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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싸이 Apr 18. 2016

불온 영화,
"책을 버리고 거리를 나가자"

유싸이의 씨네토크


유싸이는 제 이름 (한) 유상이를 동남 방언으로 읽었을 때의 발음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싸이입니다.

오늘은 브런치로만 치면 저의 첫 번째 영화 후기가 되겠습니다.



테라야마 슈지가 자신의 책을 그대도 영화로 연출한 1971년도 작품!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입니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의 서문을 인용한 제목이죠.)



그럼! 시작토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아방가르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위 영화라고 번역되죠.



그냥 정의 정도만 알아두죠...ㅋㅋ


1) 전통적, 보수적 예술


2) 상업화, 자본화된 예술. 


3)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예술을 하길 추구했던 예술. 

우리가 흔히 아는 모더니즘 예술.


4) 1번의 시대착오성, 2번의 천민자본주의 속성, 

3번의 폐쇄성과 기성 세력화됨을 비판하는 예술. 

(이게 바로 아방가르드(전위) 예술입니다!)






그럼 "책을 버리고 거리를 나가자"라는 영화와 

동명의 책을 저작한 테라야마 슈지는 어떤 사람인가?


.. 에 대해 알아본다면.





테라야마 슈지(1935~1983)는 영화감독이자 

시인, 극작가, 하이쿠, 평론가, 에세이, 사진작가 등등을 겸하면서

각각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일본에서는 엄청난 기린아로 추앙받으며, 

동시에 그 비범하고 과격한 성향 때문에

학부모나 교사들에겐 기피대상이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단적인 예로 아라노 세이주라는 평론가는 자신의 초등학생 시절, 

교사가 "너희들은 이다음에 크더라도 테라야마의 책을 읽는 사람이 되지 마라"는

다소 주옥(?) 같은 명언을 듣고, 테라야마의 책의 후면에 이 사실을 기록한 바 있죠.



한마디로 47세에 요절한 일본의 천재 예술인입니다.





현재는 절판되었지만, 도서관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테라야마 감독이 작가로서 쓴 위 사진의 책을 봤는데, 

영화만큼 정말 가치관을 파괴시켜버립니다.


아, 그래도 웬만하면 책부터 보세요. 잘 몰랐던 영화 장면이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책의 충격적인 내용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정의는 낙관적 정치용어에 불과하다!

모든 이와 성교를!!

역사 따위는 믿지 않는다!!!

당신도 야쿠자가 될 수 있다!!!!

자살학, 가출 입문!!!!!



무섭죠? 근데 더 무서운 게 있습니다.



바로 단순히 "그저 센"주장만을 하며 억지 이유를 들이미는 게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하되 차근차근 부드럽게 논리와 근거를 들이밀어

독자를 설득시켜 버립니다. 아주 무섭습니다..








아이고 참 오래도 소개한다.

그러면 도대체 영화는 무슨 내용이냐?




도벽이 있는 할머니, 사회 부적응자 전범 아버지, 토끼에만 집착하는 자폐증 여동생. 

마사루가 비정상적인 가족과 가혹한 현실을 견디는 방법은 

하늘을 나는 환상에 빠지는 것뿐. 

그 발칙한 상상력으로 한 가정의 파멸을 그린다.


... 라는 게 줄거리입니다.




흠.. 여기까지는 다소 독특한 설정이 가미된 비교적 평범한(?) 영화 같죠?

글쎄요.




사실 이 영화에는 줄거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감독이 다양한 영화적 언어를 실험하기 위해 

그저 일종의 개연성을 준 걸로 보이거든요.





영화는 처음에 영사기가 고장 난 것처럼 소리만 나오다가 

몇십 초 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초반부터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끝무렵에선 한 명의 배우로서 관객에게 다시 말을 건넵니다.

주된 말은 "결국 여기(극장) 죽치고 앉아 있어봤자 별거 없다"라는 거죠.




감독은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라는 제목에 더 나아가

 '극장에서 뛰쳐나와 거리로 나가자'라며 말하고자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위 책에 나온 주장들을 곳곳에 삽입된 주인공의 환상으로 옮깁니다.





가령,


책에서 작가가 빠른 속도는 실존의 세계라며 스피드를 예찬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 영향인지 주인공이 끊임없이 달리는 장면이 초반부에 계속 길게 나오거나





또 작가가 만들어낸 말이자 가장 중요한 주장 중 하나인 

일점호화주의! + 일점파과주의! + 자살학(?)을 뜻하는 큰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조선인 동포가 행글라이더를 타고 (사회적 타살이 아닌) 정치적 자살을 하기 위해 

한반도로 가다 추락한 이야기를 주인공이 동경하는 내용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일점호화주의란 본분과 신분에 맞게 지출을 조절하고, 

계획적으로 건실하게 생활하는 것의 반대말이며 

이는 정년까지의 생활계획이 완전히 틀에 박혀버리는 사태를 탈피하게 위해

자신의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자는 말입니다. 


예컨대 지출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거나 

소위 쓸데없어 보이는 취미 같은 거에다 몰빵 하는 것도 말할 수 있죠. 


일점파괴주의는 여기서 가출 & 이사를 권유하는 게 포함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보랏빛 가득한 바탕 아래,

재일조선인이 절망스럽게, 그러나 나지막이 말을 내뱉는 장면입니다.


"중학교 때 공원에서 작은 도마뱀을 잡았다"

"코카콜라 병에 넣고 길렀는데 자라자 빠져나오지 못했다"


"코카콜라 병에 갇힌 도마뱀!"

"코카콜라 병에 갇힌 도마뱀!"


"빠져나올 힘이 있느냐!"


"그러냐, 일본?"

"그러냐, 일본?"




해석이 많이 갈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국가 대 개인' 혹은 '국가 대 국가'로 볼 수 있음 직해 보입니다만,

생각과 상상은 여러분께.







이처럼 비록 책 없이는 이해하기가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영화의 중간마다 저와 비슷한 감독의 사상과 주장을 조금씩 느낄 수 있어

 저에겐 바이블 같은 책과 영화라고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일점호화주의"를 실천할 때까지.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일점빈약주의"를 실천할 때까지.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일점파괴주의"를 실천할 때까지.


그때까지 전 이 책과 이 영화를 항상 끼고 살겠지요.



그럼 그때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과연 코카콜라 병에서 빠져나올 힘이 있느냐, 

나? 너? 우리?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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