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가 설명해준 나의 변화 (feat. MBTI)

by 이확위

몇년 전에 한참 유행처럼 번졌던 것이 MBTI이다. 요즘은 한창이던 때보다는 힘을 못 내고 있는 듯한데, 이러한 줄어든 인기가 나는 오히려 좋더라.


MBTI의 열기가 뜨겁던 시기에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서로 묻는 게 MBTI가 뭐냐는 거였고 난 그게 싫었다.

내가 어릴 때는 MBTI가 아닌 혈액형이었다.

A형: 소심하다, 신중하다.

B형: 자유롭다, 창의적이다

O형:사교적이다, 리더십이 있다

AB형: 독특하다.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 알수도 없었지만, 어린 시절이었지만- 이게 맞을리 없다 생각했다. 세상 사람이 고작 네 부류로 나뉠 수 없다 생각했다.

그 지긋지긋하던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서 벗어났다 싶었는데, 이제는 MBTI라며 사람을 16가지 부류로 나눠말하더라. 지구상 그 많은 사람을 고작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에 나는 반감이 들었다.


하도 질문을 받으니까 나도 MBTI 테스트를 해봤었다. 나 ISTJ라고 하더라. ISTJ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현실 가능성을 먼저 따지고,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며,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

적혀진 것만 들어보면, 그럴 듯 했다. 나의 많은 부분이 맞는다고도 느끼니까. 그런데, 나는 이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MBTI를 싫어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내가 ISTJ라고 하면- 그 사람은 흔히 알려진 ISTJ의 특성에 나를 끼워맞추고, 나를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사람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람은 한 모습만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은 다면체니까!


작년 한 해를 지나오면서 나는 전과 조금 달라짐을 느꼈다. 사고가 빨라지기도 했고, 무언가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이전과 달라졌다. 사람과의 만남에서나, 직장에서 뿐 아니라 취미생활이며 일상의 전반에서 전과는 조금 다름을 느꼈다.


며칠전 문득, MBTI가 생각났다. 이제는 유행이 지나 더이상 서로의 MBTI를 묻지 않아서 잊고 있었는데- 이전과 동일한 ISTJ일지가 궁금했다. 어쩐지 MBTI는 현재의 자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았기에, 내가 막연히 느끼는 변화가 진짜라면- 다르게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무료 MBTI 테스트를 검색하여 여러 문항에 답하고 결과를 받아본다.


INTJ-J

MBTI.jpg


S에서 N으로 하나 달라진 건데, 해석은 상당히 달랐다. 풀이는 AI를 이용해서 다시 확인해보았다. ISTJ에서 INTJ로의 변화는 성격이 바뀌었다기보다, 사고의 중심축이 이동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하더라.

(S) 지금 잘 굴러가는 방식에서 (N)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가로 관심이 옮겨진 거라고.


ISTJ에서는 검증된 방식이 중요하고, 지금 이걸 어떻게 잘 처리하지?라는 생각이나, 경험, 데이터, 현실 기준으로 안정성과 신뢰가 최우선이라 했다.


하지만 INTJ에서는 구조와 방향을 먼저 보고, "이걸 왜 하고 있고, 결국 어디로 가는거지?"라던가, 큰 그림, 전략, 시스템 사고에 가치를 두고, 의미없는 반복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변화한 사고 덕분이었을까, 지난 해 나는 연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제 제안서를 쓰거나 구조와 방향을 살피는 수월했다. 이런 사고가 필요해서 반복하다보니 그렇게 변화한것일까? 아니면 내가 변해서 그러한 것이 편해졌던 것일까? 무엇이 먼저 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가, 현재의 내가 필요로 하는 사고의 방향으로 전환되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나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지금까지 여기저기 퍼져있던 여러 노트나 정리 방법들을 한 데 모아 내 인생을 한 곳에 아카이빙하기 위해 시스템을 짜고 있었다. 효율적이 것에 조금 집착하듯 하고 있었고, 연구를 함에 있어서도 그래서 이것이 왜 필요한가, 결국 무엇을 위해 하는 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변화한 나의 사고방식은 분명 일에 도움이 되고 있었는데, AI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에 대한 인식도 변화한 것이 나를 피로하게 했다.


ISTJ는 사람들을 함께 일하는 존재로 보며 각자 역할을 하면 된다고 보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했다. 내가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INTJ가 되면서 사람도 시스템의 일부로 보게 되면서, 비합리, 비논리, 감정과잉 등이 조금 거슬릴 수 있다더라. 그러면서 답답함에 혼자 있고 싶어지는 욕구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했다. 그러고보면, 실제 그런 순간들을 전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MBTI를 온전히 믿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우리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인간이 단순한 존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MBTI 변화를 통해 나 자신을 분석해보면서,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는 도구로는 활용할 법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분석을 통해, 나는 요즘 내가 느꼈던 답답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깨달았고,

내가 조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MBTI를 물어보기보다,

내 자신이 무언가 달라진 것 같을 때,

나를 이해하는 도구로 MBTI 네글자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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