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
**축축한 안개 속의 가짜 낙원**
영국 윈더미어 호수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물빛은 어딘가 불길하다. 드라마 〈포유〉는 이 호수처럼 평온해 보이는 세 여자의 일상이 아주 작은 균열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주인공 리사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이다. 늘 시간에 쫓기고,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남편과의 관계도 건조하다. 그런 그녀가 부유하고 완벽해 보이는 케이트의 파티에 초대받은 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케이트의 딸 루신다가 사라진다.
우리는 이쯤에서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다. 유괴범을 찾고, 아이를 되찾고, 모성애가 승리하는 그 공식. 하지만 드라마는 그 기대를 조용히, 잔인하게 배신한다. 아이가 사라진 긴박한 순간에도 리사는 자신이 그 시각 케이트의 남편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느라 분주하다. 모성애의 무대 뒤에서, 그녀는 자신의 가짜 평화를 지키는 데 더 열심이다.
반전은 극 후반에 온다. 루신다의 실종은 외부의 범죄가 아니었다. 완벽한 가정을 연기하던 케이트가, 자신을 떠나려는 남편을 붙잡기 위해 스스로 딸을 숨기고 실종을 조작한 것이었다. 아이의 공포를 재료로 삼아 관계를 봉합하려 한 어머니. 〈식스 센스〉가 존재의 허구를 건드린다면, 이 드라마는 관계의 허구를 건드린다. 더 일상적이고, 그래서 더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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