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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Sep 24. 2024

[독서모임 구하기] 적절한 추임새로 리액션 부자되기

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MBTI vs 사주>라는 관찰 실험 다큐멘터리에서 성향이 다른 남녀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ENFP 여학생이 “저는 원래 멀미가 심해요.”라고 하자 INTJ 남학생이 “자율신경계가 예민하시구나!”라고 반응합니다. 이후에도 멀미약에 대한 설명을 이어서 줄줄이 합니다. 남학생 혼자 신나서 떠들고 여학생은 맞장구 쳐주며 웃기만 합니다.


 여학생은 인터뷰 때,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반응하기 힘들고, 분위기가 싸했다고 했습니다. 상대방과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반응이 비호감 대화를 불러온 것이죠.


 적절한 반응이란 결국 상대방과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성향을 나누어서 리액션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공감형 리액션 장착하기  


 말하는 사람이 자신 있게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듣는 사람들은 적절한 반응을 해주어야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입니다. 이는 모임의 분위기와 멤버들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적절한 반응의 기본은 공감형 리액션입니다. 대표적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오~, 그랬군요~, 응~” 등의 긍정적 추임새를 중간중간 섞어주는 겁니다. 영혼이 없다고 해도, 이런 기본 노력만 하면 중간은 갑니다.


 독서모임 처음하시는 분들은 말을 할 때 시선처리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꺼낼 기회가 많지는 않으니까요. 신나게 대화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졸고 있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한다면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사회자를 보면서 이야기해도 된다고 합니다. 저는 집중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으니까요. 중간중간 눈도 마주치며 가벼운 미소도 날려줍니다. 이것 만으로도 말하는 사람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됩니다.


 좀 더 고급 기술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경험을 꺼내는 적극적 공감입니다. 즐겨 보는 <원이 아빠>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4살 아이에게 공감해 주는 부모님의 반응 스킬이 대단합니다. 


  한 영상에서 아이가 “내가 하고 싶은 놀이가 있는데, 친구가 다 쓰고 안 빌려주는 거야”라고 하는데, 중간중간 “아유~”, “아이구야~”, “그래버렸어?”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 줍니다. 그리고 아이가 대화를 마치자 “엄마도 그런 적 있어~”라고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신이 난 아이는 “아빠도 그런 적 있어?”라고 물어요.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런 날이 있어~”라고 아름답게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거기서 “원이야, 그럴 때는 아이한테 똑 부러지게 이야기해야지! 선생님한테 말해서 다 같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말해야지!”라고 설교했으면 아이는 말을 더 이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속상했겠네~ 괜찮아~ 그런 날이 있어~”, “나도 그런 적 있어~” 감정에 공감해 주니까 아이는 신이 나서 계속 이야기를 꺼냅니다.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반응이 필요하지만, 기본 값은 공감으로 세팅해 두는 겁니다. 충고와 조언, 평가와 판단이 필요하더라도 그다음입니다. 모임 사람들이 말수가 적다면, 분위기가 너무 엄숙하지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탐구형 리액션 제공하기  


 기본적으로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대화가 있습니다. 모르는 내용을 알아보는 과정이나,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야 하는 순간들입니다. 그때도 항상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퀴즈를 할 때도, “너 틀렸어! 그건 아니지!”라는 부정의 말보다 “오! 창의적인데? 선생님이 의도한 건 아니다!”, “접근은 좋은데, 조금 아쉽네!”, “다른 방향으로 한번 생각해 볼까?” 등의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유튜브 채널 <컴온 유머스트컴백홈>에는 4살 온유와 아빠와의 대화를 담은 콘텐츠가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아빠의 반응 스킬이 수준급입니다. 아이가 “아빠, 쌀이 왜 떨어졌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발음이 부정확한 아이의 말에 아빠는 “응?”, “뭐가 떨어졌다고?” 등 수차례 다시 확인합니다. 발음 똑바로 하라고 지적하지 않고, 최대한 추론하려고 노력하며 듣습니다.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과정이니,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말귀를 왜 이렇게 못 알아듣냐는 아이의 꾸중에도 불구하고, 탐구심을 발휘하여 재차 다시 묻습니다. 그리고 “아~ 쌀이 왜 떨어졌냐고?”라고 다시 아이가 한 말을 정리해서 들려줍니다. 그때야 아이는 아빠가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는 것을 인지하죠. 마지막에는 “다음부터는 쌀이 안 떨어지게 아빠가 잘 준비해 놓을게.”라고 지금까지의 두서없는 대화를 요약 정리해서 전달해 줍니다. 이런 피드백이 모여 아이는 좀 더 정돈된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모임에서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취해서 두서없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듣고 이해해야 하는 내용일 때는 탐구형 리액션을 해줍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이런 질문을 통해 다른 멤버들도 더 정확히 대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대신 취조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모순을 밝혀내겠다는 마음으로 캐묻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해하고 싶어서, 정말 궁금해서 그렇다는 의미로 기분 상하지 않게 문의합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상대방의 말을 간단히 요약 정리해서 다른 멤버들에게 들려줍니다. 화자의 의도와 어긋날 수도 있으니 간단히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해요. “저는 OO라고 이해했는데, 맞죠?”, “이런 의미로 이야기해 주신 것 같은데, 제대로 이해했나요?” 이후에 화자가 추가로 이야기를 덧붙일 수도 있고 공감하며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한 멤버가 이런저런 몇몇 사람에 대한 편견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례와 함께 말하고 있었어요. 이야기가 조금 장황해지는 상황이어서, “성급한 일반화를 걱정하시는 거죠?”라고 반응을 했더니 “맞아요! 맞아! 역시!”라고 하며 반겼습니다. 명확한 키워드를 찾으니 다들 끄덕끄덕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능동적 질문으로 적극적 경청하기


 우리가 ‘경청’하면 조용히 듣고 있는 모습을 많이 떠올립니다. 공감하는 눈빛과 끄덕끄덕하는 몸짓은 기본값이고, 좀 더 적극적인 태도의 경청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미리 준비한 질문들, 기획한 그림이 있겠지만 독서모임 과정에서 멤버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진행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멤버들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될 때입니다. 정말 심취해서 듣고 공감하고 또 질문하고 화제가 전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전개됩니다. 그때 의도한 질문이 아니라고 차단하기보다, 대화의 주제를 확장하는 마음으로 수용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도파민 인류를 위한 문해력 수업>이란 책으로 북렌즈 멤버들과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책의 내용은 좀 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맥락을 파악하고, 상호작용하는 대화를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한 멤버가 “친구들이랑 카톡 할 때, 의도적으로 엉뚱한 소리를 자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다른 멤버가 “나도 그렇다! 정적인 대화는 오글오글한다”라고 했고, 또 다른 멤버는 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리 정해진 질문 외에 이 내용을 더 탐구하기로 하며, 왜 일부러 맥락을 어긋난 대화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멤버의 말을 가볍게 치부하지 않고 경청했기에 소통이라는 큰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또 다른 화제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상황과 맥락에 맞는 대화라는 큰 주제를 서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ㅡ 이렇게 하세요.

1. 공감형 리액션 장착하기

2. 탐구형 리액션 제공하기

3. 능동적 질문으로 적극적 경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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