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아,결혼전에 한번은 혼자 살아볼껄.. 이제는 아예 그럴 기회가 없구만..'
그 생각을 했었을 땐 이렇게 이혼해서 혼자살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거겠지..
난 이혼 전 분가를 먼저하게 되었다
야반도주하듯 갑작스럽게 나온집이였기에
분가할 준비는 전혀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였다
올전세 매물은 잘 없었고
재산분할을 받기도 전이였기에 보증금을 마련할 돈 같은건 없었다
마침 비어있는 집이 있었다
나 혼자 살기는 나쁘진 않은 투룸이였고
집 상태도 깨끗하고 좋았으며 공실이였다
그 집은 아이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 위치도 좋았다
아이를 자주 수시로 만나게 하기로 구두로 합의가 되어있었기에
아이 중학교 다닐동안에는 근처에 살려고 생각했던 나였다
선택권은 어짜피 없었던 참이였기에
엄마에게 보증금을 빌려 그렇게 급하게 분가를 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일이 너무 많고 바쁜 시기였다
어두울때 출근해서 어두울때 퇴근했으니..
평균 근무시간이 10시간을 훨씬 넘었고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할 것 없이 출근해서 일하던 시점이였다
고강도를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도
설거지든 빨래든 아이를 챙기는 일이든
지친 몸이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하나쯤은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 산다는 건
퇴근해서 씻고 바로 누워도 뭐라할 사람도 아무문제도 없다는 뜻이였다
주말에 늦잠을 자도 괜찮았고
꼭 삼시세끼를 다 챙겨먹지 않아도 되었다
나 하나 먹을껀만 생각하면 되니
간단히 챙겨먹어도 뭘 하나 사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부지런할 필요가 없었다
한없이 게을러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금요일 토요일 새벽 늦게까지 자지 않아도 되었고
하루종일 티비를 보며 뒹굴거려도 상관없었다
그런 여유가 그런 한가함이 도대체 언제 누려봤던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당시 나는 가까운 사람과 관계에서 갈등과 아픔이 있었기에
독립한 그 집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 집을 오는건 내 아들, 단 한명이였다
(집이 작고 불편해서 나중에는 아들도 집에 올일은 거의 없었다)
나를 모든 사람에게서 고립해버리는 것이 당시의 나에게 필요한 일이였다
아무도 내가 사는 곳을 모른다는 것
내가 사는 곳을 누군가 찾아올 일이 없다는 것
그 사실이 표현할 수 없는 평안을 내게 주었다
'이렇게 자유롭다고?'
'이렇게 편안하고 평안하다고??'
'이렇게 내게 주어진 온전한 시간이 많다고???'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아서
이혼이 절대 '좋은 일' 일리가 없는데
이렇게 좋다고 느껴도 되는건가 하는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단 하나 '엄마의 자리'외엔 모든 것이 좋았다
앞으로 혼자 사는 삶이 이런거라 생각하니
굳이 슬픔에 파묻혀있을 필요도
내 자신이 비참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우울에 잠식되어 살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이 그저 응원의 의미로 "제 2의 인생의 시작이네"했던 말들이
사실 진짜 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새로워진, 달라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엄마','아내','주부','며느리'란 이름표를 다 버리고
오직 내 이름 석자로 살아가는 삶인 것이다
어떠면 내게 다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그 방향에 대해'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었고
그 사실은 나를 설레게 하기도 했다
물론 '가정'이 깨어졌다라는 아픔과 불안이 왜 없었겠는가
내가 책임질 존재도 없지만
나를 책임져줄 존재도 없다는 의미였다
나 하나만 챙기면 되지만
내가 의지할 존재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낯설었다 막막했다
혼자 살고 있는 이 집이 이 상황의 내가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길을 잃은 것만 같았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걷게되는 긴터널을 지금 걷게 되었는데
그 끝이 어디쯤인지 희미한 빛 한줄기도 보이지 않은채
맞는 방향인지도 모른채 정처없이 걷는 기분이였다
내 예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 모든 일은 내가 준비되지 않은채 일어났다
내 계획대로 되어주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올해는 그냥 그 모든게 엉망진창 안되는 해 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자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경지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좋은 말로 내려놓는 다는 거지만 한편으론 포기였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흘러가는데로 나를 맡기는 수 밖에
혼자 사는 생활도 혼자사는 집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혼자 보내는 주말도 휴일도
그 모든 시간들을 나만의 색깔로 채워간다
오히려 온전히 혼자인 지금이
사람 관계의 지친 나에게는
외롭지 않은 시간이였다
오히려 평안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였다
혼자 산다는 건
그 어떤 간섭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선택을 나 하나만을 위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삶을 오로지 혼자 선택하고 책임지며 나아가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도 나 혼자의 몫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