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만 울고 갈게요

by 서녘 나루

밤사이 천둥 번개가 요란하더니, 비가 많이 내렸었나 보다. 창 밖으로 보이는 수변 공원 물줄기가 뿌옇다.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꺾일 줄 모르던 더위도 한풀 꺾이려는가,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아 끝없는 심연이다.

매일 밤 정신이 몽롱할 만큼 드라마에 빠져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집안일은 손을 놓은 지 오래다. 거실 탁자는 무언가로 가득 찼고 부엌의 식사 테이블도 그득해졌다. 정리를 하려 해도 무기력이 내 몸을 끌어 잡아당기니 자꾸만 땅속으로 꺼지는 듯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것도 해낼 기력이 없다.


그리고, 가끔 운다.

눈은 멍하니 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저 숨죽이며 화면을 응시할 뿐.

어느새 소리 없이 운다.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불거져 나오는 통곡.

나의 신음에 통증하며 꾹꾹 눌러담는 슬픔.

매일 밤 그렇게 드라마를 핑계로 슬픔을 이기지도 지우지도 못하고. 그저 참아낼밖에.

어디서부터인지, 언제부터인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슬픔이 슬퍼서 슬픔에 빠져든다.


이렇게 오래 삶을 놓은 적이 있었을까.

그저 갱년기의 허무함이나 무기력함에 지배당한 것이라고 핑계를 대 보지만,.

지난 2년 동안 연거푸 불어닥친 사별의 아픔

이제 와서 나를 무두질하는 것이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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