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열 걸음
빗소리를 들으면 아무 일 없던 날도 센치해진다. 빗방울이 지붕이나 간판에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리듬은 우리를 더 차분한 상태로 만들어주는데, 나는 이럴 때 음악을 듣는다. 특히 비 오는 날 듣는 음악은 특별한데, 일의 효율이 늘어날 수도 있고, 책을 더 의미 있게 읽을 수도 있으며, 그저 음악에 푹 빠지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음악을 많이 듣는 입장으로서 비 오는 날은 특별한 이벤트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비 오는 날 들었던 몇 음악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찾아 듣게 만들어 준다. 이번에도 나의 사심이 100퍼센트 들어간 리스트이다.
https://youtu.be/s3uPXokhpnA?si=HUEH3jAj_VAMpmDG
시공을 관통하는 세련된 노래
인트로부터 비가 오는 날에 너무 잘 맞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빠른 리듬의 노래는 아니지만 리듬을 타게 만드는 노래인데 당시 유행하던 일본의 시티팝의 아성을 충분히 따라잡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도 손에 꼽는 세련되고 멋진 노래 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이 노래만큼 리듬을 타게 만드는 이 리듬의 노래는 별로 없다. 비가 오는 날 이 노래를 들으면 난시로인해 좀 짜증이 나는 길거리의 가로등들이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
https://youtu.be/-f-bGrnh0Xo?si=pOczugH-N5Tq0hry
천재적인 노래의 교과서
이 노래를 들으면 내가 막 20살이 되었을 때 친구와 같이 노래를 코인 노래방에서 불렀던 기억이 난다. 둘 다 중학생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워낙 둘 다 노래방이나 그런 곳은 가본 적도 없는 숙맥들이었는데, 처음으로 내 친구의 노래를 들었던 곡이다. 꽤 충격적이었지만 너무 좋은 노래였기에 깜짝 놀랐고, 이 곡이 당시 예능인으로 알고 있던 윤종신의 곡이라는 거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원래 가수였다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잘 만들었다는 게 참 놀라웠다. 지금도 윤종신 하면 생각나는 곡이자 천재적인 곡이라 생각한다.
https://youtu.be/6xcY-NJGdzg?si=72a6MuXeeFTHrXeJ
센치해지고 싶다면 이 노래보다 좋은 곡이 거의 없다.
이문세의 목소리엔 정말 굉장한 힘이 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도 당연히 엄청나지만 그 당시의 시대의 감정을 정말로 진하게 앨범에서 내는 곡마다 담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곡이 당시 시대의 감정을 담고 있고, 매 앨범마다 당연히 시대가 달라지니 담겨있는 감정이 다르다. 나는 이 당시의 이문세는 이길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10대 시절에 이 노래를 듣자마자 나의 교복이 당시 어머니 아버지 시대의 검은색 교복으로 바뀌는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가을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https://youtu.be/WEEnt4q6tVU?si=fuxD1i3RhAsSTh-M
어머니의 카세트테이프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했다.
전형적인 발라드이지만 담담한 김민우의 보컬이 더 깊게 느껴지는 곡이다. 특히 그의 맑은 고음이 정말로 풋풋한 청년이 빗속에서 부르는듯한 느낌을 준다. 비 오는 날 어머니와 같이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이 노래를 어두운 방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나는 음악을 좀 들어야 자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렸을 적 추억과 어머니의 품속이 많이 떠오른다.
소나기처럼 몰아치지만 조용히 나를 감정에 젖게하는 곡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곡이다. 나미의 비음 섞인 유니크하고 아름다운 보컬에서 몰아치는 슬픈 인연은 어떤 가수가 리메이크를 한다 해도 따라가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 아마 당시 시대상과 일본 작곡가의 세련된 작곡의 시너지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 오는 날 해지기 전에 들으면 정말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
https://youtu.be/Jvcrcf7fpE8?si=MlPfXJ4_C0vMzjEy
명곡 중에 명곡
부활은 비와 참 잘 어울린다. 김태원이 비를 좋아한다 말한 적도 있고, 그의 노래는 비와 언제나 연관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의 감정을 김태원만큼 기타와 곡에 잘 담아내는 아티스트는 국내에서는 거의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의 곡을 가장 잘 받쳐주는 보컬은 이승철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둘의 관계는 참 어긋나고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한 번이라도 만나 앨범을 만들어준 것은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사의 축복이 아닐까 한다.
https://youtu.be/DVlTB3_DAyE?si=bhKZsVE6K-sQXuZO
어째서 노래가 타임머신이라 불리는지 말해주는 곡
가장 진한 시대의 향을 이 노래에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이 시대에 살지 않았어도 추억이 떠오르게 만들어주는 곡인데, 나도 어릴 적 서울에서 살 때 달동네에서 살던 친구와 아래 도심에서 보건소 앞 만둣집 아들과 놀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는 곡이다. 사실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는 우주에 살고 있는 우리가 유일하게 과거를 볼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가 노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
https://youtu.be/IOMcf5dxEdI?si=c_B8ESYrMnjqMlXD
산울림의 노래는 세피아 색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늦은 밤 택시를 탈 때 라디오에서 산울림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 마치 아버지의 차 안에서 세피아 색의 가로등들 사이로 달리던 추억에 잠시 빠져 현재의 고단함이 잠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음질이 조금 깨지는 오래된 라디오특유의 주파수 노이즈가 들리며 이 노래를 듣는다면 조금은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https://youtu.be/lZaOiTaFYks?si=wLikuyDuh_r9e2-Q
비 오는 날, 비처럼 음악처럼
비 오는 날 이 노래는 선택 아닌 필수 라고 할 수 있다. 라디오방송에서도 비 오는 날 한 번은 추천되는 곡이자 김현식의 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김현식 초기의 거칠지만 아름다운 미성 같은 보컬은 이 노래의 매력을 100퍼센트 살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참 몽환적인 보컬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꿈을 꾸는 것처럼 비를 보며 노래를 듣는 나를 한 시간 후에 발견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bSNM_agPnK4?si=9Z8o4rhAY9C8yLuv
터지는 울음을 참다 비 오는 소리에 맞춰 오열하는듯한 곡
파란 새벽 길거리의 비 오는 풍경을 그리고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을 어떤 노래보다 잘 표현한 노래이자 들국화의 노래 중에서도 손에 꼽힐정도로 아름다운 곡이라 생각한다. 시릴정도로 아픈 감정을 표현하는 곡인데, 정말 노래 전체가 파랗다는 느낌을 받은 곡이다. 들국화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들을 때마다 노래의 몰려오는 파도 같은 감정에 압도되어 푹 빠져 듣게 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은 특별하다. 그런 날을 그저 음악 없이 보내는 것보단 따뜻한 커피와 좋은 노래와 함께하면 굉장히 뜻깊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리스트 외에도 비와 잘 어울리는 곡은 정말 많다. 비 오는 날은 우리에게 몸과 영혼을 쉬게 해주는 기적과 같은 날이라 생각한다.
비는 늘 같은 소리로 내리지만, 그날 들었던 음악은 매번 다른 의미로 남는다. 어떤 날은 추억을 꺼내게 하고, 어떤 날은 잊고 싶던 마음을 다시 불러낸다. 하지만 결국 음악은 우리를 위로한다. 창밖의 빗소리와 함께 흘러가는 노래 한 곡이, 잠시나마 세상을 멈추게 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어주니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비 오는 날이면 음악을 찾는다 — 그건 단지 ‘소리’가 아니라,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기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