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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Jan 20. 2020

사회초년생의 나답게 사는 방법 (1)

미라클 모닝이 부담스럽다면 아침 10분 쪼개기부터

1년간 동고동락했고 가장 친했던 입사 동기가 퇴사를 한다고 말한 것은 작년 여름.

의류학을 전공했지만 칸트적인 삶을 좇아 철학과를 복수 전공한 친구였기에 놀랍지만은 않았다.

연수원에서 각자 좌우명을 쓰는 란에 그녀는 유일하게 이런 문구를 썼다.

'흔들리는 들판의 꽃처럼, 어디든 뛰어갈 수 있는 들판의 개처럼'

현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짧은 문장에서 이 친구에게 입시는 무엇이었고 취준은 무엇일지

그녀의 짧은 필모그래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설치미술을 하러 이탈리아에 나가 있다.


어디에 살던 중요한 것은 나다움이라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광고다. 직방 광고 참조

한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했는가 싶을 정도로 광고 캠페인에서는 연신 '나답게 사는 법'을

감성 포인트로 삼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은 물론 부동산을 넘어 철강 회사까지.

본인의 회사가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면 '나다움'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미장센과 같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나다움일까?

한예슬의 피어싱과 현아의 쇄골 피어싱이 한창 유행이 되었다. 인스타그램 참조

곧 마흔을 바라보는 한예슬의 피어싱과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공개 연애를 하며 쇄골 피어싱을

하는 현아를 보면서 어떤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지 곱씹어 보곤 한다.

제도권 교육과 수직문화가 팽배했던 한국의 정서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소수들의 대세화(LGBTQ, 드랙퀸, 페미니즘 등)를 통해 억눌렸던 욕망과 자아 찾기가 하나둘씩 터져 나오고 있는 듯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눈칫밥을 먹고 살아온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자신의 인스타를 통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의 나다움'을 공개하고 있으니 나답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열위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최근의 나다움은 매체를 통해 학습된 수동적 나다움을 자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나다움에 관한 콘텐츠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네 소시민들의 삶과 일반 직장인들의 환경 속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지 그 누구도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우선 나에게 나답게 산다는 것의 정의는 대게 이렇다.

①  시류에 흔들리거나 편승하지 않되 공감하고 소통할 줄 아는 것

②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고 그것을 꾸준히 영위할 수 있는 근기를 갖는 것

③ 각 분야마다 (음식, 패션, 글쓰기, 사상, 철학, 브랜드 등) 자신만의 확실한 기호를 갖고 오랫동안 사유할 줄 아는 것


직장인에게 상기 3가지를 지키며 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고문과 같을 수도 있다.

9-6 근무, 회식과 동호회와 각종 모임, 연초와 연말 그리고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기약 없는

야근과 조기 출근까지. 하루하루가 '내'가 아닌 '타인'과 '소속 집단'으로 이루어진 채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그래서일까. 직장인 모임이 크게 늘었다. 누군가는 취미를 찾아 떠나겠다며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누군가는 독서모임을 하러 독서 클럽에 가입하며, 그룹 운동 프로그램은 2030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찾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퇴사학교를 찾곤한다. 사진은 신한카드 참조



하지만 나답게 살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어떤 클래스에 참가하고 피어싱이나 문신을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시간 통제'다. 직장인들 스스로가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른 아침 시간이다.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아침형 인간도 아니고 작심삼일을 밥먹듯이 하며 목표해뒀던 계획들이 수없이

어그러질 정도로 철두철미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런 나 자신을 자책하며 부정하고 자학하지도 않는다.

자학과 자책이 반복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아침에

눈을 뜨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답게 살기 위해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10분 쪼개기다. 아침운동, 아침 독서라는 목표는 이루면 좋지만

나같이 아침잠에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계획과 이행 자체가 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만 설정하고 큰 계획 대신 짧고 굵은 루틴만 추가해 아침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쓰고 있다. 기상 후 나의 아침 시간은 이렇게 구성된다.


• 기상 직후 10분 : 인공 눈물 넣기 / 눈마사지기 5분 / 전자레인지에 돌린 물수건 5분간 뒷목에 두기

• 그다음 10분 : 유튜브에 명상 음악을 검색. 호흡을 최대한 크게 들이마시고 내시며

                       오래 앉아 생긴 뻣뻣함을 스트레칭으로 없애기. 골반과 하부 승모근 위주의 스트레칭

• 그다음 5분 : 다이어리 정리하기. 오늘의 일정표와 아침에 불현듯 떠오른 글감 소재 적어두기.

                     글감을 글로 직접 발행했다면 나중에 하나씩 차례대로 지워 나가기

• 그다음 10분 : 오늘의 아티클 읽기. 어제 읽던 책이건 짧은 간행물이건 인터넷 발행 글이건

                       짧은 글 읽기

• 그다음 10분 :  짧은 영어 구문 암기.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외워볼 수 있도록 노력하기


평소 기상 시간보다 40분 정도만 일찍 일어나면 시간의 주체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10분 쪼개기를 시작한 후, 몇 가지 변한 것이 있다.


• 업무 집중도 상승 :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도파민에만 반응하는 뇌가 되었고, 이로 인해 업무 몰입과 집중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1년 넘게 겪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 루틴을 정착시킨 이후 미루던 업무가 줄어들며 멀티태스킹을 하더라도 시간당 업무 생산성도 기존보다 증가하였다.

•귀차니즘이 덜해짐 : 미루려는 습관이 덜해졌다. 어떤 일을 계획했을 때 평소엔 '이것 아니어도 괜찮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비정상적 낙천주의로 만사를 귀찮아했었다. 슬럼프 내지 번아웃이었던 것 같은데 4년 만에 꺼져있던 의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불안감 해소 : 미래와 업무, 그리고 비생산적인 라이프 사이클로 인해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는 일말의 패배의식이 어려있었는데 아침 10분 쪼개기가 이런 불안감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간의 통제로 고취 시긴 자아 존중감과 자기 회복성은 내가 업무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도록 하는

힘과 끈기를 만들어 주었다. 여전히 나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찾아가는 풋내기지만 어렵게 찾은 아침 심플 루틴 덕에 개운한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나답게 살기 위한 또 다른 심플 루틴을 다음 회차에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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