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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Feb 24. 2024

[책리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바스콘셀로스)

밀리의서재, 성장

#책리뷰 #나의라임오렌지나무 #바스콘셀로스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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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다섯 살 꼬마의 성장기, 밍기뉴, 뽀르투까와의 우정

*감상: 제제... 밍기뉴... 뽀르뚜가...

*추천대상: 기댈 곳이 필요한 분

*이미지: 나무

*내면화: 나의 밍기뉴, 뽀르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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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다섯 살 제재의 가슴 아픈 성장기입니다. 영특한 제재는 스스로 언어를 습득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지만, 장난기 많은 모습에 매를 맞기도 합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가족들과 지내며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해요. 이때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라임 오렌지나무(밍기뉴) 뿐입니다. 비밀친구 밍기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우정을 나눕니다.


우연히 만난 포르투갈 아저씨, 뽀르뚜도 제재의 절친입니다. 정말 어른답게 제재를 보다듬어 주는 그의 모습은 가족과도 같아요. 하지만 사고로 뽀르뚜가 죽게 되고, 제재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습니다. 그렇게 제재는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감상]

대표적인 성장 소설로 청소년 때부터 많이 읽히는 책입니다. 꾸준히 읽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성장은 항상 진행형인가 봅니다. 과거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아동 학대와도 같은 장면들이에요. 시대가 시대라고 하지만... 너무 가혹했습니다. 5살 어린이한테... 나쁜 가족들!

제가 애어른 화자,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 것의 시초가 이 책입니다. 나중에야 느꼈지만, 이번에 다시 읽고 확신했어요. <자기 앞의 생>의 모모, <아홉살 인생>의 여민,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 다 저의 마음을 후벼팠던 소년들이에요. 지하철에서 우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소설의 맛을 다시금 느꼈던 책입니다.

제제의 성장기를 쭉 이어서 소년 제재를 만날 수 있는 <햇빛 사냥>, 청년 제재를 만날 수 있는 <광란자>도 차근차근 읽어 볼 예정이에요. 생각했던 제재의 모습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제재를 보고 싶습니다. 

[책 속 문장]

아저씨가 천천히 걷는 게 혹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아저씨의 자녀들은 아저씨를 만나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탁자를 돌아가 아저씨의 목을 꼭 껴안았다. 아저씨의 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내 이마를 스쳤다. 

 저 애의 피 속에는 악마의 피가 흐르는지도 몰라. 그런데 참 희한하지? 저렇게 사고를 치고 다녀도 저 앨 욕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니까.” 

달려가 보았지만 거기엔 수북히 자란 풀과 가시가 많은 늙은 오렌지나무 몇 그루 그리고 개울 곁에 있는 조그마한 라임오렌지 한 그루뿐이었다.

“잘 생각해 봐, 제제. 이 나무는 아직 어리지만 자라면 아주 멋진 오렌지나무가 될 거야. 그리고 너랑 함께 커 가는 거야. 그럼 너희들은 형제처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잖아. 

“맙소사! 어떤 사람들에겐 산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밍기뉴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밍기뉴는 또 어떤 악마야?”

  “내 라임오렌지나무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슬퍼하는 날 같았다. 

하지만 누나는 그 순간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슬픈 어른. 슬픔을 조각조각 맛보아야 하는 어른들뿐이었다. 

온갖 감정이 뒤섞여 북받쳐 올랐다. 그것은 증오와 반항과 슬픔이었다. 참을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빠가 가난뱅이라서 진짜 싫어.”

아빠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빠의 눈은 슬픔으로 굉장히 커져 있었다. 눈이 커지고 커져서 방구 극장의 스크린만 해 보였다. 마음의 쓰라림이 너무나 커서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그런 눈이었다. 아빠는 잠시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없이 지나쳐 갔다. 

“얼마지, 제제?”

  “이백 헤이스예요.”

  “겨우 이백 헤이스만 받아? 모두들 사백 헤이스를 받는데.”

  “일류 구두닦이가 되면 그렇게 받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분간은 아니에요.”

  그는 오백 헤이스를 꺼내 내게 주었다.

  “아저씨 나중에 주실래요? 아직 한 푼도 못 벌었거든요.”

  “거스름돈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그럼 또 보자.” 

“울지 마라, 얘야.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일생 동안 울어야 할 일이 한이 없겠다.”

  “아빠, 그럴 마음이 아니었어요.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안다. 알고말고. 네 말에도 일리가 있어서 화가 나지 않았다.” 

아빠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의 울음도 함께. 

아저씨는 나의 조숙함을 좋아했다. 내가 배우지 않고도 글을 읽게 된 이후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네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란다. 커가면서 네가 속으로 말하고 보는 것들을 ‘생각’이라고 해. 생각이 생겼다는 것은 너도 이제 곧 내가 말했던 그 나이……”

  “철드는 나이 말인가요?” 

선생님은 한없이 핸드백을 뒤적였다. 마치 내게 말을 꺼낼 용기를 핸드백 속의 물건들 사이에서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단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나는 이토록 다정하게 대해 주는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착하게 굴었다.

“난 아주 쓸모 없는 아이예요. 아주 나쁜 아이 말이에요. 크리스마스에도 내 속에 악마가 태어나는 바람에 아무 선물도 못 받았어요. 난 악질이에요. 개망나니인 데다가 불량배예요. 우리 누나 말로는 나같이 못된 아이는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대요…….” 

포르투갈 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아주 친한 사이에서만 쓰인다. 

이것이 내가 맞는 마지막 매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엄마,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 풍선처럼 됐어야만 했어요.” 

나를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려 주고, 사람과 그들의 선한 마음을 믿게 해줄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 

“예, 죽일 거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안 돼.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 넌 앞으로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어. 이렇게 똑똑하고 영리한데.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 죄를 짓는 거야. 다시는 그런 생각 하지 말고 그런 말도 하지 마. 네가 그러면 난 어떡하니? 날 별로 사랑하지 않는 거야? 날 사랑한다고 했던 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 즈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동네 사람들이 줄지어 문병을 온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았다. ‘재난과 기아’ 상점 주인은 ‘늘어진 마리아’ 젤리를 갖다 주었고, 에우제니아 아줌마는 달걀을 가져와 토를 하는 내 배를 낫게 해달라며 기도해 주었다.

밍기뉴도 이제 내 꿈의 세계를 떠나 현실과 고통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구슬과 그림 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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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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