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생일기부

두려웠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면 어떻게 하지?

by 헌낫현
백신 접종이 어려운 지역에서 변이가 다시 발생하고, 대유행은 끝나지 않는다.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할 무렵, 우연히 한 게시물을 봤다. 생일에 받은 돈을 기부하는 캠페인이었다. 놀라웠다. 생일을 이렇게 특별하게 보낼 수 있구나. 생일을 축하해주는 분들의 마음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쓸 수 있다. 멋진 생각이었다. 독일에서 생일기부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생일기부 캠페인을 기획하는 데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새웠다. 의미 있는 일을 준비할 때는 설레서 잠이 오지 않는다.

두려웠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면 어떻게 하지? 참 외롭겠다. 나의 생일 축하해줄 사람이 많을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두 기부에 참여할 만큼 적극적일까?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생일에 기부를 실천한다는 것이 나의 삶에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아직 구체화를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구체적인 정보였다.


H와 I는 나와 생일파티를 함께 하기로 했다. H는 그리스에서 온 친구다. 나와 생일이 하루 차이다. I는 이탈리아에서 왔다. 나와 생일이 같다. 나는 H와 I에게 물어봤다. “생일 기부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데, 함께 해주겠니?”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 같지는 않아. 기부는 개인적인 문제니까.” H가 말했다. 나의 불안과 일치했다.


기부처도 문제였다. 어디에 기부할 것인가. 평소 기부에 관심이 있지 않았다. 한국 친구들과 유럽 친구들 모두에게 기부를 부탁할 것이다. 국제적인 단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부처가 좋을 것 같았다. 지인들에게 물었다. 기부단체를 알게 됐다. 어떤 기부단체는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부처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미크론 변종의 출현이 백신의 불평등한 보급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코백스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내가 찾던 기부처였다.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지원한다. 백신 공급 불평등 문제에 관해 알게 됐다. 전 세계에 보급할 충분한 물량의 백신은 이미 확보되어있다.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다. 백신 접종이 어려운 지역에서 변이가 다시 발생하고, 대유행은 끝나지 않는다.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이 생일기부 프로젝트는 중앙일보에도 보도됐다.

625달러(한화 약 75만 원). 2022년의 생일 기부 프로젝트로 모인 금액이다. 서른세 분이 기부에 참여해주셨다. 개발도상국에 백신 125개를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비롯해서, 독일에서 만난 여러 국적의 친구들이 멋진 생각이라며 참여해주었다. “적은 돈이지만…”으로 시작되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