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
Day 2: 하루 일과 기록
• 목표: 하루의 일정을 자세하게 기술합니다. 시간을 기준으로 작성해도 좋습니다.
• 포커스: 시간 순서와 서술 능력.
둘째 날이다. 하루 일과 기록을 쓰라는데, 지난 간 과거의 어떤 날에 대해 써도 좋았겠지만, 마침 이 날 하려던 일들이 많았기에 글로 쓰기 적합할 것 같았다. 하루를 충분히 보낸 후, 밤에 노트북 앞에 앉아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간 순서와 서술 능력에 포커스를 맞추라기에 시간의 흐름이 잘 느껴지도록, 그리고 최대한 서술하게 애써서 쓰다 보니 글이 굉장히 장황해져 버렸다. 나에게는 제법 흥미롭고 즐거웠던 하루기에 읽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 날의 나의 기분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어느 토요일 하루
주말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요즘 봉사 활동을 종종 가는 곳에서 2024년 봉사교육을 들어야 한다 하기에 참가 신청을 미리 해 두었다. 주말이지만 늦잠 자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찍 눈을 뜨니 너무 일찍 눈을 떠서 아침에 여유를 부리다 나올 수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선 순간부터 푸르른 아침 하늘을 보며 오늘 하루가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버스 정거장이 가까워지는데 저 멀리서 내가 타려는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가 정거장에 먼저 도착했지만, 기사님이 나를 보시고는 30초 정도 (그보단 적을 것 같은데) 기다려 주셨다. 처음부터 친절함을 만난 시작이 좋은 하루였다.
교육을 받을 곳 근처에 내려서 가는 길에 잉어빵을 파는 분을 만났다. 아침이라 조금 쌀쌀함에 지나친 잉어빵이 생각나서 다시 되돌아가 잉어빵을 사서 아침으로 먹었다. 모닝커피를 한 잔 사들고, 교육장에 들어선다. 입구에서 출석 체크를 한 후에는 공짜 생수와 간식들을 챙길 수 있었는데, 건강을 생각해 간식은 생략하고 생수만 챙겨 자리에 앉았다. 조금 뒤 교육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봉사활동 내용들에 대한 소개였다. 봉사활동을 오면 다양한 일을 분담하여 맡게 되는데, 각 일들에 대한 설명을 사무국장님께서 해 주셨다. 이후에는 봉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벼운 교육이었다. 사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져, 스케쥴러를 꺼내 일정관리를 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휴식 후에는 마지막 교육으로, 약간은 종교적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에 종교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다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닌 나는 가끔은 이런 얘기를 듣는데 집중이 안되기도 하는데, 말을 잘하시고 재미도 있으셔서 교양수업 특강을 듣는 느낌으로 교육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노숙자와 취약계층을 위해 밥을 해주는 곳이라 사람들이 먹는 것에 허투루 하지 않는 곳이라 참가자들 가는 길 (마침 점심시간) 배고프지 말라는 것인지 따뜻한 떡을 두 손에 안겨주더라. 넉넉히 준비해서 떡이 남아서 두 개나 주게 됐다는데, 부족하지 않게 매번 준비하는 이 봉사처의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했다.
봉사가 끝난 후에 갈 곳은 미리 정해져 있었다. 며칠 전, SNS에서 여의도에서 “남도김밥축제”라는 것은 한다는 말을 봤다. 처음에 남도라기에 ‘전라도에서 하는 축제인가 보다. 못 가겠네.’했는데 여의도에서 한다더라. 남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전라남도에서 남도산 김을 홍보하기 위해 준비한 축제라 이런 이름을 가졌다고 했다. 무료 김밥도 4종이나 맛볼 수 있고, 전국구 김밥 맛집들도 참여한다고 하고 각종 부스가 있다기에 김밥을 사랑하는 내가 꼭 가야 할 곳만 같았다. 여의나루역에서 5호선을 내려서 출구를 향해 걸어가면서 ‘어… 사람이… 너무 많은데?’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지하철 한 대에서 이 정도 인원이 나오는 건, 꽤나 어마어마한 인파가 있을 거라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대체 왜 내가 이곳에서 김밥을 맛볼 거라 기대했던 걸까. 서울에 다시 돌아오고 7달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서울을 다시 파악하지 못했던 걸까. 서울은,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다.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은 줄이 어마어마했다. 거의 100명씩은 줄 서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웨이팅에 약하다. 맛집에서 30분 이상의 웨이팅은 내게는 낭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래 웨이팅 하는 사람들도 존중한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를 뿐이다.) 게다가 줄이 길지 않은 곳에 줄을 서려했더니, 재료 소진이라거나 2시간 뒤에나 판매가 재개된다는 등의 안내가 달리기 시작했다. 김밥 축제를 왔지만 김밥을 맛볼 수 없었다. 그 밖에도 김으로 하는 여러 체험부스들이 있지만 이곳들도 기다려야 하기에 난 모든 참여를 포기했다. 그래도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김밥에 관련된 뭔가를 한다는 생각으로 가운데 줄 세워진 마켓에서 전국 김밥집들에 대한 책을 구매하고 저자의 사인을 받았다.
그대로 돌아가자니,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아까웠다. 30분 걸려서 찾아왔는데, 다시 30분을 들여 돌아간다는 게 아쉬웠고 배도 고팠다. 축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각종 푸드트럭들이 있었다. 푸드트럭을 둘러보며 줄이 거의 없는 곳(5명 이내)을 골랐다. 처음에 타코야키를 먹으려 했는데 기다리다 보니, 주인분이 손이 느리고, 그 움직임이 요리를 잘하는 이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줄을 이탈해 다른 곳을 찾아 나섰다. 진미채 튀김을 지나치다가 먹어본 적이 없어 한번 주문했다. 시즈닝을 골라야 해서 어니언맛을 골랐다. 어니언시즈닝파우더에 튀긴 진미채를 버무려 듬뿍 주더라. 6천 원인가 8천 원인가, 제법 비싸게 줬는데 양이 너무 많고 이걸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실 1분 정도 먹고는 이미 질려서 더 당기지 않았다. 가격을 내리고 더 적은 양으로 팔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을 했다. 이것만으로 만족스럽지 않아 돌아다니다가 예전에 못난이 핫도그라 불렀던 감자를 붙인 핫도그를 발견해서 하나 구매했다. 맛을 보는 순간, ‘핫도그가 이렇게 맛이 없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없었다. 한입 먹고 아까워 한 입만 더 먹은 후, 더는 먹을 수 없어 버리기로 결정했다.
지하철을 다시 타기 위해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는데, 쓰레기통을 10분째 찾을 수가 없었다. 불평하며 걸어 다니다가, 사람들이 돗자리를 빌리고 한강라면을 사가는 곳을 보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김밥축제 장소를 벗어나 한강 공원에서 피크닉 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피크닉을 즐기고 싶었다. 4천 원에 돗자리를 빌리고 (반납 시 2천 원 반환) 한강라면을 하나 주문한다. (오늘은 참깨라면!) 건강 때문에 한동안 라면을 못 먹었던 터라, 돗자리를 한강이 보이는 잔디밭에 깔고 자리 잡아 한입 하는 순간, ‘아, 평화로워’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자극적인 라면으로 입안 가득 맛을 느끼고 배가 부르니 이제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하늘과 푸른 나무와 잔디밭, 중간중간 가을의 터치가 느껴지는 풍경과 돗자리를 깔고 자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돗자리에 누워 낮잠까지 자고 일어나니,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이지’라는 만족감이 나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