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ESTJ
MBTI가 대세라며?
정보화 시대.. 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인터넷이 갓 태동하던 때 이전과는 너무도 차이가 나는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질 때 한참 썼던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뭐, 요즘은 MBTI가 대세란다. 유행이란다. 내가 새내기 때였던 2002년에도 MBTI 테스트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학문.. 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유행이 있는 학계에서 2002년 당시 MBTI로 밥벌이를 하던 사람들은 참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MBTI 전문가들은 물이 들어오니 노를 힘차게 젓고 있겠지..
나는 ESTJ
여하튼, 인터넷으로 매우 낮은 신뢰도를 가지고 하는 테스트가 아닌 정식 검사지로 MBTI 테스트를 할 기회가 생겼다. 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아마 2002년에도 분명히 했던 기억은 있는데 그 당시에는 소위 '유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괏값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물론 정식 검사지로 한 지금도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다. 단지, 브런치에 쓰려고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아 나는 ESTJ구나..' 정도로 다시 기억이 날 뿐. ESTJ의 성격유형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기억도 못하고 있다.
진짜 이걸 신뢰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MBTI에 대해서 가진 선입견? 마인드를 대강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는 MBTI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어느 정도냐 하면 (MBTI로 먹고사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한참 예전에 유행했었던 혈액형 성격 정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쳐주면 동양에서의 주역 정도..?
신뢰도가 매우매우매우매우 떨어지는 인터넷의 간이 조사, 재미로 하는 조사 정도를 해 본 사람 빼고(그렇게 재미로 한 사람은 더더욱 신뢰도가 떨어지니까) 정식 검사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를 진행 한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A 아니면 B 중에서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가까운 쪽을 선택하라.. 는 문항이 대충 수십 개? 백 몇십 개 정도 있는 것 같고, 그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 후 단순 합으로 서로 반대되는 성향 중 한쪽에 조금이라도 가까우면 그냥 판단하는 것.
모 아니면 도
논문을 쓸 때 설문조사 기법 중 제대로 설문을 했는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 역질문을 하나씩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 테스트지에도 그런 게 있더라. 그리고 설명서에 친절하게 적혀 있다. '일부러 일관적으로 답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본능적으로 마음에 드는 선택을 하라는 건데 여기서부터 신뢰가 확 떨어지지 않는가..?!
위의 사진을 보면 서로 대척되는 E성향과 I성향에서 나는 E가 13점, I가 8점이 나왔다. E>I라서 나는 성향이 E가 된 것. 이거 뭐..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서 E와 I의 차이가 1만 나도 나는 E(외향)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약한 E라고 포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아, 포장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것이겠지.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서 통계적으로 이렇다.. 라고 판단을 하고자 하는 것이 이 테스트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미 테스트지가 있는 것을 보면, 2002년에도 같은 테스트가 있었던 것을 보면 이미 많은 성향적인 데이터가 쌓여 있다는 반증이겠지.
물론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오해일 수 있다.
나는 애니어그램 1번
MBTI와 비슷한(이라고 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테스트 중 애니어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이 역시 정식 검사지로 해 봤는데 나는 극단적인 1번. 규칙에 대한 강박이 있고, 완벽주의자, 일중독, 자기 기준이 높다 등등.
이렇게 따지고 보면 MBTI의 결과인 ESTJ와 비슷한 성향이 나왔다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 둘 다 검사하는 방법은 비슷했으니..
애니어그램을 그나마 최근에 했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지라 MBTI를 할 때 대충 애니어그램의 1번 성향과 비슷한 결과나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뭐 비슷하게 나왔다고 본다. 이렇게 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은 나름 통계적으로 일관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내가 여태 썼던 말들이 모두 부정이 되는데..
ESTJ이면서 1번입니다
하여튼,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판단할 때 ESTJ와 함께 애니어그램 1번 성향으로 보일 테고,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성향들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이 역시 나의 성향 중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신뢰는 낮다. 다양한 성격유형들 중에서 '나는 이런저런 부분이 저런 이런 부분보다 조금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덧 1. 애니어그램, MBTI 전문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역시 ESTJ, 1번이군..'이라는 생각을 하시겠지요.
덧 2. 행여나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저에게는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 정도의 느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