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여행

by Heana

'이게 몇 년 만일까...'

생각해보면 아가씨때는 혼자인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는 겁도많고 외로움도 많이 타서 혼자 여행하는건 꿈도 꾸지 못했던 것 같다


독립적인 사람이 된건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와이프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많은 역할들을 해나가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달라졌던게 아닐까?..


올해 설 명절은 꽤 길었다

나는 더 이상 시댁을 갈 필요가 없는 맏며느리였다


설 명절 직전 이혼도 하기전에 분가를 먼저했었다

살려고 야반도주하듯 나온 집이였다

솔직히 죽을 것 같으니 생떼같은 자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사간 집에서 혼자 살게 되는게 현실이라는게

너무 울기만 할 것 같아서

짐도 정리되지 않은 집을 내팽겨쳐두고 서울 여행을 떠났다


솔직히 너무 좋았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유였겠는가

그것도 혼자만의 여행이라니...


친구들은 시댁에서 차례준비 다 뭐다 해서

힘들다는 아우성들이 빗발쳤다

오히려 그때 부러움의 대상이 된건 나였다


이혼이 좋을리가 없는데.. 분명히 없는데도

혼자서 서울 여행을 만끽하는 나는 부러움을 샀다


내가 이렇게 혼자서 뭐든 잘 하는 사람이라니

혼자의 시간을 만끽하고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니


혼자 묵는 숙소도 어색하지 않았다

군중속에서 혼자 혼밥에 혼술을 해도 외롭지 않았다

평화로웠다

오히려 온전하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게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이라니..'


서울 여행은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하는 내게

'희망'을 느끼게 하고 '긍정' 생각을 불어넣어주었다

그 덕분이였는지

혼자 사는 집에서 생각보다는 많이 울지 않았다


장소와 시간 그 모든것에 있어

그 누군가에게도 구속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내가 머물고 싶은 만큼 있을 수 있었다

내가 먹고 싶은걸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었다

그 누구를 맞출 필요도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이제는 모든게 앞으로 내 일상이 된다는게 설면서도 좋았다


서울 여행이 꽤 좋았던 나는

추석 연휴도 매우 길다는것을 확인하고

바로 제주도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한자리 예약하는건 어렵지도 않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혼자 여행하는 경비는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이것이 앞으로 명절을 지낼 내 모습일테지,


아들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혼자 보내는 주말이 오면

커피숍이나 맛집을 찾아

쇼핑을 하거나 때론 여행을 했다

'돌싱'에 특화된 성격인 것 같다고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혼자 보내야만하는 시간들을 나름은 잘 채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