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없이 점령하라 3편-트럼프와 오만의 날개

활공인가, 추락인가

by kim
“…그러나 젊은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더 높이, 더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 뜨거운 태양은 밀랍을 녹였고, 그의 날개는 흩어졌다. 그는 외쳤다 — 아버지! — 하지만 푸른 바다로 곤두박질치며 그 이름은 이카리아 해에 남았다.”


이 글이 설마 3편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만큼 트럼프와 미국 그리고 전쟁의 이 미묘한 관계는 언급할 것도 자료를 알아봐야 하는 것도 참 많이 복잡한 상황이다. 그만큼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흔드는 트럼프에게 점점 칼끝이 향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인인 나에게도 꽤 친숙한 인물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나 홀로 집에 2에서 트럼프 타워에서 카메오로 주인공인 케빈에게 길을 알려주는 역할로 나와 처음으로 만났다. 그 이후에는 WWE에서 전 회장인 빈스맥마흔과 삭발을 걸고 그와 대리 선수를 붙여 대결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만큼 그는 미국 정치인치고는 꽤 국민에게 친화적인 인물이다. 한국인인 나에게도 어느 정도 친화적인 이미지라면 미국인에겐 아주 가까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게 트럼프의 강점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실패한 국민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가 본인의 사업적 실패를 뒤로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하여 본인의 유능한 사업가 이미지를 다시 만들기 위하여 티브이 쇼를 이용하게 된다. 그게 바로 2004년 NBC의 <The Apprentice>다.


"You're fired!(넌 해고야!)" 트럼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행어이자 평생 그를 따라다니는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그는 티브이쇼에서 냉철한 사업가이자 조금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고, 이 모습이 미국인들에게는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티브이쇼의 엄청난 성공과 함께 트럼프는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날렸고 그 신호탄은 그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기도 하였다.


Donald_Trump_official_portrait.jpg 출처:Official White House Portrait, 2017. Public domain.


그런 그가 다시 한번 재선에 성공을 하였다. 바이든 정부에 실망한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카리스마를 원했다. 민주당에선 원래 대선주자였던 바이든 대통령마저 버리고 부통령이었던 카밀라 해리스를 대선주자로 세워 트럼프에게 도전하였다. 그녀는 국민들에게 본인의 어렸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국민들에게 다가가려 하였지만 결국 다가가지 못하였고, 민주당 역시 경제적인 정책에서 결국 트럼프와 공화당의 전략을 넘지 못하였다.


트럼프에게 이제 무서운 것은 없다.


백악관은 그의 예스맨들로 채워지게 되었고, 상원과 하원 모두 압도적이진 않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이며 공화당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그는 급진적으로 정책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 그의 마지막 정치 인생이자 유산을 남길 기회이기도 하다. 그의 발언은 더욱 거침이 없어지고 더욱 거칠어져 갔다. 그런 그의 치세는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각국의 정상들은 그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협상을 요청하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와 푸틴은 조금 더 본인들에게 유리한 전장의 모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전쟁에 어쩌면 세계의 정세 평화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쟁을 끝낸 영웅의 모습에 관심이 있어 보이고 마치 미국의 40대 대통령 레이건의 재림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출처: Official White House Portrait, 1981. Public domain.

레이건, 미국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세계적인 역사로 봐도 빼놓을 수 없는 대통령인데 바로 냉전을 종식시키고 결국 미국을 세계의 최강국으로 올려놓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레이건을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언급한적이 있다. 본인의 이름을 레이건처럼 세계에 남기고 싶어 하고 그에게 전쟁은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저번 편에서 언급했듯 트럼프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하기 원하며 그 협상을 주도하며 영웅이 되는 모습을 꿈꾸었을 것이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관세정책에서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면서도 90일의 유예를 주며 각국의 정상들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런 급진적인 행보에서 세계 각국에서 비난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트럼프의 러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를 저울질하는 행위에서 위험한 그의 활공이 이어지고 있다. 제1 세계의 리더인 트럼프가 제2 세계의 과거의 맹주이자 지금도 엄청난 목소리가 있는 러시아의 푸틴과 유럽의 각국 정상들의 안보를 저울질하면서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 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그런 그의 행보에 군비를 늘리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즉 제1 세계의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동북아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게도 여전히 방위비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을 계속해서 하고 있고 마치 미군이 한국에게 봉사를 하고 있는 듯 발언하였다. 언제나 미군은 봉사를 위해 군을 움직인 적은 없고,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아시아 대륙의 초입인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이기에 미군이 주둔을 하는 이유인데도 트럼프가 애써 무시하는 현실 중 하나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담화에서도 광물협정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젤렌스키가 요구하는 안전망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의 계산에 러시아가 언제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적극적인 안전망 제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망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NATO의 큰 손이었던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행보는 그에게 양날의 칼날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인 계산은 날카롭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이 높고 리스크가 큰 정책들이다. NATO의 약화 그리고 러시아에게 사실상 승리나 다름없는 상황을 제공한다면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비난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세계의 패권을 가진 미국이 패배의 주원인을 제공한다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굉장히 쉽게 해 볼 수 있다. 침략자에겐 명분이란 없기 때문이다. 고대 정치부터 현재까지 바뀌지 않는 몇 안 되는 법칙 중에 하나다.


예스맨으로 가득 채워진 백악관과 그리고 모든 칼을 쥐고 있는 트럼프에게 변명의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고 칼끝은 그에게 향할 것이다. 모든 영광도 본인에게 있지만 모든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 그의 비즈니스적인 실패에서 파산을 신청할 때는 법적인 제도를 이용하여 본인의 개인자산은 피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영리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는 다르다. 국제 정세는 물론 힘으로 정해지는 부분이 많지만 언제나 강대국을 위기로 빠지게 한건 군주의 오만한 생각과 명분을 잃어버린 행동들이었다.


사람들의 기억은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감정은 그 기억보다 오래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활공은 마치 높은 하늘로 올라가는 거 같지만 그 활공은 결국 헬리오스의 분노를 사게 된다. 결국 트럼프도 일개 사람이고 4년 후에는 권력은 넘겨주게 된다. 3선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지만 수정헌법 제22조가 있는 한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3선의 대통령이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 관계와 그 힘의 논리에서 과거는 언제나 영향을 미치고 명분이 없는 무력은 오만함이 되어 그 힘을 끝까지 펼칠 수가 없다. 세계 최강국의 미국은 언제나 연합국의 리더였고 1 세계의 맹주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지축을 흔들고 있다. 이 위험한 도박의 끝은 알 수 없다. 안전하게 활공을 끝까지 할지 아니면 이미 밀랍이 녹고 있는 날개를 너무 맹신하여 떨어지고 있는지는 오직 미래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카로스는 그의 오만이 날개를 녹이고 이카리아 해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의 아버지였던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하늘에 닿으려 하자 헬리오스와 포세이돈의 벌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자만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촉구합니다 —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행동하며 양쪽 모두를 똑같이 잘못했다고 치부하려는 유혹, 역사의 사실을 외면하고 ‘악의 제국’이 가진 공격적인 본성을 무시하려는 유혹 말입니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레이건의 1983년 3월 8일의 연설문의중에 한 내용이다. 당시 냉전의 한복판에서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판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와의 화평을 이끌어내고 그때 전략무기감축협정의 물꼬를 튼 것도 레이건이다. 오만하지 않고 언제나 경계하며 옮음과 그름의 싸움에서 물러 나지 않은 그의 혜안이었다. 트럼프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 미궁의 입구일까? 아니면 그저 오만에 취해 헬리오스의 분노에 다가가는 것일까?


모든 날개는 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높이를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비상이 아니라 추락의 시작일 뿐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PICRYL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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