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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Feb 06. 2016

[4D 책리뷰] 자기 앞의 생 (로맹가리)

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 리뷰

<초간단 줄거리>

주인공: 모하메드(모모) (14살), 로자 아주머니, 하밀 할아버지, 나딘 아주머니


 주인공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보육원(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곳)에서 또래 아이들과 생활한다.

 로자 아주머니가 병이들어 모모는 아주머니를 보살핀다.

 로자 아주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모모는 그 곁을 떠나지 않고 보살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모모는 나딘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는다.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30's))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 30's))

- 죠르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40's)


※장소: 가자지구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자기 앞의 생 (로맹가리)





●데미얀: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번 모임은 <자기 앞의 생>을 다루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따뜻한 책으로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책입니다. 처음엔 따뜻하고 잔잔한 여운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또다른 눈물이 나더라구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전체적인 감상 한번 이야기할까요?


○보바뤼: 정말 눈물이 펑펑 났어요. 모모의 성숙함이 더욱 슬프게 했어요. 저를. 저런 아이 있으면 얼른 데려다 키우고 싶네요. 슬프면서도 중간중간 위트 있는 문장들. 아 정말 작가가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것 같았어요. 웃다가 울다가. ㅠㅠ


○횽길동: 감동이었음. 하지만 씁쓸한 부분도 많았음. 전체적인 배경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중심이다보니 아이의 눈에는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 정말 불편한 것들이 많았어요. 향은 좋은데 끝맛은 씁쓸한 느낌. 마냥 따뜻하게만은 느낄 수 없더라구요.


○거츠비: 저는 인생에 대한, 행복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따뜻하면서 진실되게 봤습니다. 슬픈 것도 잇었지만.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죠르바: 모모 네 이놈! 철을 너무 일찍 들었어. 철이 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철이 빨리 드는 것도 병이란 말야. 나도 어려을 때 잘 해주던 아주머니, 할아버지들이 있었지. 정말 그분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 펑펑 울었구만. 가족들 생각이 참 많이 났어.


●데미얀: 전체적으로 감정적인 반응이 많군요. 정말 줄거리는 크게 없죠.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적 배경이나 시간적 배경도 정말 규모가 작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 놀랍죠. 그럼 구체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 나누어 볼까요?


○데미얀: 아까 보바뤼님이 모모의 성숙함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잖아요. 성숙한 장면도 많이 나오지만 그에 반하는, 관심받고 싶어하는 꼬마의 모습도 많이 보였어요. 여기저기 똥 싸고, 일부로 도둑질하고, 춤추고.... 그런데 거의 초반에 달걀을 훔치고 혼나길 기다리는 장면이 있어요. 엄마한테 혼나듯이 혼나고 싶었는데, 뽀뽀가 날라오고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모모의 모습. 아 아이들은 얼마나 여린가. 하는 생각을 다시 했네요.


그녀는 일어서서 진열대로 가더니 달걀을 하나 더 집어서 내게 주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뽀뽀를 해 주었다. 한순간 나는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
나는 손에 달걀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다.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쯤이었고, 나는 내 생이 모두 거기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달걀 하나뿐이었는데.... p.18


○보바뤼: 맞아요. 순수하죠. 모모는~ 사랑스럽고. 저는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 쉬페르를 보내는 장면에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자신은 비록 힘들게 살고 있지만, 강아지에겐 더 좋은 삶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 돈도 받았다가 버렸잖아요? 정말 슬펐어요.


나는 녀석에게 멋진 삶을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가능하면 나 자신이 살고 싶었던 그런 삶을. p.29


○거츠비: 맞습니다. 저도 그 돈을 하수구에 버리는 장면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모모가 얼마나 순수한지 보여주는 장면 같았어요. 그 돈은 두 가지 역할을 하죠. 그 아주머니가 그정도를 지불할 능력이 되는가. 또 그 아주머니가 그정도로 쉬페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가. 저는 여기서 후자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사람들은 공짜로 무엇을 하면 그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비싸게 데려갔으니 귀하게 대할 거란 말이죠. 씁쓸하지만 모모는 전략적으로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봅니다.


○보바뤼: 그 사랑과 돈의 관계에서는 로자 아줌마한테 모모가 느끼는 감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이름으로 돈이 입금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슬퍼하잖아요. 사실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는 장면이거든요. 근데 그냥 대가없는 사랑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 모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로만 알았고, 또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 p.101


○죠르바: 근데 강아지도 그걸 원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냥 모모랑 하루라도 더 재미있게 지내면 되는거지! 모모가 더 사랑해주는 걸 원할 수도 있잖아. 난 그래서 더 슬펐는데. 결국 이별이라구. 아무리 포장해도.


○횽길동: 맞아요. 인간에게 대입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거 같음.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널 부잣집 도련님에게 보내야해. 우리 헤어져. 그럼 여자들은 비겁하다고 싫어하지않음?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강아지는 섭섭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음.


○보바뤼: 아 남자로 대입하니까 느낌 확~ 오네요. 그럴 수도 있겠네여...


○횽길동: 저는 모모가 이야기하는 ‘차별’에 대한 부분들이 와 닿았음. 모모가 봤을 때는 다 그게 그거인데 어른들은 이것저것 구분하는 게 많단 말이죠.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유태인이네 아랍인이네, 흑인이네 프랑스인이네, 이슬람이네, 어쩌고저쩌고. 다 부질없는 거 아닌가요? 마지막에 모모가 로자 아주머니를 이스라엘로 보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놀라잖아요.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끊이질 않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정말 인상 깊은 장면이었어요.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96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는 이제 유태인이고 뭐고 할 것도 없어요. 그저 안 아픈 구석이 없는 할머니일 뿐예요.
할아버지가 알라신을 보러 메카까지 갔었으니까 이제는 알라신이 할아버지를 보러 와야 해요, 여든다섯 살에 뭐가 무서워서 결혼을 못하세요? p.158


○데미얀: 맞습니다. 정말 유태인 학살부터 해서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죠. 배경이 되는 벨빌이란 곳도 가난한 동네로, 정말 모든 소외계층들이 다 나오는 것 같아요. 유색인종부터 해서 창녀, 노인, 가난한 사람들, 트렌스젠더까지.. 하지만 다들 정말 마음만은 따뜻하죠.


○보바뤼: 맞아요. 그들은 항상 무서워해요, 특히 경찰들. 무서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죠. 이유 없이 집단 수용소로 끌려 간 로자 아줌마는 삶 전체가 불안의 그림자로 뒤덮인 거 같아요. 그러니 그 밑에서 자란 모모도 경찰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하구요. 슬펐어요.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p.72


○거츠비: 그러한 내용을 통해 작가는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가는 ‘로맹 가리’란 이름을 버리고 ‘에밀 아자르’란 필명으로 이 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자기는 여기 그대로 있는데, 자신의 이름만으로 작품들을 미리 재단하는 사람들에게 한방 먹이고 싶었던 거죠. 비평가들이 맞추지 못할 때 희열을 느끼곤 하잖아요. 결국 사람들이 겉으로는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으로 선입견과 편견을 갖지 말고 개인의 정체성을, 그 자체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작가의 삶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물씬 느껴집니다.


나는 때로 콜레라를 변호하고 싶었다. 적어도 콜레라가 그렇게 무서운 병이 된 것은 콜레라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레라가 되겠다고 결심해서 콜레라가 된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콜레라가 된 것이니까. p.161


○죠르바: 맞는 말이지. 그런 거 다 개나 줘 버리라고. 터키 놈들이나 그리스 놈들이나 다 똑같은 거야. 그냥 다 자기의 삶을 사는 거지 뭐! 그 아빠란 놈이 찾아 와서 모모를 찾을 때 말이야. 종교가 어쩌고 따지는데 참 꼴 보기 싫더란 말이지. 다 죽어가는 판에 종교가 문제야! 자기 자식이면 자식이고, 땡기면 핏줄인거지!


아랍인이건 유태인이건 여기에서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이 정말로 아들을 원한다면 지금 그대로의 아이를 받아들이세요. p.227


○보바뤼: 근데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짓궂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아들 한번 보려고 온 건데, 보여주지. 너무 장난스럽게 대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어요. 죽을힘을 다해 온 사람한테... 결국 죽잖아요? 그 아빠도 안타까웠네요. 참.


○죠르바: 다 자업자득이지 뭐. 나는 ‘하밀 할아버지’와 ‘모모’의 대화가 너무 좋았단 말이지! 모모가 철 든게 다 이런 할아버지들이랑 어울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대견하더라고. 특히 그 귀도 멀어서 들리지도 않는데, 이름 부르는 장면. 하. 늙어도 사람이라고! 할아버지 생각이 나더군....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p.178


노인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자연은 노인들을 공격한다. 자연은 야비한 악당이라서 그들을 야금야금 파먹어간다. p.179


○횽길동: 저도 그 장면 너무 슬펐어요. 사실 우리가 대화할 때 호칭 안 부르고도 거의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저렇게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게 소중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줄이야. 그래서 앞으로는 대화할 때 호칭을 부르는 습관을 들이려고요. 죠르바 할아버지!


○죠르바: 아직 할아버지 아냐 짜샤! 아저씨라고. 너도 늙어 인마!


노인들이 결국 죽게 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며, 자연의 법칙에 대해서 내가 흥분할 일도 아니다. p.168


○데미안: 노인 얘기 하시니까 <은교>가 생각나네요. 이적요 할아버지.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보바뤼: 뭐니 뭐니 해도 명장면은 로자 아줌마에 대한 모모의 사랑 아니겠어요!? 마지막 로자 아주머니가 죽은 뒤에도 향수를 뿌리고 화장을 시켜주는 모습은 정말 짠했어요. 로자 아주머니가 아픈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죽음이란 자연의 법칙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모모가 생각해 낸 것들이죠.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게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p.236


○횽길동: 맞아요. 로자 아주머니를 뺏어 간 자연의 법칙에 반항한다고 금식하는 모습도 참 우스우면서도 짠했어요.

  자연의 법칙 따위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것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p.307


○거츠비: 모모를 시크하게 대하다가, 모모의 나이가 들통 나면서 진심으로 고백하는 로자 아주머니의 말도 정말 따뜻했습니다. 별 문장은 아닌데,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p.261


○데미얀: 맞아요. 그런 둘의 애증어린 관계. 모모가 할아버지에게 질문하는 장면도 정말 가슴 뭉클하죠. 그 질문이 묘하게 바뀌는 부분도 인상깊었어요.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p.13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p.303


처음에는 ‘사랑’ 이었는데 뒷부분에는 ‘사랑할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저는 그래서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모모가 마지막에 결론을 내리죠.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랑해야 한다. p.311


○보바뤼: 하. 지금 봐도 눈물 나올 것 같네요.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정말 복인 것 같아요. 다행히 모모는 나딘 아줌마와 그의 남편이 좋은 분들 같았어요. 모모의 소중한 ‘아르뛰르’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행복하겠죠. 모모는.


○거츠비: 저는 모모가 ‘생’에 대하여 말하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생’이란 것을 하나의 대상화하여서 다루는 느낌. 조금 시크한듯 하면서. 꾸준히 ‘생’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모습. 정말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p.120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p.178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p.256


○죠르바: 그런 맥락에서 나도 모모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었지. 어리니까 이것저것 재지 않고 더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본능에 충실하고. 철만 좀 덜 들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p.110
각자 자기 일이란 게 있으니 말이다. 나는 영화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여러분 각자 자기 일을 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그거 생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p.139


●데미얀: 맞아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안락사’ 문제. 작가는 안락사를 적극 찬성하는 것 같죠? 여러분들은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런 권리(민족자결권)가 있다면 로자 아줌마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마음대로 할 신성한 자결권이 있다는 거죠. 아줌마가 자결하고 싶다면 그건 아줌마의 권리라고요. p.267


○거츠비: 저는 개인적으로 자살은 싫어합니다. 그래서 이 작가가 자살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 의아했습니다. 이렇게 ‘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행복 전도사가 행복을 포기하고 자살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 책을 보고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 숭고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강 때문이든, 정신 때문이든, 스스로 끝이 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죠.


○죠르바: 참 어려운 문제란 말이지! 그래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멋지다고 보네! 하지만 때가 아닌데 서둘러 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 얼마나 즐거운 게 많은데!


○횽길동: 로자 아줌마는 그래도 살만큼 살고 몸이 아프니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신적인 끝은 마음먹기 나름이잖아요. 육체적인 안락사는 그렇다고 해도, 작가의 자살은 반대입니다!


○보바뤼: 저는 찬성. 스스로 매듭짓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 순간을 존중해 줘야죠. 그 선택이 어리석었다고 해도, 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데미얀: 무거운 주제라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정말 모모의 입을 빌려서 강하게 말하고 있죠. 이런 것들이 몇 개 있어요. 유대인 학살 이야기와 그에 대한 보상 문제, 프랑스의 개인주의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어 봤는데요, 그 중에서도 단 하나로 줄여서, 이 책은 무엇에 대해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거츠비: 저는 ‘정체성’‘행복’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의 중심을 어떻게 두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어요.


○보바뤼: 저는 ‘가족’이 떠올랐어요. 제가 잘해주지 못했던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핏줄로 이어진 가족 말고 길러준 정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엄마보다 더 찐한 로자 아줌마의 관계, 아빠보다 따뜻한 하밀 할아버지와 카츠 선생님 등등. 죽은 로자 아줌마에 대한 모모의 애착은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횽길동: 기승전 ‘사랑’임.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선 ‘인류애’라고 해야 하나. 따뜻한 관심이죠. 차별을 극복하고 모두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거 같아요.


○죠르바: 늙어서 그런가? ‘죽음’이란 화두가 기억에 남는구먼. 죽음에 가장 멀리 있는, 아이의 관점에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사람들을 보고 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어. 그래서 더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거리감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더구먼. 젠장.


○데미얀: 저는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보고나서의 느낌이 좀 달라요. 정리한 것도 좀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인생의 맛’에 초점을 둬서 소중한 삶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보니 ‘사랑’, ‘주는 사랑’에 더 시선이 가더라고요. 처음보다 많이 울기도 했고. 그런데 그렇게 다 끝나고 다시 보니 저만의 답을 찾은 것 같았어요.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다른 사람을 충실하게 사랑하는 것이,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는 진리를.


●데미얀: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표지에 대한 이야기 잠깐 할게요. 표지를 보면 다리가 달린 상자 안에 새빨간 장미가 있잖아요. ‘생’은 이런 다리달린 상자 같아요. 안에 새빨간 예쁜 장미가 들어있는. 하지만 다리가 달렸으니 도망갈지도 모르겠네요. 자신만의 상자를 찾아 그 안의 장미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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