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모든 글을 브런치에 업로드하진 않지만, 꽤나 많은 글을 올리고 있다. 다른 활발한 계정들을 가보아도, 나보다 훨씬 많은 구독자와 많은 수의 좋아요를 가진 작가들도 편수로만 따지만 나보다 적은 이들도 많으니까. 어쩌다 브런치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 서로의 게정을 공유하게 되면, 많은 이들이 내 계정에 올라온 600편이 넘는 수를 보고 놀라기도 한다.
나름 꾸준한 글쓰기
2022년 9월에 첫 글을 올렸으니,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3년이면, 365*3=1095일이다. 중간중간 지웠던 글들도 제법 되기에, 현재 올라간 글이 684편이니, 대략 700편이라 하자.
연간 대략 233편이고,
월평균, 대략 19~20편이며,
주당 4~5편.
0.64편/일이니, 이틀에 한 편정도는 썼다는 거다.
글쓰기를 습관화하려 했었는데, 이 정도는 꽤나 꾸준하고- 습관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나의 글쓰기 여정: 글의 방향에 대하여
제일 처음 브런치에 가입할 때 쓰려던 글은 어린 시절의 상처, 트라우마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를 모두가 볼 수 있게 적어 내려 간 후 발행을 누른 후에는 조금은 맘이 편해진 기분이었다. 읽는 이들이 딱히 많지 않았지만, 그냥 공개한 것만으로 개운해졌었다.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내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나름 작가 신청으로 글을 올릴 수 있었는데, 그대로 놔두는 게 아까워 매일 하는 요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인기가 좋았다. 그래 사실상 2022년 10월부터 겨울이 오기 전까지 매우 많은 글을 쏟아냈었다. 쓰는 족족 포털 메인에 걸리면서 그 당시에 누적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갔었다.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만으로, 매일 개인 조회수를 갱신하는 것들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단순한 요리글들로 써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이걸 왜 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로, 누군가 클릭한다는 건 알았지만 적극적인 반응이 없었으니까. 좋아요를 누르는 이들도 극히 일부였고, 댓글은 가뭄에 콩 나듯- 정말 드문 일이었으니. 어느 순간 내 글이 딱히 사람들에게 와닿을 만한 수준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의미 없는 글을 생산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낭비스러웠다.
그 후에는 단순한 요리글에서 뭔가 일상의 다른 것들을 담고자 했다. 마침 해외에서 지내던 시기였기에, 해외 생활에 대해 쓸 만한 것들이 많았다. 해외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종종 우울과 불안이 찾아오면 처음처럼 그런 글들을 남겼다. 조회수가 급감했고, 아쉬움에 요리글을 다시 종종 쓰기도 했다. 요리글을 계속 쓰다 보니, 그 당시에 크리에이터 배지를 달아주던 시기였는데- 나는 푸드 크리에이터가 되어있었다.
계속해서 일상 속 음식, 내가 겪은 것들을 위주로 글을 쓰다가- 더 다양한 걸 쓰고 싶어 졌고, 생각나는 주제들로 연재 브런치북을 쓰기 시작했다. 연재 브런치북이지만, 정해진 연재일을 지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누구도 딱히 내 글의 연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그저 생각나고- 쓰고 싶은 순간 글을 썼다. 연재 브런치북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썼었고,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에 대해서 쓰기도 하고, 지난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는 글도 썼고, 최근에는 사랑에 대한 글도 써내려 갔다.
이래도 괜찮은가: 정체성과 일관성에 관하
최근 다른 이들의 브런치 계정을 둘러보다가, 내 브런치 계정이 굉장히 산만하게 느껴졌다. 다른 이들은 뭐랄까, 자기만의 분야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면- 나는 너무도 욕심이 많았다. 나는 흔히 취미부자라 하는데, 일상 속 즐기는 것들이 많은 편이다. 일상 속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구잡이로 담아내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다.
요리도 포기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요리하는 것에 맛집까지 추가되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글과 그림을 함께 하고 싶어서 그런 작품도 새로 진행하고 있다.
일상 속 깨달음 같은 글들도 써 내려가고
더불어 기존에 써오던 사랑에 대한 글이나, 온갖 잡동사니 같은 글들이 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관심 있는 이 모든 것에, 똑같이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으니까.
나의 계정이니, 내가 올리고 싶은 글을 올려도 되지만- 구독한 자들이 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올리는 공간인데 정말 내 맘대로 이렇게 마구잡이식의 내 관심사들로 뒤섞인 글들을 올려도 괜찮은 걸까?
나의 공간이지만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할까?
이 모든 것이 나이기에, 나의 무엇을 버려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지- 그걸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기에.
어찌해야 할지, 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