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요리들을 그리다가 지겨워져서 저작권프리 사진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납작 복숭아를 보았다. 나는 복숭아 하면 친언니가 떠오른다. 태어나서 언니처럼 복숭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 옆에서 함께 복숭아를 엄청 먹곤 했다. 언니와 있으며 나도 언니처럼 물렁한 것이 아닌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하게 되었었다. 하나를 언니가 깎아서 둘이 나눠 먹으면 언니가 “이제 네가 깎이”라고 말해 내가 하나를 더 깎고, 그다음은 언니가 또 깎으며 복숭아를 엄청나게 먹었던 기억이 가득하다. 프랑스에 와서 처음으로 납작 복숭아를 너무 맛있게 먹었을 때도 언니가 생각났고, 마트에서 처음 보는 복숭아를 발견했을 때도 언니가 생각났다. 나에게 복숭아는 언니다.
복숭아를 보고는 언니가 생각났고, 그 복숭아를 그리고 싶어졌다. 마침 새로 사두었던 20cmx20cm의 작은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이 있었다. 둘 다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지만 연필로 간단한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시작했다. 워낙 작은 사이즈라 30분이 채 되지 않나 완성되었다. 처음인데 생각보다 괜찮게 그려진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 언니에게 보냈다. 답장이 왔다.
-납작 복숭아네. 먹고 싶다.
Acrylic on cotton canvas (20 cm x 20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