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음 소심녀의 아메리카 대륙 탐방기_북아메리카
회사의 녹을 받던 상암동 야근요정시절에는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약간의 지출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그 휴가는 연봉 계약할 때부터 정당한 내 휴가지만 그냥 왠지 휴가 기안, 아니 연초에 휴가계획서를 올릴 때부터 휴가 후 복귀 첫날의 퇴근 시간까지는 그냥 괜히 휴가가 눈치 보였으니까.
하지만 퇴직금으로 가는 지구 반대편 방문에서의 최적의 항공권은 '가격'이었다. 비행시간이 짧은 항공권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항공권이 훨씬 매력적이다. 그렇게 지도를 펼쳐놓고 고민하던 차에 크나큰 아메리카 대륙의 첫 번째 방문지는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북미, 그러니까 미국이 첫 번째 방문 나라가 되었다.
잘못한 거 하나 없어도 괜히 쫄게되는 입국심사를 거치고, 또 한 번의 국내선 환승을 거쳐 Los Angeles에 도착했다.
조수석에도 걱정이 있다.
미국에서는 렌터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의 마지막 여름휴가였던,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처음으로 렌터카 여행을 해보았는데 운전을 못하여 운전대에 앉지 않는 나에게는 항상 렌터카 여행은 '굉장히 편한' 여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미안한 여행 역시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차로 다니는 것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하지만 조수석에 앉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편치 않다.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 렌터카 여행인 미국에서도 나는 조수석에 앉게 되었다. 내 이마에는 운전자 눈에만 보이는 조수석 담당이라는 낙인이라도 찍혀있는 것일까?
조수석에 앉으면 걱정이 많아진다. 운전할 때는 옆에 나 같은 수다쟁이가 앉는 것이 좋을까? 나는 어색한 사이일수록 그 어색함이 싫어 의식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게 좋을지 안 좋을지, 상대방 역시 어색한 사이일수록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 말 좀 그만해줄래?'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할 텐데.
영어로 된 표지판들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해서 긴장도 하고 내비게이션도 신경 써야 하고, 뻥 뚫린 앞 유리를 통해 강렬한 햇빛도 들어온다.
렌터카 여행 이틀째, 벌써 나는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가고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운전자가 피곤하지는 않은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아졌다. 목적지까지 졸면서 가고 싶은데! 뒷자리에 앉은 동행인은 너무나 당연하게 뒷자리에, 나는 또 너무나 당연하게 조수석에 앉는다.
차를 탄지 이틀 만에 첫 번째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나는 미국 고속도로에서 길 찾는 법을 익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장 힘든 사람은 나도 아니고 운전자니까, 원래 이런 내적 갈등을 통해 여행의 자양분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짧은 내적 갈등이 긍정적인 결론으로 났어도 여행에선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 내적 갈등이 온다. 갈등에 대한 기록은 남겨두고 싶지 않지만 그 순간의 나의 솔직한 심정이 그것이었던 것을.
환락의 도시, Las Vegas!
미국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다 다시 찾다 반복하면서 수다쟁이 기질을 발휘하며 맹렬히 달리다 보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도로 끝에 보이는 높은 빌딩들이 있다. 미드나 영화에서만 보던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그 높은 빌딩들을 둘러싼 먼지들. 여기가 건조한 지역이 맞구나! 이런 휑한 사막에 화려한 호텔들을 지어놓다니. 자본이 대단하다. 미국이 이런 곳인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분수쇼도 화산쇼도 볼만했다. 무료쇼라 롯데월드 퍼레이드 정도 아닐까 생각했는데 규모가 달랐다. 15-30분에 한 번씩 공연을 한다는데 돈은 얼마나 많이 들까. 그렇게 돈을 쏟아 붓기에 전 세계에서 벨라지오와 미라지 호텔이 유명 해졌겠지. 마케팅이라기보다는 돈이 얼마나 들까부터 고민하는 나는 큰 그릇은 못되겠다.
라스베가스에 가면 카지노도 카지노지만 놀이기구를 꼭 타야지 했었다. 100층이 넘는 타워의 전망대는 정말 '쩔었다'. 100층이 넘는 타워의 꼭대기에 전망대는 생각할 수 있다. 근데 놀이기구라고? 정말 대단하다. 이런 게 정말 자본주의적 사고 아닐까.
발아래에 라스베가스의 야경을 둘 수 있다니!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놀이기구마다 2번씩은 타고 가장 재밌다고 느낀 놀이기구는 3번이나 탔다. 놀이기구 좋아하는 나도 놀이기구에서 100층 아래로 떨어지는듯한 기분은 정말 아찔하더라.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라고 우리나라 TV쇼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 3가지 놀이기구를 총 7번이나 탔으니 무서웠다기보다 재밌었던 거 맞지?
사진 출처: http://www.palo-alto.de/
Beginner's Luck
가난한 배낭여행객이자 내기는 살 떨리게 싫어하는 소심녀는 5불 이상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큰 맘먹고 카지노 게임들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들은 술이 공짜!! 판단력을 잃게 하려는 건가!!
3불로 시작해서 15불을 땄다!! 적당한 취기를 즐기며 카지노를 그렇게 입문했다. 최초 지출 예정 금액이었던 나머지 2불은 웨이트리스 언니들에게 팁으로! 배낭여행자가 팁이라니, 취기가 오르긴 올랐나보다.
내가 딴 돈이 야근하고 집에 갈 때의 택시비 정도지만 아 정말 굉장히 흥분해서 재밌게 카지노를 즐겼다. 5불에서 오는 유쾌함이 철철 흘러내리는 경험! 인생 경험에 카지노가 추가되는 순간이다.
솔직히 몇 년 전 기사로 접했던 모 연예인의 어머니처럼 갑자기 잭팟이 터지길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이성이 말해주었다. '너의 행운은 복권이나 카지노는 아닐거야'
3불에서 15불, 이 정도면 충분한 행운이다. 물론, 나에겐 더 큰 행운이 오겠지?
광활한 미국 땅,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가스를 거쳐 미국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자 하이라이트인 그랜드캐년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