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Trevari)
마음 졸이며 기다린 첫 모임
유료 독서모임에서 모임 운영을 위한 트레바리의 파트너 제안을 받은 후, 지난가을쯤부터 모임을 위해 애썼지만 계속해서 모객의 실패로 2026년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계획했던 나에게 편지 쓰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는지, 조금 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로 떠올린 것이 내 여행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여행에 관한 모임이었다.
그렇게 [나알기- 여행과 일상 사이]라는 제목으로 모임의 참가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하였다. 모객이 시작되고 이주가 지나도록, 신청자가 없었다. 한 명이 신청하여 '드디어 사람들이 모이나?!' 했더니 금세 환불요청이 들어간 것을 보고는 낙담하기도 했다. 모임을 운영하는 업체의 담당자에게
- 모객이 너무 안되는데, 주제를 바꿔볼까요?
- 이 상태로 시작할 수 있나요?
질문을 하며 우려를 표했건만, 많은 경험이 있는 담당자는 조금 더 기다려보라 말했다. 신청자가 너무 없기에 나는 나의 여행드로잉 그림을 홍보물로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담당자에게 제안했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클럽 페이지에 내 여행 드로잉과 내가 쓴 여행기의 브런치 링크가 달렸다. 내 예상이 적중한 것인지 그 후로 한두 명이 신청자가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최소인원을 충족하여 첫 모임을 열게 되었다.
모임 준비
해당 독서모임은 유료로 진행되어 한 달에 한번 진행되는 독서모임 4회분에 이십만 원 가까이 되는 꽤나 큰 금액을 내야 한다. 그렇기에 모두 진지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듯했다. 그렇기에 업체에서는 신청한 참가자들이 모임 시작 전에 독후감을 제출해야만, 책을 읽었다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돈을 내었어도,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었다.
독후감이 제출되어야 첫 모임 참가인원이 확정이기에 나는 다시 한번 마음 졸이며 독후감 제출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담당자에게 최소 참가인원이 몇 명이냐 묻자,
"대부분 독후감 마감 한두 시간 전에 제출하세요. 천천히 기다려보세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너무 조급하고 여유가 없음에 차분해지려 애썼다. 그렇게 기다린 결과 다행히도 참가자 7명 중 6명이 독후감을 제출하였다.
모임 당일 아침에 일어나 문득, "여행"을 테마로 여행 에세이를 읽고,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 모임의 순간도 일상에서 벗어난 일종의 여행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무얼까 하다가, 간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퇴근 전에 집으로 간식으로 할 것들을 주문했다. 퇴근 후 바로 집에 들러 짐을 챙겨 모임장소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린 모임 장소의 근처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기상예보에서 들었던 대로 어느새 조금씩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정리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전구가 있는 어느 가게 옆을 지나며 포슬포슬 내리는 하얀 눈과 처음 와본 장소에서, 진짜 여행을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 각자의 여행에 대하여
미리 발제문으로 책에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나눌 이야기들을 준비해 왔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왜 이 모임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말하였다. 모두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각자 나름의 이유로 모임을 선택해 주었다. 모든 선택에 고마웠다. 그 많은 모임 중에서, 나의 모임을 택해주었고- 내가 바라는 모임의 이유를 이해하고 선택해 준 참가자 분들이 소중했다.
책을 바탕으로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자유롭게 준비해 온 간식들을 즐기도록 권했다. 초반에 아무도 간식을 건드리지 않기에 '다들 야식을 안 드시나'하는 생각이었지만, 1부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자 하나 둘, 내가 준비한 간식을 즐기기 시작하였고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모임 막바지에는 이 모임의 순간이 일상의 여행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그린 그림으로 제작한 엽서도 나눠주며- 오늘의 순간을 기록하여 일상의 나에게 엽서를 쓰는 시간도 가졌다.
무사히 첫 모임을 마무리한 것도 같았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있었다. 첫 도서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였다. 여러 질문들을 준비해 왔지만, 어쩐지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의 경험만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 안에 그 경험 속에서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단순한 잡담이라 하진 않겠다. 하지만 '나알기'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모임이지만, 어쩐지 참가자 모두 "나"에 대해 집중해 볼 시간을 내가 제공하지 못한 듯했다. 내 느낌처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참가자도 있는 듯했다.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독서모임"인데, 책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말했다. 여행에세이라서,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조금 더 경험위주의 이야기들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나의 역량 부족일 수도 있겠다. 즐거웠다고 말씀하시며 돌아가신 분들도 있었지만, 나는 내가 의도한 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모임 후에도 계속되도록
모임 시작 전에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눈이 끊임없이 내린 것인지, 모임 후에 나온 세상은 어느새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부지런한 이들은 벌써 골목길의 눈을 열심히 치우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머릿속으로- '나알기'를 위해 더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는 취미로 글쓰기를 해오면, 전보다 나의 생각이 정리되어 감을 느꼈다. 우리가 모임에서 나의 여행에 관한 경험을 말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보다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남길 때 보다 뚜렷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이에, 우리가 함께 읽은 책과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보았다. 바쁜 일상이 이어지겠지만, 하루 아니면 짧은 순간이라도, 나를 생각해 볼 시간이 있을 때 나를 알아볼 질문들에 대해 글을 써보길 제안하는 문서를 제작했다.
또한 모임에서 나의 여행저널링을 공유했다. 다들 이렇게 그리려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시기에, "그냥 하면 된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잘할 필요는 없다."라는 나의 드로잉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여행 드로잉 워크숍에 대해서도 정리하여 공유하였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과 일정을 조율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함께 그림을 그리며 우리 각자의 여행을 함께 기록해보려 한다.
첫 모임이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이뤄질 수 없음은 알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아니라, 나의 역량이 부족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첫 모임에서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모임에 대해 보완하면 좋을 점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었고, 이를 반영해서 더 잘해나가려 한다.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 멤버들에게 제안한 내 생각들이 지금의 나는 제법 맘에 든다.
이미 두 번째 모임의 간식을 생각해 뒀다!
다음 테마는 "하와이"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포케, 갈릭쉬림프, 무수비. 그리고 파인애플!
더 나은 모임을 위해 멤버들과 함께 두 번째 도서도 추천을 통해 정하려고 새로 후보군을 정리했다.
그러니 분명 우리는 새로운 책을 기반으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게다.
그러니 분명 다음 모임은 첫 번째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벌써 두번째 모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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