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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Jul 08. 2022

네덜란드, 벨기에 여행 : No cash, No인종차별

네덜란드는 No Cash!


네덜란드의 상점, 음식점, 카페 등 대부분 신용카드만 사용이 가능했고, 현금을 받는 곳은 매우 매우 드물었다.


미술관 등 관광지에는 "No Cash"라고 표기되어 있었고, 코로나로 인한 접촉을 최소화를 위한 조치라는 안내 문구들을 볼 수 있었다.


벨기에에선 현금으로 결제를 하겠다고 하면 받아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신용카드로 계산을 권했고, 벨기에의 국립미술관들은 네덜란드처럼 현금 사용이 불가능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현금을 안 쓴 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애초에 환전을 많이 해가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큰 변화가 갑자기 정착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자전거 왕국, 네덜란드


차도와 인도로 구분되는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의 도로는 크게 3가지로 구분 지어졌다.


트램이 달리는 선로, 자전거 전용 도로, 그리고 사람이 다니는 인도.
네덜란드의 도로에서 차량은 먹이사슬 가장 하단에 위치한 듯 인도 외의 도로로 눈치껏 달리고 있었다.

특히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 행렬에 비해 차량의 유입은 매우 적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일단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 좋고, 국가의 환경에도 긍정적이니 모두에게 윈윈이다.

낯선 여행객은 자전거 도로를 인도로 착각하지 않기위해 늘 두리번거리며 확인을 해야했지만 오전 일찍 출퇴근하는 수많은 자전거들은 신기했고, 때론 부럽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뒤에 앉아 책을 보거나 밥을 먹는 학생들을 보면 신기했듯 네덜란드의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놀라운 모습 또한 많았다.

한쪽 어깨에 무거운 가방 등을 매고, 한 손으로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흔했고,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하면서 자전거를 여유롭게 타는 사람의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아빠 어깨를 잡고 자전거 뒷좌석에 일어서 있는 어린아이를 여럿 봤는데 너무 위험해 보여 아빠들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한국처럼 안전모를 쓴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자전거가 절대 다수인만큼 도로에서도 언제든 우선시되었다.

다만, 하루 한 번꼴로 자전거 사고가 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안전모도 안 쓰고, 속도도 빠르니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는 것 같았다.

   


네덜란드, 벨기에 인종차별?


해외여행 중 인종차별을 몸소 체험했던 곳은 미국에서였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앉아 한참이 지나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고, 눈을 마주치며 애써 웨이터를 불러 주문을 하자 "뭐라고? 발음이 구려 당최 못 알아듣겠군" 식의 답변으로 화를 돋우었던 일이 있었다.


내 돈을 기꺼이 소비하러 온 곳에서 저런 머저리 같은 놈한테 이런 대우를 당하다니 처음엔 화가 났지만 사실 세상천지 어디에나 유사한 비율로 병맛의 인간들은 있다.


그 이후론 레스토랑에서 주문 전 때때로 머뭇거리게 되기도 했는데, 그런 머저리 보단 여행을 통해 그와 비교도 안될 만큼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을 만났기에 아직도 여행은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하나같이 벨기에 인종차별 심하다던데 괜찮겠냐고 했다.


각종 미디어와 유튜브로 벨기에의 동양인 인종차별 관련 영상이 화제가 됐던 것 같고, 구글 맵에서도 벨기에 음식점 후기 중 인종차별을 받았으니 가지 말라는 한글 리뷰들도 많았다.


걱정도 됐지만 네덜란드 3개 도시, 벨기에 3개 도시 총 6개 도시에서 운이 좋았는지 인종차별을 겪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친절하고, 때론 다정했다. 특히 입국 전 브뤼셀 시내 약국에서 안티젠 검사를 받을 땐 약사 아저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척 고생했을 뻔했다.


무뚝뚝해 보였던 아저씬 모든 과정을 천천히 안내해 주셨고, 너무 고마워 음료를 사들고 다시 찾아갔을 땐 드디어 활짝 웃으셨다.


다만 브뤼셀에서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탓에 새벽녘 역으로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문 시간인 만큼 좀 무서웠고, 네덜란드와 달리 벨기에 브뤼셀엔 길가에 노숙자들이 훨씬 많아 주의가 필요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루 종일 식당과 카페, 시장, 상점, 미술관, 관광지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만났던 이들은 내 국적이나 인종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나의 어설픈 영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원하는 것을 내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트램을 탔을 땐 암스테르담 시티카드 앱이 작동되지 않아 당황하는 내게 트램 기사분은 오히려 천천히 해~라고 말해줬고, 헤이그에서 아침 일찍 동네 빵집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할머니는 어디 가냐고 길을 알려주시겠다 하셨다.


벨기에 펍에선 문신이 가득한 굵은 팔뚝의 오라버니 포스에 쫄아 주문을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는데, 씩 웃으며 인조이! 라며 맥주를 줬고, 브뤼셀 공항 검색대 직원은 짐 검사에서 나온 내 물통을 버리기 전 한 모금 더 마시겠냐며 물어보기도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여행할 때면 번화가에선 소매치기 때문에 긴장해야 했고, 상점이나 식당에선 바가지를 씌우려는 양아치들에게 당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서야 했기에 좀 피곤했었다.


그에 비해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선 소매치기나 바가지 등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무심한 듯 시크하지만 무언가를 요청하면 바로 도움을 주는 이들 덕분에 오로지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어 너무나 편안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마주쳤던 선한 얼굴들이 기억에 많이 남고, 결국 어디서든 사람이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폴란드 항공(LOT) 탑승기 : Late Or Tomorrow


폴란드 항공 영문명 LOT에 전 세계인들이 지어준 별명은 " Late Or Tomorrow"다.


잦은 지연과 결항으로 늦게 떠나는 건 기본이고, 내일 떠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폴란드 항공은 연착과 결항도 문제지만 수하물 분실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폴란드 항공 이용자는 폴란드를 경유해 유럽 각지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만큼 주로 경유지에서 짐이 오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가는 사고들이 빈번한듯했다.


난 폴란드를 경유해 네덜란드로 입국했고, 출국은 벨기에서 해 폴란드 경유로 한국에 들어오는 루트였기에 짐이 오지 않았다는 글들이 너무 많아 신경이 쓰였다.


결국 남편과 각자 기내용 캐리어 하나씩과 작은 배낭을 추가로 하나씩 들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폴란드 항공 수화물 규정 상 기내용 수화물은 8kg(Carry-on baggage 8 kg-55cm*40cm*23cm)까지 가능한데, 짐이 많은 걸 워낙 싫어하는 터라 갈아입을 옷들과 간단한 세면도구만으로 단출하게 꾸려 8kg을 맞췄다.


기내용 캐리어 외 작은 배낭에는 카메라나 배터리 등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을 넣었다.


폴란드 항공 체크인 시 기내용 캐리어의 무게를 확인받았고, 각자 7.8kg을 조금 넘기며 통과했다.


수화물이야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연착, 결항 등은 어찌할 수 없는 사항이기에 행운을 비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출국 전날 출국 1시간 지연 문자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환승 여유시간이 2시간 40분 정도였기에 문제없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1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 내 과연 바르샤바 공항에서 환승이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결론은 아무 문제없었고, 바르샤바 공항은 1시간 내 환승이 가능했다.


귀국 2일 전엔 바르샤바 발신 전화가 왔다. 이상한 전화일 거라 생각해 받지 않았는데, 구글링을 해보니 아뿔싸, 폴란드 항공사 전화번호라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


아마 지연이나 결항 안내일 거라는 글들이 많아 귀국을 앞두고도 또다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전화를 못 받았으니 문자나 메일이라도 오겠지 싶어 실시간 메일을 확인했고, 폴란드 항공 홈페이지에 접속해 출국 시간 변경이 있는지 계속 확인을 했다.


결론은 전화를 받지 못했지만 문자나 메일도 오지 않았고, 출국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당일 비행기에 오버부킹이 발생하였고, 아마도 이를 안 폴란드 항공에서 오버부킹 등의 이유로 항공권 변경을 권하는 통지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귀국길 바르샤바에서 한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에선 다른 국가에서 폴란드 항공의 지연으로 바르샤바에 늦게 도착하게 된 모든 사람을 태운 후 만석으로 출발하느라 비행기가 2시간가량 지연됐다.


마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마을 주민이 모두 타야 출발하는 시골 버스 같았달까.


올해 6월에 다녀온 여행이지만 3월 초 비행기를 일찍 예약해둔 터라 왕복 72만 원의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네덜란드, 벨기에를 다녀왔다.


남편과 둘이서 145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비행기를 탔기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음 졸이며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폴란드 항공은 이후 탑승하지 않을 것 같다(특가가 나오면 또 살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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