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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Dec 11. 2023

프랑스인들과 한국 술안주를 먹으며 술게임 하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매달 한번씩 한국 요리와 관련된 아뜰리에를 진행하고 있다. 어쩌다 운이 좋게 이런 기회가 와서 매달 한 번씩 메뉴를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9월 : 김밥+떡볶이

10월 : 한국 양념치킨 (간장마늘/양념)

11월 : 김치요리 4가지


12월에 하려던 메뉴들을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12월이나 약간 파티처럼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 술판 »이었다. 한국 안주들을 준비해 두고, 막걸리, 맥주, 소주에 어울리는 안주들을 소개하고 함께 맛보며 한국 술게임을 알려주는 거다. 그렇게 계획을 짜고는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홍보를 했던 것 같다. 다른 아뜰리에를 할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홍보를 했다. 그렇게 열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신청을 했다. 술 게임을 하며 텐션을 높이기 위해 도와줄 한국인들도 불러 모았다. 한국인도 7명 가까이 참여해서 제법 인원이 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술안주는 가격이 너무 들지 않으면서 술과 어울리는 술안주를 보여줄 수 있는 메뉴들로 결정했다.  내가 정한 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제육볶음, 떡볶이와 튀김, 어묵탕, 콘치즈, 야채 전, 두부김치- 아뜰리에에 퇴근 후 가기 때문에 바로 당일에 요리할 시간은 없었고, 대부분 전날 미리 요리해 두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아뜰리에 장소로 가서 15분 정도 동안 데우면서 만들기로 했다. 금요일에 있는 아뜰리에를 위해 수요일부터 장을 보고, 목요일 저녁 미리 요리를 했다.


제육볶음을 양념해서 볶아낸다.

떡볶이도 미리 만든다.

두부김치를 위한 김치를 미리 볶아둔다.

어묵탕을 위해 꼬치에 어묵을 끼워두고, 멸치와 다시마, 국간장을 챙겨둔다.

콘치즈는 미리 마요네즈, 버터에 볶아낸다. 당일에 치즈를 얻어 데우기만 하면 된다.

야채 전을 위해 부추전, 기름, 채소만 챙겨둔다.

한 시간 만에 모든 준비가 끝난다. 심플하다.


퇴근 후, 아뜰리에 장소에 짐을 챙겨간다. 시작하기 10분 전에 도착했다. 원래 초반 10분 동안은 한국의 주도, 술 예절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동안 난 요리들을 데우며 준비하려 했다. 평소에는 6시 땡 도착하는 사람들이 어쩐 일인지 6시보다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다들 뻘쭘하게 기다리고 있어서 얼른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보통 아뜰리에 동안 통역을 해주는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이 한글 술 매너를 설명해 주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셔서 그런지 얼른 내가 나서기로 했다. 도착한 한국인들이 도와주겠다고 하기에, 전 부치던 것을 그분들에게 부탁하고 교장선생님과 함께 한국 술 매너를 설명해 주기로 한다.


내가 정리해 온 내용들은 제법 심플했다. 몇 가지 술 매너들을 설명해 주고, 소주병으로 회오리 만드는 법도 알려주고, 다 준비된 요리들을 상 위에 모두 차려두고는 각 메뉴마다 어울리는 술안주를 알려줬다. 술을 마시기 전 배를 좀 채워야 하니 먼저 요리들을 맛보게 했다. 다들 잘 먹기에 뿌듯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잘 먹는 것을 보니 맛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분들이 각자 좋아하는 메뉴마다 레시피를 물어봤다. 오늘의 요리도 성공적이구나-뿌듯했다.  

다들 요리를 좀 먹은 후, 술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다. 미리 술 게임들을 찾아서 정리해서 왔지만, 아무래도 처음 하는 프랑스인들에게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눈치게임과 369 정도의 게임만 할 수 있었다. 술게임은 술을 먹이고 마시고 하면서 텐션이 올라가며 노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안 좋아하지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서인지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더 정신없이 노는 분위기를 원했지만 좀 차분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충분히 즐기는 것은 느껴져서 내 계획이 실패는 아니었다. 그저 내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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