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와 현상이는 동갑이다. 메뚜기떼의 큰 형님, 큰 누나이다. 태태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둘은 나이가 같다 뿐이지, 뭐 하나 같은 점은 홀로는 찾지 못했다. 둘이서만 놀라고 하면 놀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홀로는 한 적도 있었다.
여름이는 모임의 대들보 같은 역할이다. 대들보인데 조금 많이 흔들린다. 존재감이 매우 크고 모임의 기둥 같은 존재로 하나로 묶고 있지만, 옆에서 대들보를 좀 잘 받쳐줘야 한다. 그게 그녀의 매력이었다. 위험한 대들보지만 누구 하나 무너지게 두지 않고 옆에서 함께 받쳐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호탕했다. “아하하하하”하는 그녀의 큰 웃음 소리만큼 그녀는 성격은 쾌활했다. 하지만 언뜻 그녀에게도 힘든 아픈 시절들이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홀로에게 그녀가 그런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많이 없었기 때문에 홀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삶에서 많은 부분을 스스로 짊어지고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 듯 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삶이 가끔을 버거울 수 있으니 어려워하는 시기가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녀는 동생들과 아주 잘 지냈고, 태태는 그녀가 치는 사고들을 처리하는데 가끔 정신없어 했지만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하는 모양새였다. 주변에서 귀찮아 할 법도 하지만, 불평을 하면서도 다들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녀의 힘이었다.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그녀였다. 그게 여름이었다.
현상이는 여름이와 달랐다. 크게 존재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곳에 있었다. 묵묵히 자리잡고 있었다. 홀로는 처음에는 이 사람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 못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여행을 다녀오면 다른 친구 뿐만 아니라 홀로를 위한 선물도 매번 챙겨왔고, 홀로가 하는 별 의미없는 단체방의 메시지에도 매번 반응을 해줬다. 현상은 그런 사람이었다. 강렬하게 다가오기보다 서서히 스며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현상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기에, 다들 그가 뭘 하는지 몰랐었다. 홀로는 10년이 지나서야 그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비밀이 많다라기 보다 굳이 필요치 않다 생각하면 말을 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겠다.
얼마전 홀로는 현상이 사는 지방의 한 도시에 그와 그의 가족들을 만날 겸 짧은 여행을 갔다. 그 곳에서 홀로는 스스로 뭘 할 필요가 없었다. 현상이 마중나와 모든 곳을 구경 시켜 주었다. 어두운 밤길에서 지역 행사를 보고 걸어가는 거리에서 그들은 말은 없었지만 현상이 휴대폰을 꺼내 밝게 앞을 비춰주고 있었다. 종종 홀로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보면서 말이다. 그랬다. 현상은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