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트너로 A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출장 일정이 잡혔다. 대표님과 함께 가는 출장인데, 곧 시작할 과업에 대해서 발주처와 회의 및 협상이 있을 것이라 하셨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A가 일 하는 곳과 우리 회사가 업무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두 개의 과업 중 하나가 착수까지 했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담당이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출장이라니.. 내가 담당이라니.. 출장 전날 도대체가 잠이 오질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회의를 진행하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숙지하는데만 집중했다.
A는 여전히 예쁘고, 옷도 예쁜 옷을 입고 나왔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힐끗힐끗 눈이 계속 간다.
일단 나는 과업 내용을 잘 몰랐지만, 본격적으로 과업을 시작하게 되면 주 의사소통 통로 및 담당자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A는 이 과업을 기획했고, 주 담당자였고, 우리 회사의 담당자와 업무적인 연락을 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A의 생일이 있었던 달, 내가 정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하고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A와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연락처를 삭제했다. 이제 그냥 정말 나의 존재 자체가 A에게 지워졌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으리라.
명함을 다시 달라고 할걸..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명함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질걸.. 그냥 그렇게 말 한마디 섞지 못하고 복귀하는 길에 저렇게 카톡이 왔다.
나는 당신의 연락처가 없다. 또 실수를 하기 싫어서 지웠다. 사무실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그쪽으로 연락을 주겠다.
이러한 내용으로 회신을 했는데, 보내자마자 후회를 했고 지금 다시 되뇌어 보니 역시 멍청한 답변이다.
회의 내용과 협상(안)을 메일로 보냈고 다음날 톡이 왔는데 나는 매우 건조하게, 사무적 보다 더 사무적으로 회신을 했다. 모르긴 몰라도 A는 불편했으리라. 아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을지도..
업무는 업무이고, 예전의 일은 예전의 일이다. 하지만 멍청한 나는 정말 최선을 다 해서 업무만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최선을 다 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나의 모습을 티 내고 있다. 그렇게 또 최선을 다 해서 A가 나의 태도를 보고 예전에 사이좋았던 시기에 대해서 떠올리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참 못됐다.