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취소되려나?
내 모임은 상시 가입 가능 클럽으로 분류되어 매달 새로운 멤버들이 참여가 가능하다. 이런 모임의 경우 모임 D-9에 현원이 3명인 경우 모임이 중단된다. 그런데 모임 D-9까지는 4명이던 멤버가 D-8에 한 분이 개인 사정으로 떠나면서 3인이 되었다.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모임이 이미 임박했으니 그대로 진행하라고 하더라. 대신에 독후감 제출이 2인 이하면, 해당 모임은 취소되니 독후감 작성을 독려하라더라. (트래바리는 모임 전 독후감을 제출해야만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트레바리의 가장 기본 자격 요건이다.) 이는 유로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이 커뮤니티에서 멤버들이 제대로 된 경험을 하길 바라는 취지의 정책이었다.
현재 멤버가 3명이기에 사실상 모든 멤버가 독후감을 제출해야 했다. 독후감 마감까지 긴장하며 기다렸다. 다행히 모든 분들이 제출하여 모임이 진행될 수 있었다. 더불어, "놀러 가기"라는 무료쿠폰을 이용해서 모임에 참석신청한 사람이 2명이 있어, 두 번째 모임은 5명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번 모임의 간식 테마는 "하와이"
내 독서 모임의 이름은 "여행과 일상 사이"이다. 우리는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다. 나는 멤버들이 무언가를 더 경험해 보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간식을 준비한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음식 나누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이런 선택을 한 듯하다.)
지난 첫 모임은 "프랑스"를 주제로 가벼운 음식들을 차렸었다. 이번 모임의 책은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이다. 주인공이 한국을 떠나 호주로 이주하는 내용이기에, "호주"음식을 준비하려 했는데, 마땅한 게 없더라. 호주산 소고기를 구울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러다 간단히 먹을 것들이 뭘까 고민하다가 문득, 몇 년 전 갔던 하와이가 떠올랐다. '호주랑 하와이 둘 다 섬이지.'라는 대충 선정 이유를 생각했다. 테마 선정 이유가 허술했지만, 메뉴는 허술하지 않았다.
하와이의 대표 스트릿푸드인 "갈릭쉬림프".
버터와 갈릭의 향 가득-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남김없이 비워졌다.
하와이 이주민들이 만들어낸 "포케".
흔하게 파는 샐러드같은 포케가 아닌, 정말 심플하게 간장 양념으로 준비했다.
아보카도와 오이를 가볍게 곁들였고, 포케 또한 남김이 없었다!
하와이 대표 특산품, 마카다미아 그리고 파인애플!
주전부리로, 마카다미아를 먹고-
마무리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과즙 가득한 파인애플.
모임 전날 미리 재료를 주문해 두고는, 모임 당일 퇴근 후 집에 들러 서둘러 요리를 한다. 요리는 금세 한다. 어려울 것 없으니까. 갈릭쉬림프와 포케 모두 밥과 먹는 것이라 햇반도 데운다. 모두 용기에 담고, 사람들이 덜어갈 일회용 도시락통과 식기류도 챙긴다.
오늘의 도서도 가방에 넣고는 집을 나선다.
오늘의 도서: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처음 모임은 전부 여행에세이로 하려 했었으나,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읽으며 보다 더 다양한 해석들과 의견을 나누기에 적합한 듯했다. 그래서 두 번째 모임부터 내가 후보 도서들을 올리면 투표를 통해 책을 선정했다. 그렇게 결정된 것이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였다.
책은 두껍지 않고, 빠르게 읽어나가기 좋았다. 주인공 계나의 생각과 선택들을 따라가며 계속해서 '나라면?'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계나가 한국을 떠나게 된 이유를 읽으면 나는 어떠한지. 계나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등의 생각을 했더랬다.
트레바리 모임에서는 미리 발제문을 등록한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미리 얘기 나눌 주제들을 정리해 두는 셈이다. 이번 모임을 위해서도 모임 전날 발제문을 정리했었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생각을 듣고 나눈다. 누군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질문이 더 이어나가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모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나는 어떤지 돌아볼 여유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관심 없는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일상에 지치기도 해요"
책 속에서 주인공은 한국이 싫은 이유 중의 하나에 자신이 추위에 약한 것을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추위가 무엇인지, 나를 위축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우리 각자의 일상을 돌아보기도 했다.
주인공이 행복에 대해 말한 대목이 있었다. 이 부분을 함께 다시 읽어보며, 각자 자신에게 있어서 행복은 어떠한 행복에 가까운 지도 생각해 보았다.
나 알기, 그리고 내게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 독서모임의 카테고리가 "나알기"이기에, 우리는 책을 바탕으로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보다 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더 깊이 있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임이 끝난 후, 이 모임에서의 생각을 삶 속으로 가져가기를 바랐다. 그저 느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느껴져, 내가 그린 그림으로 제작해 뒀던 엽서들이 생각나 모두 챙겨갔다. 그리고는 각자 맘에 드는 엽서를 골라서, 비어있는 한쪽 페이지에 오늘의 느낀 점이나 생각 또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나의 생각이 담긴 엽서를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 일상 속에서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 그 엽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라 말했다.
그렇게 글을 쓰는 시간을 주니, 예상보다 더 진지하게 빼곡히 글을 써 내려가는 분들이 있었다.
침묵이 아닌, 나를 알아가는 시간
처음 모임을 할 때는 질문을 하고, 침묵이 있는 순간에
'왜 아무 말도 안 하지?'란 생각에 그 침묵을 깨며 뭐라도 말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두 번째 모임이 되면서 알았다. 모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에게 질문하며 나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기에,
트레바리의 많은 모임 중에서도 내 모임을 선택해서 와 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이 모임에서, 자신을 더 알아가기 위해-
내가 던진 질문들에 스스로의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는, 그런 여유의 시간이 바로 모임 속 "침묵"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서, 나는 이 모임이- 내가 바라는 모양으로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3월에 있을 다음 모임이 더 기대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더더 많은 의견들을 나누며-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질문에 대한 답들 속에서-
나를 보다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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