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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진 May 27. 2015

# 두 번째 이름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기_캄보디아

#

캄보디아 말로 '봉'은 영어로 'elder' 의미이다. 


'언니'라는 단어로 예를 들자면 

'봉=손윗 사람' 

'여자=스레이'

'언니=봉 스레이'


캄보디아 말 '봉'에 내 이름 진화에 '진'을 붙여 '봉진'이라고 불렸다.

'봉'은 손위 사람을 부르는 호칭인데 호칭이 아닌 이름의  완전체처럼 느껴져서

'봉진'이 이름이 된 거 같았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많이 불렸던 이름. 내 두 번째 이름은 그렇게 캄보디아 친구들이 만들어준 샘이다.



#

캄보디아 어린 조카들이 '봉진'이라고 처음 불러 주었을 때, 

동네 어른들도 까르르, 나도 까르르, 아이들도 까르르 웃었다.

그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뿐인데 나는 그들과 더욱 친밀해졌다.

동네 꼬마들이 '봉진'이라 불러 보고 도망쳐도, 놀리듯 불러대도 그냥 다 좋았다.

누군가 나를 불러주면 좋을 이름이 처음 생겼다.




2012년 1월 캄보디아로 갈 때, 여러가지 설명이 필요했다.

캄보디아 왜가? 거기서 뭐해? 거기 뭐하는 곳인데?

지금 꼭 가야 해? 그래서?


질문의 질문들 그리고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현실.


'캄보디아 패브릭 만드는 공동체에 자원활동가로 갈래'라고

내겐 한 줄이면 충분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질문들은 쏟아진다.

그동안 캄보디아에서 뭐했어?

이제 뭐 할 거야? 지금 너 하는 일이 뭐야?


전과 다르지 않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차분히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았던 캄보디아와 앞으로도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아 갈 이야기들.



#   

고엘에서 팔씨름하는 저녁.

  

열흘이 지났다. 
잘 지내는지 가장 많이 궁금해한다. 캄보디아에서 만난사람들까지도.
잘지낸다는 기준이 때때로 달라져서 대답에는 언제나 반박자 늦어지지만 잘먹고 잘싸고 잘자고 있다.

    

집에서 고엘을 오다가다 마주치며 눈인사 했던 휠체어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오늘 돌아가셨다. 

그 집앞을 지나면서 이제서야 '이곳에 살게됐구나' 하는 묵직한것이 목구멍을 꿀렁 넘어가버렸다.


                                                                                                                               2012.02.03 캄보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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