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부회장 선거에 당선되다.

(feat. 선생님의 한마디로 시작된.)

by 화개 지화

선생님의 한마디는 늘 조용했지만 묘하게 단단했다.


한번 나가보는 건 어때?


나는 이미 반장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반 안의 일이었다.


전교부회장이라는 말은 내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내세우는 데엔 늘 서툴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에서 “나는 아니야”라는 말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날만큼은 선생님의 말이 질문이 아니라 결정처럼 들렸다.


왜인지 모르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보자.’


용기라기보다는, 믿음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출마자 명단이 붙은 날, 교실은 술렁였다.


이미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인기 많고 말 잘하고 눈에 띄는 아이들이 줄지어 있었다.


다섯 명. 그들 사이에서 내 이름은 유난히 조용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했고, 누군가는 “왜?”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연설문을 쓰는 밤은 길었다.


멋진 말도, 거창한 공약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내가 아는 건 하나였다.


조용한 아이들의 마음, 손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더 작아지는 자리들.


나는 그 아이들 곁에 있었고,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설문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진심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연설 날, 단상에 섰을 때 손이 떨렸다.


마이크 앞에서 숨을 고르며 교실을 내려다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나의 대답이구나.’


나는 크게 외치지 않았다.


차분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누군가의 대표가 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신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투표 결과가 발표되던 순간, 강당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렸다.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인기 있는 다섯 명 사이에서, 가장 조용했던 내가 선택되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친구들의 박수 소리가 뒤늦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박수는 크지 않았지만, 오래 남았다.


그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큰 목소리를 뽑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대신 말해줄 사람을 선택한다는 걸.


내성적인 아이였던 나는, 그날 비로소 깨달았다.


용기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에 응답하는 순간 생긴다는 것을.


그리고 그 첫 믿음은, 선생님의 “해보라”는 단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