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Nov 22. 2023

프랑스인들에게 2시간 동안 김치요리 4가지 선보이기

매달 한 번씩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식 쿠킹 아뜰리에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주제는 "김치요리"였다. 김치 담그기가 아니라, 담근 김치로 뭘 요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였다. 나는 쿠킹 아뜰리에를 2시간으로 잡고,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려 애쓰는 편이라 메뉴를 좀 다양하게 하는 편이다. 이번에 정한 메뉴는 김치전, 김치비빔국수,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네 가지였다. 김치를 사서 진행하면 재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금요일에 있는 아뜰리에를 위해 일요일에 배추김치를 담갔다. 액젓을 거의 다 써서 평소에 넣는 만큼의 액젓을 넣지 못했다. 대신 새우젓을 평소보다 더 넉넉히 넣었다. 나는 젓갈맛이 충분히 나는 김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찹쌀풀,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가루, 채 썬 무, 파, 액젓, 새우젓, 설탕- 이 정도 재료를 넣어 잘 섞어준다. 그런 후, 찍어서 맛을 본다. 그냥 먹었을 때 약간 짠 듯한 느낌으로 맛있게 느껴지면 양념이 됐다. 잘 절여둔 배추를 양념에 잘 버무려준다. 장갑이 없어 맨손으로 비벼주고는 손에 물들까 겁나 서둘러 손을 씻는다. 금요일까지 김치가 다 익어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두고 최대한 빨리 익기를 기다린다.

사흘쯤 있으니 다행히 김치가 요리하기 딱 좋게 잘 익었더라. 쉬어버리면 안 되니 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아뜰리에를 위해 준비할 건 김치 외에는 딱히 없었다. 김치전은 김치, 부침가루/ 볶음밥은 김치, 밥, 기름, 계란, 김가루 정도/김치비빔국수가 그나마 양념을 위해 각종 양념재료가 필요했고/ 마지막으로 김치찌개는 김치, 돼지고기, 두부, 파정도면 끝이다. 이렇게 간단하다 생각했지만 다 모아서 가져가려니 무거웠다. 고맙게도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이 퇴근길에 데리러 와주셔서 차를 타고 편하게 아뜰리에 장소로 갈 수 있었다. 거의 시작하기 직전에 도착하여 서둘로 요리별로 세팅하여 준비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오늘의 참가자는 8명이었다. 그전에는 여러 요리를 동시에 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간단히 할 수 있는 레시피들로 준비했기에 오늘은 요리를 하나씩 순서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동안 미리 김치찌개와 먹을 밥을 안쳐둔다. 사람들이 모이면 애피타이저처럼 김치전을 처음 시작한다. 부침가루:물:김치=1:1:2 정도 비율로 잡아 잘 섞어주고 기름에 부쳐낸다. 프라이팬이 없어 조금 넓은 냄비에 했더니 부침개를 부치기가 썩 용이치 않았다. 요리하며 내가 맛을 보지 못하니 제대로 된 건지 알기 어려웠지만 다들 고개를 끄덕이기에 잘된 것을 알았다. 사람들이 먹는 동안, 남은 부침가루에 파를 이용해 간단하게 파전도 만들어서 맛을 보여줬다. 간단한 채소들로 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후, 비빔국수를 한다. 양념을 만들고, 오이를 채 썰고, 미리 삶아 챙겨 온 계란을 잘라둔다. 소면을 삶아서 찬물에 헹궈낸 후, 양념에 비비고 그릇에 예쁘게 담아낸다. 오늘은 요리의 비주얼도 신경 쓰며 플레이팅을 해서 선보였다. 그러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더라. 이렇게 두 가지를 마치니 50분 정도 지나있었다. 시간 조절도 모두 너무 잘 되었다. 만족스러운 진행이었다.


그 후에는 이제 김치볶음밥을 했다. 볶음밥을 위해 먼저 계란 반숙도 하나 부쳐내었다. 그런 후, 김치에 미리 챙겨 온 찬밥을 함께 볶아내고 나의 치트키 고추장을 살짝 넣어 볶음밥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김치볶음밥도 그릇에 담은 후 엎어내어 봉긋 솟게 준비하고, 계란프라이, 김가루, 다진 파까지 뿌려주어 예쁘게 선보였다. 이번에도 카메라들이 즐비했다. 사람들이 맛보는 동안, 남은 소면으로 간장비빔국수도 하나 만들어서 선보였다. 매콤하지 않아 어린이들도 먹을 수 있는 국수였다. 간장, 설탕, 참기름, 식초, 다진 마늘로 맛을 내어 간단하지만 맛은 간단하지 않은 요리이다. 모두 잘 먹으며 C'est bon!이라 외쳐줬다.


이제 마지막은 김치찌개이다. 잘라온 삼겹살을 볶아내다가 남은 김치, 김치국물까지 모두 통으로 부어버리고 볶아내 준다. 김치가 물러진 김치찌개를 좋아하는데, 바로 물에 끓이면 더 오래 끓여야 하지만 이렇게 볶아서 하면 직접적으로 불에 닿으면서 더 빠르게 익는다. 김치를 마저 볶다가 물을 넣고 끓여준다. 15분쯤 끓여주고, 위에 두부를 얹어주고는 마지막에 파까지 얹어 마무리한다. 미리 해둔 흰쌀밥과 김치찌개를 모두 그릇에 나눠준다. 다들 잘 먹는다. 남은 김치찌개를 계속 퍼가서 먹는다. 불어 통역을 해주는 한국인인 교장 선생님이 진자 맛있다며 계속 드셨다. 냄비밥의 바닥에 누룽지가 눌어있는 것이 보였다. 누룽지 맛도 보여주고 싶어 약간의 누룽지만 물을 넣고 끓여 이것도 선보였다. 김치찌개와 먹는 반찬으로, 비빔국수에 썼던 오이를 잘라 오이무침까지 해서 선보였다. 다들 나는 안 먹냐며 걱정해 주기에 남은 누룽지와 김치찌개를 먹어보았다. 김치찌개가 역대급으로 잘됐다. 정말 김치찌개 맛집 김치찌개처럼 엄청 진하게 맛이 딱 좋았다. 김치가 익은 정도부터, 고기와 김치 비율에, 김치의 신맛, 감칠맛 모든 맛의 밸런스가 꽤나 최상급이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어 오늘 왜 이렇게 맛있게 잘됐지?'싶은 맛이었다.  

이날 요리는 총, 김치전, 파전/김치비빔국수, 간장비빔국수/김치볶음밥/김치찌개와 쌀밥, 그리고 오이무침이었다.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준 것 같았다. 어떤 요리가 제일 좋았냐 했을 때 서로 다 다른 대답을 한 것으로 보아 모든 게 맛이 좋았단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다 하는데 1시간 50분이 지났으니 시간 조절도 정말 잘 된 아뜰리에였다. 사람들도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눠서 분위기도 좋았다. 끝나니 미리 나서서 설거지들을 모두 도와주었고, 남아서 서로 대화를 하느라 아뜰리에 후 50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떠났다. 그만큼 사람들이 만족스럽고 즐거워했다는 것 같아 내심 뿌듯하고 기뻤다. 앞으로 이 8명의 프랑스 사람들은 김치가 있으면 생김치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날 내가 알려준 다양한 김치요리를 생각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이 아뜰리에를 계획한 목적이었고, 이날은 꽤나 성공적인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료 온라인 한국어 클래스를 진행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