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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 Feb 16. 2019

심리테스트 좋아하세요?

심리테스트의 심리학, 그리고 진짜 심리학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심리 테스트의 한 형태. A를 고른 사람은 부드러운 성품과 주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헛소리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심리테스트를 좋아합니다. 왤까요? 물론 재미있어서 입니다. 어디서 그 재미가 나오는 걸까요? 신비주의적 눈가림에서 온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인지 자세히 이야기 해 보지요. 


흔히 사람들이 재미삼아 즐기곤 하는 심리테스트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릅니다 (행동 a). 2. 그 선택지를 고른 이유는 테스트 대상자가 이러저러한 마음을 (마음 A)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오, 맞는 것 같애' 라거나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즐거워합니다. 바로 저 1과 2 사이에 제가 신비주의적 눈가림이라고 부른 것이 존재합니다. 마음 A 일 경우 행동 a 를 하게 되는 그 이유가 제시되지 않음으로써 (가려짐으로써) 신비로움이 발생하는 것이고, 바로 이 신비를 마주하는 데서 즐거움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마술쇼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람들은 어떻게 모자에서 비둘기가 나오게 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신기하게 느끼고, 이 감각은 하나의 즐거움으로 경험됩니다. 사람들은 즐거운 감각을 추구하며, 그걸 즐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도 하지요. 종종 사람들은 의사를 평가할 때, 의사가 환자의 말도 듣지 않고 눈만 들여다 보고도 (혹은 맥만 짚어 보고도) "이러저러한 증상을 겪고 있지요?" 라고 말하면 박수를 치며 용하다고 찬탄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에서 무엇을 알아내는 과정이 장막에 가려져 신비로 남기 때문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환자들이 그들이 겪고 있는 증상을 최대한 자세히 말해야 하고, 의사는 축적된 정보에 근거해 원인-질병을 추정하죠. 여기엔 어떤 신비도 없습니다. 


실제 심리학의 방법론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런 저런 심리테스트는 행동 a 에서 마음 A 를 추론하는 과정을 비밀에 부칩니다. 하지만 심리학적 연구에서는 어떤 심리학자가 행동 a 일 경우 마음 A 이다, 라는 추론을 제시할 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철저히, 자세히 밝힙니다. 


전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마음 A 를 제대로 관측할 수 있는 어떤 방법 (이미 적합성이 검증된 테스트라든지, 검사 대상자 본인의 진술이라든지) 을 통해 마음 A 가 존재하는지 살피고, 동시에 행동 a 도 이루어지는지 살펴서, 정말로 마음 A 이면 행동 a 가 이루어지는 지 확인합니다. 실제로 그렇다고 확인될 경우 이것이 하나의 관측된 사실로 놓이게 되고, 이것을 설명하기 위한 이런 저런 가설을 제시합니다. 이 가설들이 대중 심리 테스트에서와 달리 숨겨지는 대신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입니다.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은 신비화가 아니라 탈신비화를 추구합니다. 따라서 인터넷에 돌아다니거나 이런 저런 월간지의 한 쪽 구석에 실리는 심리테스트는 심리학과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항에 놓인다고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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