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벨(Duvel 666), 브라우어레이 엇에이(Brouwerij 'T IJ) - 헤이그 펍 Barlow
토요일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주말임에도 거리는 한산했지만 헤이그(덴 하그, The Hague, Den Haag)의 비넨호프 근처 광장 노천 바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주변을 둘러보다 'Barlow'라는 분위기 좋은 펍이 있어 맥주 한잔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라운지 음악이 흐르는 세련된 바였는데, 자리에 앉자 감성 돋게 촛불을 켜준다.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몰라 드래프트 비어엔 무엇이 있나 메뉴판을 보며 고심하던 중 요상한 긴 이름의 맥주 Brouwerij 'TIJ - IJWIT와 한 번쯤 들어본 듀벨 맥주 Duvel 666을 주문했다.
발음조차 어려운 브라우어레이 엇에이-아이위트(Brouwerij 'T IJ - IJWIT)는 메뉴판에서 이름이 가장 특이하고, 밀맥주라 한번 골라봤다.
전용잔에 담은 맥주를 받았는데 맥주 로고는 타조였다.
별생각 없이 주문한 맥주였지만, Brouwerij 'TIJ - IJWIT는 암스테르담의 대표 로컬 맥주로,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Brouwerij 't IJ 양조장 겸 맥주집이 있었다.
6.5%로 도수는 높은 편이었지만 깔끔하고 신선한 맛에 향이 좋았다.
Duvel 666은 악마(Duvel)의 맥주에 666을 붙인 강렬한 이름의 맥주였다.
1871년부터 맥주를 만들어온 Duvel에서 150주년을 기념해 만든 Duvel 666은 알코올 도수인 6.66%를 이름에 붙여 Duvel(악마)의 숫자 666을 완성했다.
듀벨은 벨기에 에일 맥주(Belgian Blond Ale)로 특유의 감귤 향과 쌉싸름한 맛이 났고, 묵직해서 맛있었다.
헤이그 펍 Barlow : https://goo.gl/maps/fdQ2RzXNj4DywPt37
암스테르담 Brouwerij 't IJ 양조장 겸 맥주집 : https://goo.gl/maps/GX8Ddnzxqu4NxLhp6
하이네켄(Heineken) - 암스테르담 하이네켄 박물관(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
하이네켄 박물관(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 Heineken-experience)은 암스테르담 도심에 하이네켄이 처음으로 건설한 양조장으로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곳은 박물관이라기보단 쇼룸에 가까운 공간이었는데, 하이네켄 맥주만큼은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하이네켄 맥주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견학은 건물 지하에서부터 한 층씩 올라가며 창립자인 하이네켄 가문과 맥주의 역사를 거쳐 과거 양조장이었던 공간에서 맥주 제조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이후부턴 갑자기 분위기가 전환되는데, 요란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면서 하이네켄 맥주를 한 잔씩 맛보고, 이후 하이네켄을 위한, 하이네켄에 의한 거대한 펍으로 입장하게 된다.
즉석사진을 찍거나 축구 등과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안쪽에는 커다란 하이네켄 전용 바가 있는데 입장할 때 주었던 팔찌에 붙은 버튼처럼 생긴 둥근 토큰을 바에 내면 생맥주를 준다.
오로지 2가지 종류의 하이네켄만 있는데 하나는 오리지널, 다른 하나는 하이네켄 실버다. 팔찌에는 토큰이 2개 붙어 있어 오리지널과 실버 한 잔씩 마실 수 있었다.
녹색병의 붉은 별이 있는 150년 전통 네덜란드 대표 맥주 하이네켄(Heineken) 오리지널 맛은 당연히 훌륭했다.
하이네켄 실버는 -1도의 온도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라거 공정을 거친 맥주로 알코올 도수 4%였다. 차가운 양조과정 덕분에 거친 맛의 탄닌을 걸러내 좀 더 상쾌하고 신선한 맛이었다.
하이네켄 맥주병 색인 온통 초록 초록한 공간에서 음악과 분위기에 취해 그곳에 모인 사람들 만큼이나 나 역시도 즐거웠다.
전 세계 관광객들만 모인 공간인 만큼 조금 흐트러져도 아무 문제도 생길 것 같지 않은 안정감에 마음 편히 옆 테이블 영국 언니와도 시시덕 거리며 맥주를 유쾌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하이네켄 박물관(Heineken-experience) : https://g.page/heineken-experience-amsterdam?share
주필러(Jupiler), 벨기에 체리맥주(Belle-Vue extra Kriek)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 있다면 벨기에엔 주필러가 있다 할 만큼 주필러(Jupiler)는 벨기에 어느 마트에 가도 보였던 가장 대중적인 맥주였다.
주필러(Jupiler)는 벨기에 점유율 및 판매 1위 대표 라거 맥주로 라거 맥주답게 무난한 맛이었다.
주필러 맥주가 최대 스폰서이기에 벨기에의 축구 1부 리그를 주필러 프로 리그라 하는데, 이런 명성과 달리 주필러는 스텔라, 호가든, 레페, 듀벨 등과 같은 다른 벨기에 맥주에 비해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덜한 편이다.
벨기에는 체리 맥주도 유명한데, 가장 유명한 벨뷰( Belle-Vue extra Kriek)는 자연 발효식 람빅맥주다.
람빅맥주는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 대기 중 떠도는 균체를 이용한 순수 자연환경에 의지해 발효시킨 맥주라고 한다.
신맛이 워낙 강렬하기에 원액보다는 과일 등 다른 재료와 블렌딩해 먹는데 람빅 원액에 체리를 첨가한 것을 크릭(Kriek)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크릭(Kriek)이라는 용어 대신 보통 체리 맥주라 하는데, 과일이 들어갔으니 달달한 음료 같겠지 싶어 벌컥벌컥 마셨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체리 맛과 향으로 물론 단맛도 있지만, 그만큼 시큼한 맛도 있어 마냥 달달하진 않았고, 무엇보다 생각보다 상당히 진했다. 도수가 5%가 넘으니 한 캔 이상 마시면 취하겠더라.
벨기에 수도원 맥주 : 글리셋 블론드 바이오(Grisette Blonde Bio)
글리셋 블론드 바이오(Grisette Blonde Bio)는 안트베르펜(앤트워프, Antwerp)에서 팔라펠 전문점이자 비건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 Falafel Tof에 방문했을 때 우연히 골라든 맥주였다.
새가 그려진 초록색 병 마크가 뭔가 상쾌해 보여 순전히 병만 보고 골랐는데, 벨기에 남부에 위치한 수도원 맥주를 만드는 생푀이앵(St-Feuillien Brewery)에서 출시한 페일 에일(pale ale) 맥주였다.
알코올 도수 5.5 %로 벨기에 현지에서 글루텐 프리(Gluten free)와 유기농(organic) 인증을 받은 맥주라고 하니 뭔가 있어 보였다.
맛은 가볍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맥주보단 음료수 같았던 맥주였고, 샌드위치와 함께 먹기 좋았다.
브뤼헤 조트(Brugse zot) - 브뤼헤 펍 2be(The Beerwall)
브뤼헤(브뤼허, Bruges) 종탑 앞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보다 재미있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일단 발음에 유의해야 할 것 같은 브뤼헤 조트(Brugse Zot) 맥주는 조트라고 읽어야 뭔가 부적절하지 않은 느낌이다.
솔직히 무슨 맥주인지 모르면서 메뉴판에 브뤼헤 옆에 붙은 'Zot'를 발음하다 이름이 강렬해 주문했다.
(맥주 이름이 브뤼헤 좉이야?)
Zot(조트)는 네덜란드어로 바보, 멍청이, 광인이라는 뜻으로 맥주 이름은 브뤼헤의 바보라는 뜻이다.
알고 보니 브뤼헤 지역 할브 만(De Halve Maan) 양조장의 대표 제품으로 꽤나 유명한 맥주였고, 7.5%의 알코올 도수의 에일 맥주다.
이 재미난 이름의 어원을 찾으려면 역사 공부가 필요했다.
부르고뉴국은 15세기 프랑스 동부와 네덜란드, 벨기에까지의 지역으로 이 부르고뉴국의 통치자인 샤를 공작이 전쟁 중 사망하자 샤를 공작의 무남독녀 외동딸 마리가 공작위를 계승한다.
이후 마리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막시밀리안 1세와 결혼하는데 낙마 사고로 마리가 25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남편인 막시밀리안 1세가 부르고뉴국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부르고뉴국 시민들 입장에선 가문의 적자도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온 사위가 갑자기 통치자가 된 상황이 탐탁지 않았고, 막시밀리안 1세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그가 브뤼헤를 방문했을 때 반란을 일으켜 4개월 가까이 감옥에 가뒀다.
반란이 진압된 뒤 막시밀리안 1세는 브뤼헤에서 행사나 모임 등을 금지했고, 브뤼헤에선 그를 달래기 위해 광대들을 모아 화해와 축하의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막시밀리안 1세가 행사장에 오자 시민들은 브뤼헤에 새로운 정신병원(Zothuis)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에 막시밀리안 1세는 "이미 도시가 광인들로 가득 차 있으니, 도시의 성문만 닫으면 여기가 정신병원 아니냐(He told them that as their city was full of fools, they could just close the gates of the city and they would have a madhouse already)"라고 말했다고.
이후 브뤼헤 사람들은 브뤼헤 조트(Brugse Zot)라는 별명을 갖게 됐고, 이는 브뤼헤 지역 대표 맥주의 이름으로 이어졌다.
맥주 이름답게 맥주병에는 어릿광대가 춤추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맛은 여행 기간 중 마셨던 맥주 중 단연 최고였다.
쌉싸래하면서도 단맛도 있고, 풍미가 좋아 바보가 될 때까지 취하도록 마실 수밖에 없는 맥주 같았달까.
역시 이름만 보고 고르길 잘했다.
모르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브뤼헤의 작은 골목 안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로 유명한 펍이자 맥주 상점인 "2be"라는 곳이 있다.
여러 종류의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바가 있고, 안쪽에는 더 많은 종류의 맥주를 파는 샵이 있다. 작은 골목길 벽은 맥주병들로 장식되어 있어 일명 "The Beerwall"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특히 4가지 맥주를 골라 10유로에 즐길 수 있는 맥주 샘플러 메뉴들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브뤼헤 지역 맥주로 추정되는 Brugs witbier(4.8%), Bourgogne des flandres(5%), Viven master IPA(7%), Fort Lapin Tripel(8%) 이렇게 4가지 맥주가 한 세트인 샘플러를 골라 주문한 뒤 안쪽 골목길 끝으로 들어가자 강 옆의 분위기 좋은 작은 야외 테라스가 있었다.
4가지 맥주 모두 굿 초이스였고, Bourgogne des flandres는 레드 브라운 맥주로 생각보다 맛이 진했고, 내 입맛엔 과일향이 풍부한 Fort Lapin Tripel이 가장 맛있었다.
다른 샘플러 조합들도 더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저녁에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에 이쯤에서 자제했고, 나오는 길에 샵으로 들어가 맥주를 구경했다.
맥주 상점에는 벨기에 만화로도 유명한 스머프와 틴틴의 캐릭터 샵도 함께 있어 둘러볼만했다.
The Beerwall / 2be bar : https://goo.gl/maps/niAn9oUks9Jtkr7Z8
브뤼헤 할브 만(De Halve Maan) 양조장 : https://goo.gl/maps/ccAo25SfmnbykMqF7
델리리움 레드(Delirium red) - 브뤼셀 펍 델리리움 카페(Delirium Café)
Delirium은 섬망이라는 뜻으로 망상, 헛소리를 하는 병명이다.
귀여운 핑크색 코끼리가 그려진 예쁜 병 모양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이름의 이 맥주는 높은 도수에 마시면 취해 맛이 간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지었나 싶었다.
Delirium Red는 짙은 붉은색의 과일 맛 맥주인데 체리 향을 압도하는 도수 8%의 진한 맥주 맛에 한 캔을 다 마시면 머리가 핑 돈다.
벨기에 브뤼셀에는 이 맥주 이름을 딴 델리리움 카페(Delirium Café)라는 펍이 있다.
이곳의 맥주는 종류가 무려 2000가지가 넘어 기네스북에도 기록될 만큼 브뤼셀 맥주의 성지이자 유명한 관광 명소다.
오줌싸개 소년(Manneken Pis)의 소녀 버전인 오줌싸개 소녀(Jeanneke-Pis) 동상 바로 맞은편에 있는데, 이 펍이 있는 골목 입구부터 맥주를 들고 서있는 사람들과 커다란 음악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골목 시작부터 끝까지 길게 이어진 델리리움 카페(Delirium Café)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음악소리를 압도하는 큰 목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가득해 섬망(Delirium) 증상이 일어날 만큼 정신이 아찔했다.
벨기에는 맥주 전용잔에 맥주를 담아주는 "맥주 철학"이 있다던데 정말 수많은 맥주 종류에 따라 맥주잔이 모두 달랐고, 천장 가득 맥주잔들이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Campus premium과 Pink killer를 한 잔씩 주문한 후 수많은 맥주 호수들 사이에서 주문한 맥주를 골라 전용잔에 담아주는 점원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재미있는 건 잔 가득 맥주를 담고 난 후 거품이 올라오면 맥주잔 위를 한번 칼(혹은 칼처럼 생긴 거품 커터?)로 쓱 베어내 거품을 밀어낸 후 맥주를 내어준다.
벨기에 맥주니 맥주 맛이야 당연히 훌륭했고, 정신은 없었지만 다양한 맥주 종류를 구경하며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던 곳이었다.
브뤼셀 펍 델리리움 카페(Delirium Café) : https://g.page/deliriumvillag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