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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Jul 08. 2023

영화 『엘리멘탈』과 부모 자식

hwain_film 추천 no. 35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해피 엔딩임에도 눈물짓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동양인들의 눈물샘을 잔인하리만큼 자극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을 소개한다.


 1. 언제나 어른부터 사로잡는 픽사의 공략


 이번 작품은 영화관에서 봤다. 평일 오후임에도 어린아이와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이 많았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아이들은 빨리 집에 가자고 아우성이고 부모들의 눈시울은 붉어지다 못해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나도 울었다. 이렇듯 픽사의 성공 전략은 '어른의 눈물샘'에 있다. 많은 어른이 아이들을 데려와 영화가 아닌 본인의 눈물을 보여주다 떠난다.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휴지부터 꺼내셨다. 픽사의 어른부터 사로잡는 전략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른들의 눈물샘을 사로잡는다. 그러니 아이들은 우는 부모를 달래며 잠자코 영화에 집중할 수밖에. 그들이 눈물의 이유를 알 때쯤 본인의 자식을 데려올 것이다.


 2. 동양인이라면, 한국인이라면


 이 작품은 지극히 동양적이다. 곳곳에 아시안 컬처가 묻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이다. 피터 손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하길 한국인 가족을 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녹였다고 한다. 그러니 동양인이라면, 한국인이라면 응당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많다. 이게 싫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며 펑펑 운 사람들의 10점짜리 평점을 8점대로 깎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도시의 전경과 부모 자식 간의 스테레오타입형 갈등 소재는 동양인이라면, 한국인이라면 작품에 푹 빠져 감상하도록 만든다.


 3. 물 같은 남자, 불같은 여자


 영화는 세상을 구성하는 네 가지 원소 물, 불, 흙, 공기로 각양각색의 캐릭터와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서사를 꾸려나간다.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것 같은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귀여운 행동들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남자 주인공을 물로, 극을 이끄는 여자 주인공을 불로 설정한 것은 거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차용한 듯하다. 서로 성향뿐만이 아니라 그냥 태생적으로 상성이 나쁜 두 캐릭터의 올록볼록한 시너지가 극의 매력을 폭발시킨다. 그런데 사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듬직하지만 내면은 물처럼 가벼운 남자와, 연약해 보여도 성격이 불처럼 강력한 여자가 결혼해야 오래오래 잘 산다. 인간은 본래 모순과 역설에서 매력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4. 부모 자식


 영화는 부모와 자식의 갈등을 핵심 키워드로 가져간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동양인 부모 자식의 갈등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의 문화적 갈등을 서브 키워드로 덧대었다. 물론 모든 동양인 가정을 획일화할 수도, 문화적 차이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지만,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부모 자식의 관계가 더 종속적인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동양에서는 여전히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고, 자식이 자유를 얻기 위해 보수적인 부모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영화는 문화의 옳고 그름을 드러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원소들이 모여 이 세상을 구성했듯이 서로 다른 세대와 인종이 어우러져 더 나은 세상과 더 많은 행복을 만드는 가치를 표현했다. 부모 자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희생을 자식의 희생으로 되갚는 게 아닌 이전 세대가 현세대의 안전한 계단이 되어주는 모습을 그렸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던 건 우리의 원조 조상 격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 때부터 만들어진 정서일 테다. 그러니 자식은 꾸준히 부모를 이겨야 하는 법이고, 부모는 알면서도 져주며 대대손손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한 줄 평- 자식에겐 부모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부모에겐 자식의 발판이 되어줘야 하는 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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