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잿빛 안개 속에 잠긴 섬
비행기가 구름 사이를 위태롭게 가로지를 때부터 예감했어야 했다.
창밖의 파란 하늘은 제주에 가까워질수록 짙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기내 방송은 안전벨트를 꽉 매라는 경고를 반복했다.
궂은 날씨 속에 내려앉은 제주는 평소 알던 에메랄드빛 바다의 섬이 아니었다.
지인의 차를 타고 한라산 자락으로 향하는 길, 와이퍼를 쉴 새 없이 움직여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방향 감각조차 모호해진 그 막막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홀린 듯 사삼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검은 비석들이었다.
제주도 형상을 한 벽면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세 살, 열두 살 아이부터 일흔이 넘은 노인까지. 죽음의 날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하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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