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밖은 정말 위험하다
월요일 아침. 지겨운 출근길에 그래도 힘을 내자며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집 밖을 나섰다. 지난 주말 동안 썩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기에, 다시금 힘을 낼 생각으로 나선 출근길이었다.
출입문을 나서면 조금 지나 한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길 가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쓰윽-하며 미끄러져 양 발은 하늘로 뻗고, 엉덩이와 함께 팔꿈치가 땅에 닿았다. 순식간이었다. 인식하는 순간 나는 이미 넘어지고 있었으니, 둔한 나의 운동신경은 생각할 것도 없이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놀라서 아픈 줄을 몰랐다. 지나가던 이도 없었기에, 내가 넘어졌단 사실은 이 세상 나밖에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창피할 일도 없었다. 그저 집에서 나서자마자 일어난 일에 놀랐을 뿐이다.
그렇게 출근하고 나니 점점 넘어지며 부딪혔던 부위들이 멍이 든 건지 아파오긴 했지만,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았으니 다행 아니냐 싶었다.
그러다 내가 넘어졌던 곳을 생각해 보니 문득 아찔하더라.
조금만 덜 미끄러져 내려갔다면, 계단 하나 내려온 순간 넘어졌다면 자칫 머리를 계단 끝에 부딪힐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조금만 더 세게 부딪혀 팔꿈치에 더 큰 힘이 가해졌다면 뼈 하나 부러질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그 외에도 더 크게 다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찔하다.
장난 삼아서 집순이들이 "침대 밖은 위험해"라고 하지 않는가. 포근한 침대 이불속이 좋다 말하며 말이다.
그런데 오늘 나의 하루, 집을 나선 순간 아찔했던 순간이 사고가 나는 건 정말 한순간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소하지만, 위험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던 순간 누군가와 부딪혀 칫솔에 찔렸던 순간. 상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 미안"하고 지나갔지만- 칫솔에 목이 뚫릴 뻔했다는 혼자만의 두려움에 두근거렸던 심장.
횡단보도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옆사람이 살짝 움직이기에 신호가 바뀐 줄 알고 한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자동차가 지나갔다.
집에서 튀김을 하다가 잠시 딴 일이 있어 정신 팔린 사이, 환풍구까지 치솟았던 불길이라던가.
연구실 시약이 깨지며 터지던 순간이라던가.
가슴을 쓸어내렸던 별일이 일어나지 않아 지나갔지만, 별일일 수도 있었을- 그런 순간들이 떠올랐다.
예전에 방송에서 뭐만 하면 다 죽는 일상 속 위험에 대한 "위기탈출"어쩌고하는 제목의 프로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을 보며 ‘숨만 쉬어도 죽겠다’고 농담했지만…사실 모두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리가 매일 다니는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누군가 크게 다지고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인터넷 괴담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들이니까.
그런 생각까지 미치고 나니,
삶과 죽음의 경계는 정말 희미하구나-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일 당장, 아니 바로 몇 분 뒤에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데
그런 죽음, 이별을 생각하면 멍 때리던 낮의 시간들이 아깝게만 느껴진다.
이 모든 순간들로부터 이별이 갑자기 닥칠 것을 생각하니
아깝지 않은 순간이 없겠더라.
하지만 깨달음은 순간이고,
깨달음이 행동으로 이어짐은 또 별개이니
나는 아마 내일도, 오늘과 어제처럼 어쩌면 낭비라 할 일상의 순간들을 보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