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누구나 내야 하는 방통분담금이 있다.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시스템에 의해 보장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임에 맡길 것인지.”
“대학은 학내언론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명확히 답을 하지 못한다. 학내 언론에 대한 지원예산이 매년 줄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면서도, 학우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납부하는 자율경비에 의한 재원확보가 정당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수익구조를 점진적으로 학교본부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누구나 내야 하는 방통분담금이 있다. 분기마다 55.08유로를 내야 하는데, 한화로 약 8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도 이 분담금을 내야 하느냐는 질문을 관청에 한 사람이 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없어도 다른 수단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기에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를 제외하고 강제적으로 부과된다.
정치교육과 사회(politische Bildung und Gesellschaft)라는 수업에서 이 분담금에 대해 배웠다. 언론이 선전도구로 전락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언론이 다른 조직에 재정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다. 공영 언론의 고품질 기능(offentlich-rechtlich Qualitatsjournalismus)을 위한 것이다.
2022년 발행된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제1공영 방송사 ARD의 전체 예산에서 방통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다. 광고 수입은 6%, 기타 수입이 나머지 9%를 차지했다. 방송의 재정적인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방통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분담금을 수신료가 아니라 공공성 확보를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한국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 수입은 2022년 기준 전체 재원 45%의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55%의 재원이 정부보조금, 광고수익 및 기타 수익으로 충당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적 독립성은 ARD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공공성의 우선순위가 정부보조금과 광고수익에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KBS는 지속해서 수신료 비중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ARD는 이 분담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분담금을 독일에 거주하는 모두가 납부해야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정부가 언론기능을 지원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그건 시민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시스템에 의해 보장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임에 맡길 것인지.
참고
최우정. (2016). 독일 공영방송에서의 방송수신료의 의미, 기능 그리고 결정과정 [The meaning, function, and decision-making process of broadcasting fees in German public broadcasting]. 계명대학교 법경대학, 22(1), 21-37. https://www.klri.re.kr:9443/bitstream/2017.oak/8290/1/독일%20공영방송에서의%20방송수신료의%20의미%2C%20기능%20그리고%20결정과정.pdf
ARD. (2022) "Finanzen der ARD: Einnahmen und Ausgaben." ARD, https://www.ard.de/die-ard/wie-wir-funktionieren/Finanzen-der-ARD-Einnahmen-und-Ausgaben-100/.
김고은. (2023) ”KBS 재원 45%가 수신료… 돈줄 쥐고 공영방송 시스템 흔드나“ 한국기자협회, http://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53262
Kathrin Merz. (2023) "Geheimer ARD-Plan: Erhöhung von Rundfunkbeitrag auf mehr als 25 Euro." Berliner Zeitung, https://www.berliner-zeitung.de/news/geheimer-ard-plan-erhoehung-von-rundfunkbeitrag-auf-mehr-als-25-euro-li.331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