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한숨 (이하이)
언제였는지.. 일주일 전쯤이었을까요. 운동하는 곳의 체육관 관장님께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관장님과 일대 일 대면으로 미트를 치다가 잠시 30초 쉬는 시간이 났을 때, 하셨던 말씀이셨습니다.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일까 싶어서요. 왜냐면 제가 평소에 그렇게 화를 안 내는 편도 아니거든요. 사실 체육관에서 화를 낼 일이 거의 없기도 하고요. 저 혼자 생각하기로는, 저도 한 성깔 하는 사람이고 그걸 그렇게 숨기며 산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서요.
그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무척 예민한데 또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무디다 해야 할까 무지하다 해야 할까, 저는 좀 그런 복잡한 양면을 지닌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기민하게 반응하려 하고 그런 노력을 상당히 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반면 다른 사람들이나 어떤 감정 내지 상황들이 제게 미친 영향에 관해 저 스스로를 보살피는 데에 있어서는 다소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글을 쓰다가 갑자기 난데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고 그제야 내 마음이 울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고 뒤늦게서야 마음의 통증을 인식하는 편이라서요. 다른 외부나 내부의 무언가에 의해 마음이 얻어맞아도 모를 때가 허다해요. 마치 다리에 멍이 들어 있는 걸 보고 뒤늦게서야 여기를 부딪혔었구나 하고 깨닫는 것만 같달까요.
뭔가 좀 이상하죠. 저도 이런 제가 퍽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나는 나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래서 내가 누군데?라고 곧잘 말하곤 하는 저조차도 알다가도 모를 저라서요.
언젠가 저를 만났을 때, 제가 진실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저 자신도 저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사람을 좀처럼 잘 믿지 못하지만, 상대방들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다 알 수 없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나는 매 순간 진심으로 임하자라는 태도를 고수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진심은 마치 맨가슴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만 같아서 한없이 여리고 연약한 듯해요. 갖가지 것들에 여러 번 베여도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 걸 보면. 상처 받는 걸 막을 수는 없으니까, 받은 상처를 저 스스로 외면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기도 하네요.
언젠가 당신이 물은 적 있지요. 나는 좀처럼 사람을 믿지 못하는데 너는 어떤 편이냐고…
저도 그래요. 저도 그렇습니다. 가족조차도 못 믿을 때가 허다한 걸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요, 저는 다른 사람을 비롯해 저까지도 잘 믿지 못하고 자주 의심을 건네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 사람들을 있는 힘껏 믿고 싶어 집니다. 동정 같은 게 아닙니다. 감히 조금은 알 것 같아서요. 사람을 믿기 힘들어하는 만큼 깊이 사람을 믿어보았거나,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관계에 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저의 주제넘은 넘겨짚기라면 죄송합니다.
마음은, 그 속의 진심은 굳건하면서도 더없이 여립니다. 귀중한 것입니다. 쉽게 내어줄 수도 내어주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믿고 싶을 때, 믿어질 때, 믿을 용기를 낼 수 있을 때 내고 싶을 때 그때 내어도 늦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저를 의심하셔도 괜찮습니다. 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의심을 받으면 속상할 때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정말 괜찮아요. 저를 믿지 않는 당신을 믿습니다. 믿지 못하는 그 모든 과정이 믿기 위한 부단한 노력임을, 감히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조금은 압니다.
저의 당위를 당신의 당위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당신의 것들을 존중합니다.
마음 될 때, 언제든 다 좋으니 그때 편하게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