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따께오 입성기
#
따께오에 직조 자매들이 있다.
봉컨, 봉피업, 봉낭
세 자매는 나의 첫번째 직조 선생님들이다.
배낭 안에 며칠 묶을 짐을 싸서 따께오 작업장에 입성했을때,
언니들에게 직조만 배울 수 있다면 먹는 거 자는거 아무려면 어떠랴 마음만 앞섰다.
마음은 마음이고 생각은 생각이다.
나무 바닥 사이로 점같은 벌레들이 기어 올라왔고
전등을 키면 점보다 더 큰 벌레들이 모여 들었다.
모기장을 쳤지만 모기장 구멍보다 작은 벌레들이 존재했다.
첫날은 벌레와 친해지는 밤.
잠을 잤는지 안 잤는 지도 모르게 날을 밝았다.
모기장 밖으로는 점만한 벌레와 점보다 큰 벌레들이 흩뿌려지듯 죽어있었다.
#
간밤에 나에게 일어났던 벌레와의 사투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 얘길 호들갑 떨며 들어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괜한 기지개만 피면서
시골 아침을 맞이했다.
쏨낭은 간밤에 먹다 남은 찬밥으로 죽을 끊이고
할머니는 소에게 먹일 여물을 잘게 썰고
짠타는 넓디 넓은 마당에 물을 부리며 비질을 했다.
아무 것도 안하는 내 손이 부끄러워 곁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 빗자루를 들었지만,
어설펐다. 어설펐다. 어설펐다.
#
작업장에 동네 사람이 모이는 시간. 아침 7시 30분.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누구는 옆구리에 이제 갓 돌 지난 아이를 끼고 나타나고
누구는 오토바이에 애 셋을 태우고 나타났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았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듯 덩달아 신이 났다.
#
그 날 배운건 기억이 안 난다.
아침에 흰죽을 먹었고, 점심엔 흰 쌀밥에 오리알 프라이와 절임야채
저녁엔 생선구이에 맥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