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 불안과 아름다움이 춤추는 입문곡 Top10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네 걸음

by kim

불안과 아름다움, 꽃잎처럼 흩날리지만 강철처럼 굳건한 음악성으로 평단과 대중의 열광을 지금도 이끌어내는 밴드, 바로 라디오헤드다. 한국에서는 ‘Creep’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이 곡 하나만으로 라디오헤드를 즐기기에는 너무 아쉽다.


라디오헤드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멤버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하지만, 앨범 홍보나 미디어 노출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만으로 평단과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1985년 데뷔한 이 밴드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색깔로 등장했고, ‘Creep’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들은 안주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음악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자기 복제를 거부하며 더 깊은 음악의 세계로 나아갔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전위적으로 변할수록 오히려 앨범에 대한 대중적 지지와 평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처음 라디오헤드를 들었을 때, ‘Creep’에서 느껴지던 톰 요크의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보컬은 이후 앨범에서 하나의 악기처럼 곡을 이끌었다. 가사가 분명히 있음에도 연주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밴드의 음악은, 입문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밴드 역시 앨범으로 들어야 진짜 좋은 밴드지만 입문곡을 통해 그들의 매력을 알아가고 듣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사심 100퍼센트를 채워서 Creep을 제외한 입문곡 리스트를 만들어 보겠다.


10. Prove Yourself (1집 Pablo Honey)

https://youtu.be/o6Hqe1qKUhA?si=pmLD7VNFxfs_aZbx


Creep이 아니어도 이 앨범이 빛이 나는 이유 중에 하나

1집은 성공했지만 또 평가가 앨범 퀄리티에 비례해도 좀 박한 평가가 있는 앨범이다. 아마 라디오 헤드의 전위적인 느낌은 거의 없고 상업적인 부분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이야 말로 톰요크의 날것의 비명과 보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톰요크의 고음과 반복적인 후렴 그리고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기타 솔로 연주가 합쳐진 곡이라 생각한다. 대부분 라디오헤드의 곡들은 밤에 들어야 제맛이지만 이곡은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며 들으면 노을이 훨씬 아름다워지는 곡이다.



9.Black Star(2집 The Bends)

https://youtu.be/d7lbzUUXj0k?si=KkX71wTT1ni-Q11U


같이 울어주는 노래, 같이 앉아서 나를 들어주는 노래

2집도 굉장히 유명하고 좋은 노래가 많다. 특히 1집의 그런지스러운 느낌이 많이 벗어나고 점점 본인들의 음악에 빠져들어가는 전환기의 앨범이자 명곡이 포진해 있는 앨범이다. 앨범 표지가 예전에 밴드음악들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다 들으면 저 표정이 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기억한다. 이 곡은 특이하게 페이드인 하며 들어오는데 바로 들려오는 톰요크의 보컬이 폐부를 찌른다. 우울할 때 듣기에 좋은 곡이다. 슬픈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음악들은 나도 슬픈데 자기만 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곡은 같이 울어주고 마치 내 얘기를 들어주는듯한 노래다. 일 마치고 들어올 때 이 곡을 듣다가 눈물을 조금 흘린 기억이 있다.



8. Fake Plastic Trees (2집 The Bends)

https://youtu.be/6gDhsUWCHrg?si=C8oBMkQfu9KqtnGf


난 너를 사랑하지만 불안하고 공허해! 하지만 사랑해!


몇 없는 아주 귀중한 라디오헤드식 사랑노래다. 정확히는 사랑을 하는 감정에서 올라오는 공허함과 가짜 같은 감정의 복잡한 내면을 포함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2집에서 말이 필요 없는 명곡이자 중간 기타 솔로는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아름다운 기타 솔로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들어간다 생각한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자 거스를 수 없는 감정이고 이 감정에서 오는 불안함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노래는 몇 없을 것이다. 2집의 high and dry와 함께 가장 초기 라디오헤드를 대표하는 명곡이므로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7.Let Down(3집 OK Computer)

https://youtu.be/duBCwvC1kP4?si=D80vmKcCII6U6jku


음악인데 눈이 부시다. 그만큼 아름다운 노래


3집은 다 들어야 한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천을 한다면 이 곡이 빠질 수 없다. 곡 전체가 아름답다. 특히 후반부에 톰요크의 오버더빙으로 만드는 하모니는 영원히 이 곡을 잃어버릴 수 없게 만든다. 가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지만 멜로디는 밝은 느낌이 난다. 그 간격에서 오는 거친 느낌이 있는데 그 거친 느낌이 나를 겨울 눈 속에 파묻히게 만드는 느낌이다. 분명 따뜻할 거 같은데 차갑지만 또 따뜻한 느낌이다.



6. Paranoid Android(3집 OK Computer)

https://youtu.be/YTH8cxXBGBo?si=Oc8I9jD6B-GKXSlZ


6분 27초 동안 휘몰아치는 편집증과 우울증을 표현한 광기의 태풍, 라디오헤드의 Bohemian Rhapsody


노래 하나에 5가지 구조가 들어 있는 곡은 지금 현대에도 흔치 않다. 특히 5가지 구조가 들어있어도 각 파트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 느낌은 준다는 것은 혁명에 가깝다. 가사가 난해하지만 톰요크는 미팅 중에 만난 마약에 찌든 사람을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 하였는데 곡의 흐름상 그게 가장 맞을 것이라 본다. 6분이 넘는 긴 곡에 수많은 장르와 악기가 뛰어놀고 들으면서 압도되는 곡이라 생각한다. 마치 퀸 Bohemian Rhapsody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이 곡만 하루 종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곡이다. 정말로. 그러나 충격적으로 좋다.



5. Knives Out(5집 Amnesiac)

https://youtu.be/jhsyc81VcB4?si=X2YBUhNI40RlFXLD


조용한 분노, 차가운 살의

톰요크의 분노를 담은 곡이라 말할 수 있다. 마치 미스터리 소설에 나올듯한 가사들의 내용은 간담이 서늘하게 만든다. 당시 톰요크와 밴드 멤버들은 굉장히 예민해져있었다 한다. 크랙 매거진 인터뷰를 보면 당시에 멤버들은 OK Computer의 성공 이후 지쳐가고 많은 것이 망가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다. 아마 그 감정이 새어 나온 곡이 아닐까 한다.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하지 않는다. 이게 중요한 거다. 간담이 서늘하지만 거기서 멈춰 서서 바라보는 곡이다. 여름에 정말 더운 날에 자주 들었던 곡이다.



4. How to Disappear Completely(4집 Kid A)

https://youtu.be/6W6HhdqA95w?si=OeKKIp9193XAqXlb


밤에 텅 빈 공터에서 들어보면 우주에서 유영하는 느낌을 주는 노래

4집에서 라디오헤드는 더욱 전위적으로 변한다. 그들은 공간감을 극도로 활용하였고 그 결과물이 이 노래라고 나는 느낀다. 개인적으로 추억이 많은 곡인데 군대를 가기 전에 체력을 키우고 싶어서 자주 운동장을 밤에 뛰었다. 당시에 이 노래가 그날 운동장의 밤하늘과 별들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거 같아 참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전위적인 음악에 대한 거부감이 들 때 입문하기 비교적 어렵지 않은 트랙이라 생각한다.



3.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4집 Kid A)

https://youtu.be/NUnXxh5U25Y?si=4OXBBJzgmZWDZozS


꼭 라이브를 들어야 하는 곡, 중독적이고 불안정한 멜로디지만 가사는 모든 게 제자리에 있다는 모순


라디오헤드는 라이브의 퀄리티가 매우 높은 밴드로 유명하다. 이 곡은 그런 그들의 라이브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좋은데 톰요크의 신시사이저 연주와 함께 공연장을 울리는 거대한 드럼과 같이 시작하는 도입부는 왕이 마치 무대에서 연주하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톰 요크는 이 곡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불협화음과 여러 가지 노이즈를 넣기도 하였지만 모든 것이 조화되어서 들린다. 불안정한 멜로디지만 가사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것. 모순되었지만 매력적이다.



2. Nude (7집 In Rainbow)

https://youtu.be/4-aiSnnghQk?si=QXoG7VbZA_9ZNnD2


라디오헤드의 음악적인 예술적인 감각의 정점, 소리로 보는 명작


라디오헤드가 무엇을 음악적으로 추구했는지 이 곡에서 많은 게 드러난다. 그들은 새로운 음악을 원했고 새로운 소리를 원했다. 그러나 대중과 완전히 멀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듣다 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시각적으로 보이는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밤에 버스를 기다리며 들었는데 늦은 시간이어도 차가 많았다. 그 순간 배경이 수채화처럼 보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1. True Love Waits (9집 A Moon Shaped Pool)

https://youtu.be/WSnc_6Z7HqQ?si=xf_2QWuz03zSKTC4


가장 개인적인 노래로 시작해 넓어진 음악적 세계관이 다시 가장 개인에게로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라디오헤드의 미 발매곡이다. 가장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한듯한 가사와 아름다운 피아노 그리고 여러 가지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다. 이 곡은 톰요크가 사별한 전 부인 레이쳏 오웬을 회상하는듯한 느낌이 강한 곡이다. 이 곡은 2집이 나오던 시기부터 발매되진 않지만 종종 부르는 곡이었다. 21년 동안 나오지 음원으로 나오지 않던 곡인데 그만큼 많은 버전이 있다. 특히 라이브 버전의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는 버전이 있는데 원곡과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라디오헤드는 지금까지 가장 넓은 의미로 곡을 쓰고 사회를 바라보았다. 이번 곡은 그런 느낌을 많이 덜어내고 다시 1집과 2집에서 보인 개인적인 감정으로 돌아왔다. 가장 진실한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담담한 말에 나도 모르게 다시 나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 사랑이라는 건 어쩌면 많은 것들의 해답이 될 수 있다. 가장 넓은 의미의 사회적인 문제들을 꾸준히 본 그들이 다시 돌아온 앨범의 가장 마지막곡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개인적인 일이 가장 세계적인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닐지 모른다. 물론 팬서비스의 느낌이 강한 앨범이지만 그들의 메시지가 잘 녹여져 나온 정규 9집이기에 그 메시지가 팬서비스라는 말에 희석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오늘도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조용히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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