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룩 Apr 23. 2022

만화 속 세상과 똑같은 현실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물건은 넉넉히 쓰고 싶지만, 중국과 중국인은 싫다.

다큐멘터리 "Welcome to Sodom"을 소개하는 영상 속에선 유럽에서 온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유럽에서 넘어온 쓰레기 더미를 뒤져 아직 쓸만한 물건이나 고철을 모으는 가나의 한 마을 사람들.
어린이도 고철을 모으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 '총몽' 에 나온 모습과 겹쳐지는 현실.


'총몽' 에는 자렘이라고 부르는, 허공에 부유하는 인공 섬과, 그 밑에 있는 땅, 이렇게 두 개로 나뉜 구역이 나온다. 자렘은 깨끗하며, 최신 기술로 가득차 있다. 자렘의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자렘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이 이 구멍으로 버려져 땅으로 떨어진다. 땅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떨어진 쓰레기 더미를 뒤져 버려진 전자기기, 로봇 등을 찾아내 사용한다. 부유한 1세계 사람들이 사용하고 나서 버린 전자기기들이 가나에 버려지면 가나 사람들이 그 버려긴 기계 더미를 뒤져 쓸만한 것을 찾는 모습과 똑같다.


자렘의 모습.


극장판 애니메이션 '총몽' 에서, 사람들은 다들 자렘에서 살고 싶어한다. 한 소년은 자렘으로 가기 위해 자렘과 땅을 연결하고 있는 케이블을 (이 케이블-파이프를 통해 지상에서 자렘으로 물자가 공급된다) 타고 오른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막기 위해 케이블에는 주기적으로 회전칼날이 달린 고리가 내려보내지고, 케이블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직경이 사람 키의 몇 배나 된다) 케이블을 타고 내려고는 칼날달린 고리도 엄청난 크기라서 이걸 맞으면 누구든 산산조각이 난다. 케이블을 타고 오르던 소년도 이 칼날고리에 맞아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자렘으로 가고 싶었던 땅 소년의 모습 또한 유럽으로, 미국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물론 유럽과 미국의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를 향해 무차별 발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땅 사람이 오는 걸 싫어하는 자렘 사람들의 마음은 더 좋은 살곳을 찾아 들어오려 하는 사람들을 꺼리는 유럽과 미국 사람들의 마음과 비슷할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운 장벽은 자렘 케이블에 설치된 칼날고리에 대응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자렘이 파이프-케이블을 통해 땅의 물자를 공급받는 것도 지구상의 부유한 1세계와 가난한 나라들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다. 1세계의 풍족한 물자는 대체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푼돈을 쥐여주고 노동을 시켜 생산된 것들이다. 가난한 나라들과 대비되는 1세계의 압도적인 풍요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일은 많이 하지만 많은 걸 갖지는 못하는 상황을 대가로 얻어진다. 1세계-자렘은 빈국-땅의 생산품만 빼 먹고 거기에 남겨진 이들의 가난에는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멀리하고 싶어할 뿐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어 전 세계에 물자를 공급하는데, 사람들은 중국의 환경오염을 혐오할 뿐이다. 스모그로 뒤덮여 호흡기 환자가 넘쳐나고 뼈가 휜 아이들이 쏟아져나왔던 영국이 깨끗해진 것도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생산활동을 영국 바깥 어딘가로 옮겨버린 덕이 크다. 그 어딘가는 오염물질에 뒤덮일 수밖에 없다.


섬유 쓰레기로 뒤덮인 방글라데시. 전세계 의류 생산량 순위 2위의 나라.

출처: https://youtu.be/sKsloL7vUJ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