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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寒露) 산책

by 봉진

2025년 10월 8일(화)

최저온도 25°/ 최고온도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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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되니 땅의 풍경이 달라졌다. 이른 추수를 마친 빈 논이 보이고, 배추와 무를 심은 밭들에서 초록초록 잎사귀가 올라와있다. 잘 꾸려진 김장 준비 밭들을 보면 배추, 무, 대파, 쪽파등 김장 준비가 야무지게 되어있다. 추수를 기다리는 벼들은 매일 봐도 지겹지 않다. 며칠 더 추수가 늦어져 오래 보면 좋겠다는 마음마저 든다.

추석 연휴 내내 흐렸던 날씨. 한로(寒露)를 맞이하여 먼 산책을 했다.

처음 가보는 산책길 어떤 풍경일지 궁금하고 이 길 너머에는 어떤 마을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섬진강과 만나는 대황강변 산책로에 사람이 드물어 조용히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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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따라 걷다 보면 떨어진 밤송이 도토리들이 보이고 비가 온 뒤라 낙엽도 후드드 떨어져 있다.

가을에는 뭐든 후드드 떨어져 흔적이 남긴 길 풍경을 자주 보게 된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나고 너른 평야도 보이고 과수원도 보였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축 늘어져 있다.

과수원 사과 농사가 잘 돼 보였다. 나무 한그루에 사과가 몇 개나 열린 지 대충 세보고 4박스는 나오려나? 요즘 사과 박스에는 사과가 몇 개나 들었을까 궁금해졌다. 몇 해 전 사과값이 금사과라 불릴 정도로 값이 올랐다고 했는데 요즘도 그런지 궁금했다. 과일 사는 일이 없으니 과일 물가에 무감각했다.

풍성하게 열린 사과 과수원 농부님이 부디 올해는 사과 농사로 넉넉해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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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후드드 떨어지는 가을에 산책은 볼 게 많아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뭐가 떨어졌다 궁금하고 뭐가 피었는지도 궁금하고 누가 돌보지 않는 길가에 자기들끼리 피고 지고 한다.


얼마 전 자주 다니던 산책하는 마을에 무화과 농장이 있어 무작정 가보았다. 시장, 마트 말고 농장에서 무화과를 직접 사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 들어가니 농장주 분은 이미 퇴근하고 안 계셨다. 다행히 무인판매도 하고 계셔서 냉장고에 있는 무화과를 구매할 수 있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작은 마트도 없는 한적한 마을이라 늘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살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 무화과라니! 시골 산책길에 이런 이벤트는 소소하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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