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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Mar 13. 2016

[USA]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그곳

그랜드 서클 첫째 날, 그랜드 그랜드한 Grand Canyon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 캐년까지 가는 길은 광활했다.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도로는 내가 서부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미드 브레이킹 배드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실제 브레이킹 배드는 미국 Alabama 주가 배경이라고 한다.)

미드 Breaking Bad 의 한 장면(좌)과 내가 달린 미국 도로에서의 한 장면(우)


그랜드 캐년은 도시에서는 꽤 멀기 때문에 투어를 이용해서 가거나 렌트를 이용해서 갈 때, 국립공원 근처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아침 일찍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도 오후에 도착하는 곳이다.


나의 미국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그랜드 캐년 이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위 (BBC 선정)
모든 미국인이 꼭 봐야 할 단 하나의 장관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겠지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군데 중에 1위라니. 이거 굉장히 주관적인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슴 한켠에 품으면서도 꼭 그 50군데를 훑어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 곳 중 1위를 내가 가게 된 거다.

하지만 솔직히, 아니 어쩐지 그랜드 캐년은 약간 식상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너무나 다양한 매체에서 굉장히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고, 봐온 사진/영상이기에 가보지 않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도착해서 보는 그랜드 캐년은 달랐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은 카메라에 담기질 않는다. 그 어떤 좋은 영상 장비로도 그 광활함이 모두 담기지 않을 것이다.

초코+얼그레이 케익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굉장한 세월이 남긴 지질구조. 어마어마한 단층
어떻게 찍어도 눈에 찍는 것만큼 나오질 않아 사진 찍는 의욕을 떨어트린다. 왼쪽 구석에 개미 같이 있는 것들이 사람.

지구의 속살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그 속살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기분은 굉장히 묘하다. 웅장하면서도 고독한 느낌. 얼마나 큰지 감도 안오게 그랜드 그랜드한 협곡.

투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절벽에 앉아 조용히 그랜드 캐년을 바라보는데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갈 길이 멀더라도 처음으로 그랜드 캐년을 눈 앞에 둔다면 한참 멈춰서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상공에서 보는 그랜드 캐년은 더욱 고독했다.

어쩌다 보니 경비행기 투어는 딱 세명만 타게 되었다.

방명록에 이름 쓰는 중

비행기에 탈 때는 분명 흥이 올라왔는데, 상공에서 그랜드 캐년을 바라볼 때는 흥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나에게 그랜드 캐년은 차분함을 넘어 고독한 곳이라는 기운을 받는다.

지상에서 봐도 웅장했는데 상공에서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웅장하다. 비용 때문에 타협한 경비행기 투어였는데 상공에서 보고 있자니 다시 오기도 힘든 곳인데 헬리콥터 투어를 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처럼 하늘은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경비행기 투어 후 만난 그랜드 캐년의 일몰은 핑크빛이다.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아름다운 색감.

20억 년의 나이가 더해져서인지 굉장히 화려한 세월을 보낸 청춘의 저물어가는 한 때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핑크빛 하늘이 처음 만난 하늘은 아니지만 화려하고 돈 냄새나던 라스베가스에 있다 와서인지 웅장한 그랜드캐년 때문인지 좀 더 화려한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는 뒷모습으로 인증샷을 남기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도 잠시, 정말 아름다운 빛깔의 일몰이 계속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와, 정말 아름답다 라는 감탄 밖에는.

차분해지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며 내일 벌어질 이번 여행 첫 번째 멘탈 무너지는 사건은 꿈에도 모른 채 캐년 투어의 첫 번째 날, 그랜드 캐년을 마무리한다.


그랜드 캐년은 South Rim, North Rim, East Rim, West Rim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계절별로 차량통제가 이루어지는 구역도 있으며 사우스림은 1년 내내 방문할 수 있다.
사우스림은 입장료가 있으며 자동차의 경우 1대당 25불이다. 입장권은 7일간 사용할 수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그랜드 캐년의 다양한 투어가 있기 때문에 렌트를 하지 않더라도 버스투어, 경비행기 투어, 헬리콥터 투어 등 다양하게 그랜드 캐년을 즐길 수 있다.

- 그랜드 서클 둘째 날, 시간과 빛이 만들어낸 예술품, 앤틸럽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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