600년의 세월을 초월한 현대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문양의 조형원리를 분석해보면 오각형을 36도 회전시켜 만들어진 10각성을 중심으로, 10각형 주변에 10개의 5각성이 생겨난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간단하게 두가지 형태의 반복으로 10각성 주변을 완벽하게 타일링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비대칭 적인 모티프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아래 그림. 빨간 타일) 그 덕에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완벽한 방사형 대칭구조에는 균열이 일어나고 패턴은 시각적으로 보다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이 디자인에는 다른 비효율들이 존재한다. 먼저 가능한 최소 종류의 타일을 사용하여 평면을 채워야한다는 테셀레이션의 숭고한 원칙을 일부러 무시하듯 10각성을 제외하고도 9종의 모티프 들이 사용되었다(왼쪽 그림). 그렇게 만들어진 테셀레이션 조차도 완벽하지 않아 서로 마주보고 붙어있는 한쌍의 오각성은 다른 오각성에 비해 한쪽 뿔이 짜부러져야 겨우 빈틈없이 쪽매맞춤을 끝낼 수 있다(아래 오른쪽 그림). 오직 신만이 완전하여 일부러 불완전함을 넣었다는 억지스러운 설명보다는 원칙과 전통에 교조적으로 얽매이지 않았던 디자이너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제멋대로이고 개성넘치는 패턴도 기단부에 보여지는 영역 이상으로 쪽매맞춤(tessellation)을 확장하면 그 특유의 비대칭성이 흐려지고 대칭성이 강조되면서 다소 따분하게 변화한다. 이러한 점을 알고 있었기에 기단부 타일의 디자이너는 과감하게 세번의 10각성이 반복될 만큼만 패턴을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가장 잘보이는 눈높이에 배치하였다. 중심의 10각성들에는 중세 페르시아어로 코란구절들과 시아파 이맘들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야즈드 대모스크의 모자이크에서 우리는 대칭과 비대칭, 전통과 창의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형성된 미적 질서를 관찰하게 된다. 이 역설적인 아름다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페르시아 문화가 수세기에 걸쳐 억압과 단절, 재편과 적응을 반복하며 축적해 온 역사적 기억의 표면처럼 보인다. 조로아스터교 사원의 터 위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이라는 층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질서가 다른 질서를 덮어쓴 흔적이듯, 그 위를 뒤덮은 기하학 또한 완전한 규칙성과 조화만을 찬미하지 않는다. 가장 엄격한 수학적 대칭의 중심에 의도적으로 끼워 넣어진 비효율과 불안정성은, 절대적 질서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끝내 봉인하지 못한 균열처럼 잠복해 있다.
오늘날 이란의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혈 사태는 그 균열이 더 이상 상징이나 은유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인간의 몸과 생명을 관통하며 폭발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천 명이 총탄에 쓰러지고 있음에도 체제는 여전히 완전한 대칭과 질서의 환상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타일 속에 삽입된 비대칭이 그러했듯, 구조 내부의 불안정은 결국 억압을 찢고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피로 적셔진 균열들이 단지 또 하나의 침묵으로 봉합되지 않고, 부디 빠른 시일내에 더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란으로 나아가는 돌이킬 수 없는 단층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