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by Heana

음식하길 좋아하는 나였다

음식을 하고 나면 질려서 못 먹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냄새를 못 맡아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만든 음식을 잘 먹었다


가리는 음식도 없었고 특별히 못 먹는 음식도 없었다

음식 알레르리가 있는 것도 아니여서

먹는걸 좋아하는 나는 '못 먹는건 없어서 못 먹는 것 밖에 없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아내이자 엄마이자 주부인 사람이라면 다 그럴 것이다

내 입맛에 맞춰서 음식을 하는게 아니고

남편과 아이를 먹여야하기에

그들의 입맛, 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따위를 생각하며

식사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이젠 오로지 나를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

언제 먹어도 상관없다

뭘 먹어도 상관없다

내가 먹고 싶은걸 먹고싶을 때 먹을 수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나인데

그동안 같이 살았던 사람이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즐기질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딱 맞는 맵기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혼하면 맘고생 몸고생으로 살이 빠질만도 한데

워낙이 잘 해먹어서 체중변화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들 걱정을 했지만

나는 좀 그만 잘해먹어도 되지 않나 싶을 만큼 잘 챙겨먹었다


혼자 먹다보니 아무래도 한 그릇 음식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다이어트도 해야했기에 샌드위치를 가장 많이 만들먹었다

식빵,치아바타,베이글,바게트등 다양한 빵으로

샌드위치 속재료도 다양하면서도 맛있고 건강하게 만들어 먹었다


혼자 산다는건

나를 챙겨야 하는 사람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전에도 내가 챙겨줘야하는 사람만 있었지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나 하나만 챙기면 된다는건 참 쉽게 느껴졌다


혼자 먹는다고 충 차려먹거나 하지 않았다

하다 못해 예쁜 그릇에 담아서라도 먹었다

내가 편하다고 함부러 대해도 되는 존재가 아닌

이렇게 소중하게 대접을 받을 사람이였다는걸

내가 내 스스로에게 증명해보이는 것이

나를 돌보는 행동 중 하나던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밥 친구'가 필요하다고

나는 원래 밥 먹으면서 미디어를 보는 편이 아니였다

한번 켜놓기 시작하면 소리 없는 식사자리가 어색하고 싫어질 것 같아

왠만하면 미디어를 켜놓지 않았다

정적이 싫으면 그냥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였다


생각해보면 세명이 사는 집도 그리 떠들썩 하지는 않았다

내가 뭔가 집안일을 하거나 바쁘면 사람이 없는 집처럼 더 조용했다

그만큼 아빠와 아들의 교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사람이 있는데도 고요한 집이 싫었다

부득이나 말을 많이 나눠야하는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웠기에 더했다

즐거움이 되어야할 대화가 나의 의무이자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였다

아무튼..그렇게 살아왔다 보니

혼자 사는 집의 고요함이 그리 어색하지도 적막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 같다


주부라면 식사 메뉴 정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남편이 있으면 있는데로 아이가 있으면 있는데로

신경이 쓰이는게 바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다

나 하나 먹을 것만 생각하면 되니 얼마나 편했겠는가

식재료비도 (외식 포함) 별로 들지 않았다

어쩌면 가족안에서 '식사'를 준비한다는건

'책임'이자 '의무'였던게 아닐까


말 그대로' 편하다'는 거지 '좋은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다

매일 한참 자라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해먹이는게

엄마로써 기쁨이자 행복을 느끼는 특권이 아니겠는가


음식하길 좋아해서 가족들 친구들 돌아가면서 불러모아 밥을 해먹이던 성격의 나였다

그러니 챙겨먹일 사람이 없다는 그 헛헛함과 허전함을 어찌 설명하겠는가


혼자는 뭐든 편하다

밥먹는 것도 여행하는 것도 삶의 모든 것이

그게 꼭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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