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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설명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하나의 일만 하는 것은 내 성격상 안 맞는 것 같다.

by 헌낫현
결국, 그 전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학교 다음 전공을 물어본다. 어쩌면 전공을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느낀 점이다. 나는 전공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반적으로 이 글을 쓸 정도로 이 질문에 대한 기억을 열심히 하지는 않겠지만, 나의 경우는 비교적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매번 잘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전공은 문화디자인경영이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소속 전공이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된다. 문화, 디자인, 경영 이 세 가지가 어떻게 합쳐질 수 있는지 묻는다면 나도 모른다. 배운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건 한 학기 내내 상상 속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그 서비스의 인터페이스를 Adobe XD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했던 것 정도가 되겠다.


전공을 선택했던 과정은 특별히 복잡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나 자신과 타협한 결과였다. 나는 방송에 관심이 있었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지원하기에는 성적이 부족했다. 나의 전공에 대해서 선배에게서 듣게 됐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IT 관련된 지식을 배운다고 했다. 이름도 멋지다. 언론에 관한 관심이 사라지더라도 이 전공은 유망해 보였다.


나는 “경영 전공하시는군요” 같은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내 전공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이미 좀 모양 빠지는 일이 되어있었는데, 마치 농담과 비슷했다. 농담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 그 재치의 유효성은 사라지지 않는가. 나에게는 전공을 어떻게 간단하게 설명할 것이냐는 게 항상 고민이었다. 학과 웹사이트 전공 설명란을 살펴봤다.

“창의적 콘텐츠를 계획, 생산,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 이런 설명이 적혀있었다. 같은 전공 선배에게 물어봤을 때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사람을 위한 전공”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전공은 어떤 의미일까. 위와 같은 설명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그 전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전공 수업을 듣고 학교를 졸업한 뒤, 회사에 취직해 하나의 경력을 쌓는 삶. 이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는 점도 깨닫고 있다. 하나의 일만 하는 것은 내 성격상 안 맞는 것 같다. 나는 독일에서 통역사, 한국어 교사, 사진가, 사회활동가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나는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이런 삶이 더 좋다.



참고

Yonsei University. (n.d.). Underwood International College: Major. Retrieved from https://uic.yonsei.ac.kr/main/major.asp?mid=m02_03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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