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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흡수인간 Oct 29. 2018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회피하고 있진 않은가요?

# 실력의 완성은 사람을 설득하는 경험을 쌓는것에서부터

회사내에서 직급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책임이 커져감을 느낍니다. 그것을 절감할 때가 어떤 때냐면 아마도 후배 직원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인 것 같습니다. 


"고 차장님이 OOO 팀장님에게 미리 설명 좀 해주세요. 그럼,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설명을 해달라는 얘기는 결국 나서서 설득을 해달라는 얘깁니다. 사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결정에 대해 그 대상자를 설득하면 그 일은 반 이상 해결된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후배가 이런 말을 하면 저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굳이 그럴 거면 내가 왜 당신한테 부탁하남? 내가 그냥 다 해버리고 말지"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고, 나머지는 차장님이 해주셔야 하는 거죠' 라는 논리를 일방 통보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어렵사리 한 부탁인데 저렇게 딱 잘라 말해버리면, 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실무적인 부분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일은 누가 해도 됩니다. 소위 말하는 '노가다'에 해당하는 일이 이런 부분의 일인 거죠. 제가 정말 후배에게 부탁하려 했던 일은 바로 '설득' 에 해당하는 일이었습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 때는 그 중 상대적으로 설득 부담이 적은 일에 대해선 후배에게 부탁을 할 때가 생기는 거죠.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라고 하다가 욕먹기 딱 좋은 요즘입니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름 큰 맘 먹고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품고 한 부탁이었던 것입니다. 




'윗사람이 시킨 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니까 일단 하라는 대로 해‘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후배가 그런 식으로 선을 그으면 저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설득을 나서서 하는게 옳습니다. 직급 상 상위 직급인 제가 설득을 하면 '말빨'이 더 먹히는 것이 사실이긴 하니까요. 직급이 낮은 사람은 실무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높은 사람은 그 일이 원활하게 되도록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일을 나눠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조직에서 직급을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입니다. 같은 일이어도 효율적으로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조직이니까요. 

 

저는 대신 자기개발 측면에서 ‘설득’의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을 설득하는 ‘성공 경험’을 쌓는 것 이것이야말로 직딩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최고 핵심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엑셀, 파워포인트를 능숙하게 하는 것,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이론적으로 잘 아는 것, 대학원에 가서 어렵사리 학위를 따는 것보다 더 훨씬 더 말이죠. 



영업사원이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개인이든, 기업이든 그에 맞는 서비스나 상품을 준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많고, 실패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영업사원이란 직종은 만만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컨설턴트들은 어떻습니까?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은 유명한 해외대학 졸업 학위, 큰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경력사항을 내세우고 세련된 외모관리, 논리적인 화법을 구사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성공의 대가로 높은 연봉과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급 역량인 것입니다. 




요즘 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많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간절하게 설득해 본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아님 말고‘ ’에이, 그냥 윗사람들이 풀도록 내버려두자‘ 라는 식으로 대처했던 것은 아닐까하고 반성을 해봅니다. 왜냐구요? 어쩌다가 차장이라는 직급이 되고,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를 설득하기 어려운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제게도 예전에 여러 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설득을 해 볼 기회가 말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저는 그 순간들을 직접 부딪혀 깨보려는 시도보다는 회피했던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앞서 전해드린 이야기에서처럼 후배들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 순간들도 많아진 것 같고요. 좀 더 일찍부터 누군가를 ‘설득’하는 경험을 쌓고, 간절함과 용의주도함, 용기를 가지고 임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생깁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그런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말입니다. 엑셀, 파워포인트 고수가 되고, 보고서를 멋지게 써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직딩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맘에 드는 이성과 잘 지내는 것, 식구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 원만한 대인관계를 얻는 것도 설득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마음이 그 사람들에게 잘 이해하도록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안 되어서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서운한 마음을 품게 되고, 관계 유지도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일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에 대한 글을 본 적 있습니다. 그 특징들 중 하나가 ‘하루 종일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는 않는 것’ 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그 의미를 잘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직딩들은 기업의 오너도 아니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닙니다. 일을 진행할 준비를 자기 자리에서 마쳤다면, 그 다음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그들을 설득시켜야 그 다음 일이 진행이 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자기 자리에만 앉아 있으면 그냥 시간이나 때우다 퇴근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일하는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중요한 회의를 하루 앞두고 보고서를 한 번 더 들여다봤을 것입니다. 오타가 없는지, 좀 더 보강할 데이터는 없는지, 내용은 논리 정연한 지 들여다보며 마지막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보고서를 보는 대신 내일 회의에 참석할 사람들,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만나러 다닙니다. 그 사람들에게 먼저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평상 시에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서 일이 틀어진 후에 그 사람들을 탓하거나, 조직 문화의 단점에 대해 비평해 봐야 남는 것 없습니다. 사람들을 설득해 봄으로써 일도 진행시키고, 나의 진짜 실력도 키우는게 남는 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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