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Day0-여행 준비
2년 4개월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한국에 돌아왔다는 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휴가도 함께 갈 수 있는 거다. 부모님, 오빠, 언니와 나까지 5명인 가족이지만 언니와 오빠는 이미 결혼하여 자신들만의 새 가정을 꾸렸다. 그러니 각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느라 바쁠테니 나와 보낼 시간은 없을 거다. 혼자 여행이 더 편할 수 있지만, 기회가 될 때 가능하면 부모님과 여행을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곤 했다. 그러니 이번 여름에는 부모님과 여행을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모두 이룰 수는 없는거다. 언제나처럼 아버지는 일하시느라 시간이 없으시다. 남은 건 엄마 뿐이다. 엄마는 시간을 내실 수 있기에 먼저 엄마에게 일정을 여쭈어 8월 첫째 주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다.
엄마에게 뭔가를 여쭈면 자주 하시는 말씀은 "엄마는 잘 몰라"이다. 알아보는 것은 모두 내 몫인거다. 내가 모두 결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의견을 묻고 엄마도 무언가를 결정하게 하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결정하시도록 하면 앞으로 더 잘 결정하실 수 있을 테니까. 일주일 뿐이고, 파리는 올림픽 시즌이니 유럽은 무리다. 가보고 싶은 곳은 이탈리아지만, 여름 성수기에 가는 건 아니다 싶었다. 가까운 곳 생각하니 엔저에 일본을 갈까 싶지만 엄마가 일본은 몇 번 다녀오셨다. 다른 선택지는 이제 동남아시아였다. 나는 아직 동남아는 가본 적이 없지만, 동남아 음식들을 모두 좋아하는 내게는 좋은 여행지일 것 같았지만, 깔끔쟁이 엄마를 생각하면 몇몇 여행지의 위생이 걱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내가 동남아 경험이 전무하니 조금 쉬운 여행지로 결정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생각난 곳이 말레이시아였다. 말레시아로 나라를 내가 정하고,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중에 고민을 했다. 좀 더 예쁜 코타키나발루로 갈까하는 고민을 하다가, 말레이시아에서 살다 한국에 온 친구에게 연락하여 물어봤다. 친구가 휴양지는 어디가나 휴양지의 모습이라고 말레이시아를 잘 알려면 아무래도 쿠알라룸푸르를 가야하지 않겠냐는 말에 쿠알라룸푸르로 마음이 끌렸다. 이제 엄마에게 결정을 내리게 할 차례였다. 엄마에게 연락하여 친구의 조언까지 전달했다. 엄마도 쿠알라룸푸르가 좋겠다고 하셔서, 여행지를 결정했다. 그런 후, 항공권을 예매하며 여행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항공권을 먼저 구해두고 딱히 한 것은 없다. 한달 쯤 후에 '아...더 늦기 전에 숙소 예약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숙박을 알아보니 말레이시아 숙박비가 그다지 부담이 없었다. 호텔을 알아보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보내니 짧지는 않은 기간이라 호텔 좁은 방이 조금 답답할까 싶어 에어비앤비를 알아보려 검색했다. 쿠알라룸푸르의 시그니쳐인 쌍둥이빌딩이 보이는 고층빌딩들에 숙박가능한 곳들이 많았다. 인피니티 풀도 모두 건물마다 갖추고 있어서 집 형태니 원한다면 요리도 가능하고 빨래도 가능하고, 거실도 있으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에어비앤비의 경우 가끔 청소가 문제인 곳들도 있어서 평점과 후기를 모두 잘 살피며 두개 정도로 후보를 좁혔다. 그런 후 엄마에게 알려서 선택하시게 했다. 이번에도 "엄마는 잘 몰라"라는 답변이 왔다. 내가 엄마가 더 좋아할 것 같은 곳으로 정하고, 여기로 정하는 이유를 설명한 후 결제를 진행했다.
여름이 되었다. 휴가까지 한 달 가까이 남아있는데, 대충 여행 일정을 잡아보았다. 유투브와 블로그를 몇 개 검색하고 간단하게 일정을 잡는다. 여행 계획을 세우기 쉬운게, 쿠알라룸푸르에 볼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볼 게 많은 곳이라면 계획 세우기에 시간이 많이 들었을 텐데, 심플한 곳이라 한 두시간만에 계획 세우기를 끝냈다.
월요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도착-근처 쇼핑몰 구경-저녁 먹기
화요일- 메르데카 광장-KL 타워 전망대 - KLCC 공원 -잘란알로 야시장
수요일- 오전 휴식- 말라카 근교 도시 투어
목요일- 바투 동굴 - 자유 시간
금요일- 아침 먹고 공항가기
미리 예약해 둘 것은 말라카 근교 투어 하나였다. 인당 10만원 정도 하는 투어를 예약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옛 식민지시대때의 건물들이 남아있는 도시라고 했다. 오전 11시30분쯤 쿠알라룸푸르에서 픽업해서 저녁까지 투어하고 밤 10시경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오는 투어라 했다. 찾아보니 반딧불 투어도 많이 본다고 하기에 찾아봤는데, 작은 나룻배 같은 나무배를 타고 아주 어두운 곳을 배타고 나가더라. 유튜브 영상에서 아주 어두컴컴한 가운데 배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반딧불은 안봤지만 분명 엄청 예쁘고 볼만 할 것 같지만, 겁 많은 엄마는 무서워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투어는 말라카 하나만 하기로 하고 여행 계획을 모두 마쳤다.
여행을 위해 미리 준비할 것은 크게 없었다. 미리 할 것은 하나, 환전뿐이었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보유한 곳이 많이 없어서 모바일로 미리 환전을 신청하고 우리은행 본점에 가서 돈을 찾아와야 했다. 한국돈으로 대략 40만원 정도만 환전했다. 1200링깃이었다. 우리은행에서 돈을 환전하는데 은행원분이 트래블월랫 카드를 추천했다. 여행을 며칠 후 떠난다 하니 긴급으로 신청하면 금방 받을 수 있을거라 하여 신청했더니, 정말 빠르게 바로 다음날 카드가 왔다. 준비는 이렇게 금방 끝났다.
아침 7시45분 비행기라서, 일찍 공항에 가기위해서는 집에서 공항버스 첫 차를 타야했다. 하지만 혹시나 첫 버스를 놓치는 경우나,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혹시라도 (난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 못 타는 경우를 대비해 인천 공항 근처에서 숙박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미리 공항 근처에 숙박을 잡아두었다. 엄마가 고향 집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셨다. 기차역으로 짐을 챙겨 엄마를 마중 나갔다. 그런 후, 함께 기차역에서 인천공항 행 공항버스를 탔다. 한국이 너무 더웠다. 걱정했는데 최근에 베트남 다녀온 친구가 말하길 "한국이 더 더워"라고 했기에 동남아로 떠나면서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한국이 더 더울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원한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유심을 구매하고, 무료 셔틀을 타고 공항 근처 숙소로 갔다. 인천 공항 근처라 바다 근처였다. 엄마는 칼국수 매니아시다. 한국 떠나기 전 저녁 식사로 해물 칼국수가 좋을 것 같았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엄마와 함께 영종도 근처 해물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해산물이 듬뿍 담겨있어서 먼저 끓여서 먹다가 마지막 육수에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 거였다. 엄마는 해산물을 많이 드시고, "엄마는 배불러서 칼국수는 조금이면 돼"라고 하시며 두 젓가락 가져가셨지만, 한 입 드시고는 계속 떠드시더라. 역시 칼국수를 좋아하는 분이구나 싶었다.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기에 엄마에게 모든 준비를 다 마쳐두고 자야한다고 계속 반복해서 얘기를 했다. 일어나면 간단하게 씻고 바로 나갈 수 있게 준비해야 하기에 짐도 미리 모두 싸두고, 아침에 쓸 것들을 모두 한 자리에만 모아두고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준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엄마는 바로 잠드셨다. 주무시는 숨소리를 들으며, 우리 둘의 여름 여행이 어떨까 조금 걱정이 됐다. 너무 준비가 미흡한 건 아닌가 싶으면서, 엄마가 즐거워하실지 알 수 없어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여행 전 날 겨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