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라 플라나는 1970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프랑스의 샤토 라투르(1855년 보르도 공식 분류 선정 5개 프리미에 크뤼 중 하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이력으로 세계인의 많은 주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워낙 유명하여 스페인 토레스 와이너리에서 한국어 라벨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생산 지역은 스페인 페네데스이며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100%이다. 원래 무거운 품종이라 바디감이 제법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먹어본 카쇼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가볍다고 느껴졌다.
잔에 따를때향이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고기를 구워주러 온 직원이 그 향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블랙베리향과 약간의 산미, 트러플 향도 살짝 묻어났다. 함께 마신 친구는 버터 향도 느껴진다고 했다.
색상은 검보랏빛을 띤 약간 진한 루비색이다. 보통 카쇼는 잔을 위에서 바라봤을 때 와인 손잡이 접합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색이 진한데, 이 와인은 접합 부분이 살짝 보였다.
맛은 초반에 블랙커런트와 블랙체리 등 블랙계열 베리향과 크랜베리향이 연하게 느껴지고, 숲과 버섯의 쿰쿰한 향을 거쳐서 강렬하면서도 여운이 긴 스모크 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주 매력적이다. 마치 순간적으로 불이 입안에서 화르륵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지나면서 타닌이 더 부드러워지고, 스모크향도 날카로운 느낌에서 잔잔한 느낌으로 변해갔다.
이베리코 꽃목살, 갈빗살, 황제살, 수제치즈소시지 세트 메뉴를 와인과 함께 먹었는데, 고기 자체도 담백하면서 풍미가 좋았다. 식사 내내 와인에서 비롯되는 약간의 산미와 스모크향의 긴 여운이 식욕을 계속 자극하고 입맛을 돋았다. 그리고 와인과 치즈의 조화가 좋아서 고기에 찍어 먹는 치즈 소스를 싹싹 긁어먹었으며 수제치즈소시지를 1인분 더 주문했다.
이베리코는 스페인 햄 하몽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되는 스페인의 돼지 품종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복합미와 긴 여운이 겸비된 스페인 와인을 함께 곁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정말이지 스페인 와인(마스 라 플라나)과 스페인 돼지(이베리코)의 만남은 완전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