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기’ 를 잘하면, 엄두가 안나던 일도 할 수 있게된다
초등 3학년 아들은 요즘 방문식 과외 수업을 받고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숙제 양이 장난이 아니다. 어느 정도냐면 지난 주말엔 그 양이 주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선생님은 매주 화요일 한번, 1시간씩 계시다 가신다. 어제 내주신 숙제도 양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아들은 이걸 언제 다하냐며 진작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해보기도 전에 포기할 것만 같았다.
처음엔 ‘애들한테 뭔 숙제를 그리 많이 내주나?’ 고 생각을 했다. 근데 어느순간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어디 학교 공부만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들어와서도 ‘숙제’ 는 늘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었고, 삶의 문제에 있어서도 ‘숙제’ 는 늘 나를 괴롭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그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멘붕’ 상태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하다가 문득,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의 말이 생각났다. 강윤선 대표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분이다. 젊은 시절 미용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영국 유학을 떠났고, 오늘 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준오헤어’ 라는 브랜드를 일궜다. 미용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독서경영’ 을 도입하여 젊은 미용사들에게 책을 읽히시는 분이다. 그런 그분이 말했다.
꿈을 이루는 사람, 실행을 잘 하는 사람은 나누기를 잘 하는 사람이에요. 아무리 큰 꿈이라도 그것은 결국 작은 목표,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하는 작은 과제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큰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나누기를 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당장 오늘 무엇을 할까를 정해서 그것부터 해내고 보는 사람들인거죠
사람들은 미지의 것에 두려움을 품는다. 어둠 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낄때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주변이 밝아지고 마침내 그것의 정체를 알게되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파악이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것이다. 숙제 양이 많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아들과 같이 말이다.
아들과 나는 우선 해야 할 숙제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종이에 써보는 것을 했다. 1주일 후에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요일별로 얼만큼 해야할지 정리를 했다. 손으로 하는 것으론 부족해서 아예 컴퓨터를 켜고 문서를 작성한 후, 프린터로 인쇄물을 뽑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지게 나온 ‘학습 계획표’ 덕에 아들은 왠지 흥분돼 보였다. 어려워 보이던 숙제들도 이젠 할 수 있을것 같다며 열심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비단 이것이 어디 아들의 숙제에만 국한될 일일 수 있을까? 나도 나의 밀린 숙제들을 돌아다 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고 오늘 당장 무엇을 해야할 지 ‘나누기’ 를 해봐야겠노라며 말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오늘, 지금 해야할 일들을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